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오리지널 '괴이'서 트러블 메이커 곽용주 역

배우 곽동연 /사진제공=티빙
배우 곽동연 /사진제공=티빙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방장군 역으로 엉뚱하고 순진무구한 모습을 보이며 데뷔했던 곽동연이 어느새 데뷔 11년차의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했다. 

KBS 2TV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김병연)에서 세자 영의 죽마고우이자 그를 묵묵히 지키는 호위무사 역으로 보란듯 성인 연기자로 멋지게 안착하더니, 이후 JTBC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2018)과 SBS 드라마 '복수가 돌아왔다'(2018)을 통해 10~20대 팬들에게 어필하며 각각 자상한 화학과 조교 캐릭터와 열등감과 애증 덩어리인 악역 캐릭터를 선보이며 안정감 있는 연기력을 선보였다. 

배우 곽동연 /사진제공=티빙
배우 곽동연 /사진제공=티빙

MBC 주말 드라마 '두 번은 없다'에서 자뻑 대마왕 호텔가 3세를 연기하며 세대를 막론한 두터운 팬층을 확보했고, 특별 출연으로 활약한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는 노출증 환자로 분해 리얼한 조증 연기를 펼치며 일부 시청자에게서 "약빨고 연기했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송중기와 함께 출연한 tvN '빈센조'에서는 연민을 불러 일으키는 악역 캐릭터 장한서 역으로 한계 없는 연기력을 과시하며 대세 배우 대열에 성큼 다가섰다. 

지난달 29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괴이'에서는 악역 캐릭터의 끝판왕 곽용주를 연기했다. 드라마 '괴이'(장건재 감독)는 저주받은 불상이 나타난 마을에서 마음속 지옥을 보게 된 사람들과, 그 마을의 괴이한 사건을 쫓는 초자연 스릴러다. 미스터리한 귀불이 깨어나 재앙에 휘말린 사람들의 혼돈과 공포, 기이한 저주의 실체를 추적하는 과정을 그렸다. 

"제가 연기한 곽용주라는 인물은 극 중 재난에 가까운 상황을 맞이하고 나서 본인 내면에 항상 가지고 있던 극도의 폭력성과 거친 반항심을 맘껏 휘두르는 인물이예요. 어쩌다 이 집단 공동체가 된 이들 모두를 위협하게 됩니다. 그런 모습들을 계산된 연기로 보여드리는 것보다 그 상황에 놓여졌을 때 시시각각 머리를 굴리고 상황을 지켜보며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어요. 이렇게 끝까지 지독한 놈은 처음 연기해봤어요. 전투력 최강자라는 소리도 들었는데 뿌듯하네요. 몇년동안 주로 맞고 다니는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이런 역할은 오랜만입니다. 용주를 연기하고 나서 큰 질타를 받을 건 예상했던 일이에요. 제 본래 귀여움으로 잘 극복하겠습니다."(웃음)"

20대 초반의 배우들이 학원 로맨스나 멜로 장르를 통해 배우로서의 이력을 넓혀 가는 것과 달리 곽동연은 악역도 마다 하지 않고 필모그래피를 넓혀왔다. 그 중 '괴이'의 곽용주는 등 전체를 문신을 새겨 넣었는가 하면 입에 욕을 달고 살고 주변인들에 대한 폭력도 손쉽게 행사하는 극한의 악인이다. '괴이'의 곽용주에게 어떤 매력을 느껴 출연을 결심했을까. 

"'사바하'나 '곡성', '지옥' 등 오컬트 장르에도 관심이 많이 있었어요. 우리 작품은 판타지적 요소가 강하지만 실제 귀불의 영향을 받는 일이 벌어진다면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를 상상하고 접근한 작품이었다는 게 재미있었어요. 오컬트적 초현상으로 시작됐지만 사람들이 놓인 상황은 재난 영화와 같죠. 이런 부분이 가장 매력적이어서 출연하게 됐어요."

곽용주라는 인물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그의 숨겨진 서사들에 대해서도 다양한 상상과 설정들로 인물의 레이어를 쌓아 갔다. 그는 "불우한 환경 속에 놓인 채 여러 명의 새 아빠들에게 수위 높은 언어적, 물리적 폭력을 당하고 폭력에 노출된 상태로 자아가 형성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인물이기에 합리화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 일이 있어도 잘 성장하고 바르게 크는 사람들은 있다. 용주는 뒤틀린 채 태어나 환경적 영향까지 받다보니 가치관이나 관념이 뒤틀린 인물이라고 생각했다"는 설명을 보탰다. 이어 "용주는 기존 제가 연기했던 악인들과 인물의 목표가 전혀 달랐기에 이전 캐릭터들을 떠올리거나 인물의 결을 참고한 순간은 없다. 오히려 절대악, 순수악에 가까운 용주가 마을의 운명공동체가 된 주민들에게 미칠 영향이나 서스펜스 등을 고려하며 연기했다"고 전했다.

극 중 곽용주의 인간미를 어렴풋이나마 보태는 상대역은 남다름이 연기한 한도경이다. 과거 회상신에서 곽동연과 남다름이 함께 바이크를 타는 장면은 영화 '비트'의 정우성·고소영의 투샷과 비교되기도 했다. 실제 촬영 현장에서 가장 합을 많이 이룬 배우가 남다름이기도 하다. 

"용주에게 도경이는 마지막 남은 인간성의 끈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요. 나와 비슷한 환경에 놓인 친구를 발견했고 내가 겪은 우울한 과거사를 이 꼬맹이가 겪지 않게 해주고 싶은 마음과 내게 없었던 아빠라는 존재를 이 아이에게 채워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둘 사이에 오해가 생기고 관계가 틀어지게 되고 용주가 도경이에게 폭주하게 되죠. 실제로는 제가 오토바이를 굉장히 무서워해요. 작품 때문에 면허도 따고 했지만 정말 다치지 않기만 바라며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촬영했습니다."

함께 호흡한 구교환, 신현빈, 남다름에 대한 에피소드도 이어졌다. 특히 함께 출연한 분량이 많았던 신현빈과 남다름과는 고충을 함께 하며 웃픈 추억도 함께 쌓았다. 

"구교환 선배와는 촬영 중 단 한순간도 마주치지 못해 아쉬웠어요. 예전부터 굉장히 궁금했던 분이거든요. 함께 연기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홍보 일정을 통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신현빈 선배와는 같이 촬영한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선배는 저쪽에서 환각 체험을 하면서 하루 종일 찬바닥에 누워계시고 격한 감정 연기를 펼쳤죠. 저 또한 다른 한 쪽에서 난장판 속에서 지옥도를 펼쳤고요. 제가 주로 신현빈 선배께 한 인사가 '오늘도 누워계시네요'였다면 현빈 선배는 저에게 '오늘도 사람을 때리시네요' 였어요. 남다름 배우와는 서로 휴식을 취할 때 상대방 사진을 찍어주곤 했는데 남 배우가 기어이 SNS에 제 사진을 올렸더라고요. 저도 남다름 배우가 아기천사처럼 자고 있는 사진을 곧 업로드할려고요."

'빈센조'의 장한서는 악역 캐릭터지만 시청자들로부터 연민과 응원을 동시에 받으며 곽동연을 한층 성장시켰다. '괴이'에서 잇따른 악역 캐릭터를 선택한 것에 대해 극한의 캐릭터들에 더 매력을 느끼는 것이 아닌지 의문도 따른다. 이에 대해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역할에 대한 곽동연의 설명이 이어졌다.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역할들에 흥미를 느껴요. 역할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이 캐릭터의 결핍된 부분이나 결함 같은 것들이 얼마나 드러나 있고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정서인가 하는 부분이예요. '괴이'의 용주는 결이 좀 달랐는데 개인적 도전 욕구가 발동됐던 것 같아요. 아직까지 보여드리지 못한 부분이 많아서 제가 아직 자라나는 꿈나무잖아요. 나이가 한 살씩 늘어날 때마다 역할들이 더 늘어난다고 생각합니다. 형사 같은 특수 직업군의 역할도 도전해 보고 싶어요. 작품을 선택할 때 직관적 느낌을 믿는 편입니다. 제가 계산하고 머리를 굴린다고 해서 제 계획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걸 잘 압니다. 제 필모그래피에 후회가 되지 않을 작품을 고르려 하고 제가 연기할 캐릭터가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느냐, 캐릭터의 정서에 공감이 되느냐, 작품이 공감과 위로를 줄 수 있느냐 등이 작품 선택의 기준입니다."

나이로 보자면 대부분의 또래들은 아직 직업인으로서 출발선에 서있을 25세이지만 배우 경력으로는 이미 11년차를 맞았다. 오랜 시간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해오면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이는 누가 있을까. 

"데뷔하지 벌써 10년이 지났다는게 믿어지지 않아요. 팬들이 이야기해주셔서 알았죠.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중 하나가 어릴 때 찍었던 KBS '사춘기 메들리'라는 드라마입니다. 그 때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도 만나 뵜지만 김성윤 감독님과의 작업이 제가 배우로 서는데 큰 영향을 끼쳤어요. 그 때 정말 많은 이야기를 감독님과 나눴고 지금도 사석에서 만나뵙고 있어요. 연기를 잘 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배우로써의 직업 의식을 배웠고 이 직업에 대해 많이 알게 됐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중 하나죠. 지금까지의 10년은 10대에서 20대로 넘어오면서 미숙한 순간들도 있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더 어른스럽고 성숙해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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