‘컬처·플랫폼·웰니스·지속가능성’ 강조
“인재 확보 중요” 신입 채용·직급 통합
콘텐츠·식품 등에 20조원 ‘통 큰’ 투자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최근 몇 년간 ‘디지털 전환’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던 유통 기업들이 2022년에는 각기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시국을 맞닥뜨린 후 온·오프라인, 식품, 화장품 등 사업별로 겪은 변화가 달랐기 때문이다. 기업 수장들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각 회사가 직면한 문제점을 진단하고, ‘엔데믹’ 시대를 맞아 각각 새로운 목표를 제시했다. 신년사 이후 6개월, 기업들의 성과를 돌아봤다.

CJ 이재현 회장이 작년 11월3일 사내방송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2023 중기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CJ그룹 제공
CJ 이재현 회장이 작년 11월3일 사내방송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2023 중기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CJ그룹 제공

‘은둔형 경영자’로 꼽히는 이재현 CJ 회장이 지난해 11월 특별 제작된 동영상을 통해 경영 최전선에 섰다. 2010년 ‘제2 도약 선언’ 이후 11년 만이다. ▲컬처(Culture) ▲플랫폼(Platform) ▲웰니스(Wellness) ▲서스테이너빌리티(Sustainability) 이른바 C.P.W.S.를 기업 4대 성장 엔진으로 설정하고 2023년 말까지 10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는 ‘제3의 도약’을 선언하는 자리였다.

이 회장은 당시 “컬처와 플랫폼 중심으로 기존 사업의 글로벌 및 디지털 확장을 가속화할 것이며 웰니스(모두가 잘 사는 것)와 서스테인빌리티(공정·상생)가 기존 정신이자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C.P.W.S.’ 4대 성장 엔진은 올해 1월 초 손경식 CJ그룹 회장(겸 CJ제일제당 대표이사)의 신년사에서도 재차 등장한다. 손 회장은 “4대 미래 성장 엔진 기반 위에 선정된 혁신성장 사업을 중심으로 투자와 인수합병(M&A)을 철저히 실행하고 미래 트렌드와 기술에 부합하는 신사업을 지속 발굴 육성해 나갈 것”이라며 그룹 중기 비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브로커(왼쪽), 헤어질 결심 포스터
브로커(왼쪽), 헤어질 결심 포스터

◆ 영화 등 ‘K-컬처’ 글로벌화 앞장

CJ그룹이 강조한 4대 성장 엔진 중 ‘컬처’는 올 상반기 가장 큰 결실을 거뒀다. CJ ENM이 투자·배급한 영화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가 지난달 28일 진행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수상에 성공하면서다.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송강호 배우가 브로커로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받았다.

CJ ENM은 지난 2019년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까지 포함하면 최근 3년 사이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서만 3편의 수상작을 배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CJ ENM의 올해 1분기(1~3월) 실적은 매출 9573억원, 영업이익 496억원이다. 매출액은 20.9%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47.0%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더불어 두 영화의 수상 소식에 올 하반기 CJ ENM의 실적 회복도 기대해 볼 만 하다.

헤어질 결심은 이미 지난달 24일 기준 192개국에 선판매됐으며, 브로커 역시 171개국에 판권이 팔렸다. 국내에서는 이달 8일 브로커거 먼저 개봉한 후 3주 뒤인 29일 헤어질 결심이 관객을 만나게 될 예정이다.

CJ그룹은 올 하반기에는 콘텐츠 기획과 개발에 적극 나선다. 지난달 12일 CJ ENM은 스튜디오드래곤, 네이버웹툰의 일본 계열사 라인디지털프론티어와 300억원을 공동 출자해 ‘스튜디오드래곤 재팬’(가칭)을 올해 안에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한일 양국 내 역량 있는 크리에이터가 상호 교류할 수 있도록 하고, 네이버웹툰 등의 원천 IP(지적재산)을 활용한 프리미엄 드라마를 제작할 예정이다.

사진=비마이프렌즈 제공
사진=비마이프렌즈 제공

◆ 콘텐츠 강국으로 성큼…‘팬덤’ 플랫폼 시동

CJ그룹은 K-콘텐츠를 기반으로 활성화 되고있는 ‘팬덤(fandom)’ 플랫폼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BTS 소속사 하이브 팬덤 플랫폼 ‘위버스’ 출신 구성원이 창업한 스타트업 ‘비마이프렌즈’에 CJ㈜가 93억원(지분율 10%), CJ올리브네트웍스 131억원(14.2%) 등 총 224억원(24.2%)을 투자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번 투자를 통해 양사는 비마이프렌즈 대표 솔루션 ‘비스테이지(b.stage)’를 활용한 팬덤 서비스를 공동 추진한다. CJ는 음악·영상·아티스트·DIA TV인플루언서 등 팬덤 비즈니스의 기반이 되는 IP와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비마이프렌즈는 비스테이지를 통해 독점 콘텐츠와 멤버십을 구축한다.

이 밖에 서비스 고도화 및 크리에이터 생태계 확장을 위해 CJ올리브네트웍스가 보유한 NFT(대체불가토큰)와 AI(인공지능)기술을 활용 ▲‘크리에이터 NFT’ 기획 및 제작 ▲고객 선호도를 반영한 영상 클립 자동 생성 ▲유해 콘텐츠 차단 등을 추가해 수익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이번 비마이프렌즈 투자 역시 이재현 회장이 발표한 중기비전 실행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CJ그룹 관계자는 “이번 투자 및 사업 협력을 통해 글로벌 팬덤 비즈니스를 본격 추진하면서 컬처와 플랫폼 분야에서 사업영역을 한층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게 됐다”고 말했다.

얼티브 플랜트유 사내벤처 직원들이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제공
얼티브 플랜트유 사내벤처 직원들이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제공

◆ 식품·건강 사업 주력한 ‘웰니스’

CJ그룹은 1월1일 헬스케어 전문기업 CJ웰케어를 설립하며 올 한 해를 시작했다. CJ웰케어는 CJ제일제당 건강사업부를 100% 현물출자 방식으로 분할해 세워졌다. ‘BYO유산균’ 등을 대형화해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건강 문제를 케어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지난 4월 이너뷰티 시장 공략을 위한 ‘이너비 인텐스 콜라겐’과 5가지 영양성분을 한 팩에 담은 ‘닥터뉴트리’를 출시했다.

식품에서는 비건 사업을 본격화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2월 론칭한 식물성 식품 브랜드 ‘비비고 플랜테이블’을 통해 비건 인증을 받은 ‘비비고 플랜테이블 왕교자’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향후 미주와 유럽, 남미, 중동 등 글로벌 시장에도 판매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100% 식물성 음료 ‘얼티브 플랜트유’를 선보이며 대체 우유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이 제품은 회사 내 식품 사내벤처 프로그램 ‘이노백(INNO 100)’을 통해 발굴됐다. 현미와 완두콩 단백질을 CJ제일제당만의 배합기술로 블렌딩 해 우유 단백질과 유사한 필수 아미노산 8종을 함유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입점을 확대하고, 편의성이 높은 소용량 제품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탄소 제로 파렛트. 사진=CJ대한통운 제공
탄소 제로 파렛트. 사진=CJ대한통운 제공

◆ ‘ESG’로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

올해 상반기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행보도 이어졌다. 손경식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우리의 일상을 항상 건강하고 즐겁게, 전 세계인의 삶을 흥미롭고 아름답게, 지구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것이 CJ의 새 지향점”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회사의 4대 성장엔진 중 하나인 ‘서스테이너빌러티(Sustainability·지속가능성)’와도 연결된다. CJ제일제당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인도네시아 파수루안 바이오공장의 전용 생산라인에서 바다에서 분해되는 플라스틱 ‘PHA(polyhydroxyalkanoate)’생산을 시작했다. PHA 본생산 개시에 맞춰 생분해 소재 전문브랜드 ‘PHACT(팩트)’도 론칭했다.

해당 공장에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상용화에 성공한 비결정(非結晶)형 aPHA(amorphous PHA)를 연간 5000톤 규모로 생산할 수 있다. 아울러 반결정(半結晶)형 scPHA(semi crystalline PHA) 생산 라인 착공에 돌입, 2025년에는 PHA 생산 규모를 연간 6만5000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PHA는 향후 다양한 제품에 쓰일 예정이다.

CJ대한통운은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탄소ZERO 파렛트’ 400개를 추가 제작하며 친환경 행보에 나섰다. 지난해 5월 이후 두 번째다. 탄소ZERO 파렛트는 락앤락과 파렛트 제작 업체 ‘상진ARP’와의 협업으로 진행됐다. 이를 위해 락앤락은 제품 공정에서 발생한 자투리 플라스틱 12t(톤)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친환경 재생 파렛트는 CJ대한통운 인도네시아 물류 현장에서 사용된다.

CJ그룹 거점 오피스 'CJ워크온'. 사진=CJ그룹 제공
CJ그룹 거점 오피스 'CJ워크온'. 사진=CJ그룹 제공

◆ 미래혁신성장 위한 과감한 변화·투자

CJ그룹은 사내 문화에 다소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올해부터는 사장, 총괄부사장, 부사장, 부사장대우, 상무, 상무대우로 나눠져 있는 6개 임원 직급을 ‘경영리더’ 단일 직급으로 통합한 것. 벤처·스타트업으로 출발하지 않은 기존 대기업 가운데 임원 직급을 2~3단계까지 축소한 사례들은 있었다. 하지만 사장급 이하 임원들을 단일 직급으로 운용하는 것은 CJ그룹이 처음이다.

거점 오피스도 도입했다. 수도권 4곳에 위치한 CJ주요 계열사 사옥에 카페와 회의실 등으로 꾸며진 CJ워크온(CJ Work On)을 마련했다. 집에서 가까운 사무실을 선택해 출퇴근 시간을 줄이고 개별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그룹 임직원이면 누구나 간단한 사전 예약 절차를 거쳐 이용할 수 있다.

손 회장은 신년사에서 “연공서열을 타파한 다양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고 탁월한 성과에 대해서는 파격적인 보상을 하는 것이 혁명적 조직문화 혁신”이라며 “역량과 의지만 있다면 나이와 직급 관계없이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고 마음껏 도전할 수 있도록 사내벤처, 사내 독립기업, 스핀오프 등 모든 방안을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CJ그룹은 최근 미래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할 사업 분야에 5년간 20조원을 투자하고, 이를 통해 2만5000명 이상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이재현 회장이 지난해 11월 4대 성장 엔진을 발표하며 약속한 ‘3년간 10조원’에서 기간은 2년, 투자액은 10조원 더 불어났다.

이중 콘텐츠와 ‘K-푸드’ 중심 식문화 확산을 위해 전체 투자액의 60%인 12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물류·커머스 등 플랫폼 분야에 7조원, 웰니스와 서스테이너빌러티 분야에 1조원 이상을 쏟는다. 올해 하반기에는 해당 투자를 바탕으로 CJ올리브영 IPO(기업공개), 일산 초고층 랜드마크 ‘CJ라이브시티’ 건축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CJ그룹 관계자는 “당사는 산업 기반이 미미하던 1990년대 중반부터 25년 넘게 영화, 드라마 등 문화사업에 꾸준히 투자해 문화산업이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하는 길을 열고 이를 주도해왔다”며 “향후에도 공격적인 투자로 소프트파워 분야에서 K-브랜드 위상 강화의 주인공이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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