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낭자' 등 우수한 경기력 이미지에 한글·고유 색채 등 디자인 접목
의류시장 중심으로 매출 늘고 해외서도 인기↑

2021-2022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이 지난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골든부트를 손에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스포츠코리아 제공
2021-2022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이 지난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골든부트를 손에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스포츠코리아 제공

최근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중인 손흥민(30)의 입국 현장에는 눈 길을 끄는 한 장면이 있었다. 아시아 축구 선수로는 최초의 EPL 득점왕을 상징하는 '골든 부트(Golden Boot)'와 함께 그의 가슴에 새겨진 NOS’란 독특한 디자인의 로고가 궁금증을 자아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의 모델인 그가 스폰서 의류가 아닌 청바지에 NOS’ 로고가 선명한 티셔츠를 입고 등장하자 갖가지 추측이 쏟아졌다.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던 손흥민이 영문 성 ‘SON’을 거꾸로 쓰고 등번호 7을 더해 ‘NOS7’란 개인 브랜드를 론칭 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그의 티셔츠 로고 하나에 전 세계 축구팬의 이목이 집중되는 건 디자인이 스포츠시장의 필수 요소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소재 과학과 디자인이 접목된 유니폼부터 최첨단 기술과 산업디자인이 결합한 피트니스 장비, 경기장 시설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땔래야 땔 수 없을 만큼 맞닿아 있다.

한남희 고려대학교 교수(국제스포츠학부)는 "우수한 경기력에 대한 이미지와 한국적 스토리가 담긴 K디자인의 관심 증대는 최근 글로벌 스포츠 소비시장의 의미 있는 트렌드 중 하나"라며 "특히 K디자인이 세계 무대에 도전하는 스포츠 소비재의 강력한 무기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디자인 영향력 높이는 건 ‘우수한 경기력’ 이미지

지난해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손흥민의 국내외 경제적 파급효과는 1조988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손흥민의 몸 값(연봉)으로 추산되는 약 1206억원을 제외한 약 1조8000억원은 손흥민과 그의 이미지가 만들어 낸 직간접적 경제 효과란 분석이다.

비결은 우수한 실력에서 나온다. 그의 '넘사벽'급 경기력은 "완전히 다른 클래스 선수"란 세계 주요 외신의 찬사를 이끌어내며 세계 축구 팬을 매료시켰다. 팬과 소속 팀에 진심인 인성까지 알려지며 칭찬에 인색한 일본과 중국의 언론까지도 연일 “아시아인 왕의 탄생”을 극찬하고 있다.

실제로 높은 경기력과 그로 인한 기대감은 스포츠 소비자를 매료시키는 중요한 요소로 평가 받는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갖춘 스타 플레이어들과의 계약해 별도의 서브브랜드를 내놓거나 협업 디자인 제품이 큰 인기를 구가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미국 무대를 휩쓸며 '태극낭자'로 상징되는 골프도 우수한 경기력을 바탕으로 K디자인 파워를 구가하는 종목이다. 코오롱FnC 골프웨어 ‘왁(WAAC)’은 ‘기필코 승리한다(Win At All Costs)’라는 뜻을 담은 토종 골프웨어다. K골프의 이미지와 K디자인을 접목해 글로벌 시장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골프웨어 왁(WAAC)이 선보인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골프복 및 액세서리 디자인. 사진= 왁 제공
지난해 골프웨어 왁(WAAC)이 선보인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골프복 및 액세서리 디자인. 사진= 왁 제공

브랜드 론칭 초기부터 미국에서 활약중인 캐빈 나(PGA)와 김보미, 김지현(이하 KLPGA) 등 한국계 또는 한국인 유명 프로선수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국 골프의 높은 경기력을 상징하는 한국 선수들을 후원하면서 'K골프'의 우수한 경기력을 브랜드 이미지에 녹여냈다.

지난해 가을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남녀 국가대표 골프팀 선수들을 대상으로 태극 마크를 형상화한 유니폼과 각종 악세사리 등으로 골프애호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인기를 입증한 건 실적이다. ‘왁’은 지난해 전년 대비 매출 80% 이상 신장한 약 407억 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김윤경 슈퍼트레인(브랜드 '왁'을 전개중인 코오롱FnC의 자회사) 대표는 "한류와 K패션 등에 대한 관심과 K골프의 높은 경기력은 ‘왁’ 브랜드 급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우리만의 독특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특화 전략이 지금의 브랜드로 성장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한글·韓고유색채 접목...고급화 전략 인기

스포츠계의 K디자인 바람을 선도하는 건 풍부한 경력을 갖춘 현업 전문가들이다. 이상민 풀스로틀컨셉 대표는 최근 수년 새 글로벌 스포츠 신발 분야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디자이너중 한명이다. 아디다스와 푸마는 물론 왠만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러브 콜'은 일상이 됐다.

그가 디자인에 참여한 미국 브랜드 언더아머의 운동화는 지난 2017년부터 3년여 간 매 시즌 20%에 육박하는 판매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 2020년 디자인 및 컨설팅 전문 독립 법인을 차린 그는 미국과 한국, 유럽 등을 무대로 약 20개 브랜드와 협업중이다.

한국적 스토리를 담은 고급화 제품도 눈길을 끈다. 2019년 미국에서 런칭한 '나비조이'란 운동복은 미국내 고급 주거 단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5여년간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스포츠센터와 비영리재단 등을 운영해온 조이 킴(김근영) 나비조이 대표가 브랜드를 총괄하고 있다.

'나비조이'는 'Butterfly'와 자신의 영문 이름 'Joy'를 조합했다. 작은 애벌레가 번데기를 거쳐 아름다운 나비로 재탄생하는 고난의 과정을 동방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의 화려한 비상과 성공한 삶을 상징한다. 한글 발음 'Nabi'를 CI로, 대표 모델로는 태권도 금메달 리스트 오혜리를 내세운 이유다.

금메달 리스트 오혜리(중앙) 등이 모델인 고급형 애슬레저 나비조이의 프로필 컷. 사진=나비조이 제공
금메달 리스트 오혜리(중앙) 등이 모델인 고급형 애슬레저 나비조이의 프로필 컷. 사진=나비조이 제공

지난해 처음 선보인 초도 물량 20만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날개 돋친 듯 팔렸다. 패션아일랜드와 파라곤 스포츠 등 대형 스포츠 유통점 2~3곳의 입점 권유도 줄 잇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VC(벤처캐피탈)들이 각각 투자 의향을 밝히고 있어 중장기 상품화 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인기의 비결은 디자인이다. 나비의 날개가 구조색(structural color)을 지진 나노구조(nanostructure)로 색소 없이도 형형색색 빛을 낸다는 점에서 착안해 한국 고유 색인 단청색 계열을 주컬러로 썼다. 대량 생산 제품에 익숙해 개성과 가치가 담긴 '나만의 제품'에 목말라 있는 부유층 소비자들을 사로 잡았다.

조이 킴 대표는 "행복한 노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스포츠웨어뿐만 아니라 피트니스 전문 의류 등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소재의 첨단화가 평준화가 된 만큼 K디자인을 접목한 질 높은 제품과 고급화 전략으로 제품 차별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인력 시장 활발…새 시장 동력 삼아야

스포츠 소비재 시장에서 디자인 중요성은 일자리 수요의 증가에서도 감지된다. 최근 일주일 새 대표적인 구인구직 사이트 잡코리아와 인크루트 등에 게재된 스포츠 관련 디자인 인력의 구직 건수는 1840여건 이상으로 파악됐다. 스포츠 관련 디자이너를 찾는 곳은 1500여개사에 이른다.

취업정보 사이트 인크루트 관계자는 "최근 스포츠 분야 디자인 관련 직종이 코로나19 여파로 위축된 취업 시장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며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부터 유수의 중견기업,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의류와 머천다이징 등 스포츠 디자인분야 새 인재 찾기에 분주하다"고 설명했다.

기존 디자이너들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토종 의류 브랜드 참스는 최근 걸그룹 '비비지'와 협업한 컬렉션 공개했다. '비비지'는 '여자친구' 출신 은하, 신비, 엄지 등 3명이 결성한 아이돌 그룹으로 강요한 디자이너가 멤버들이 직접 그린 꽃을 아트웍으로 제작해 의류 및 액세서리 등에 접목했다.

전문회사도 등장했다. 최근 골프웨어 '바스키아'와 '어뉴골프’ '안타' 등을 비롯해 아웃도어 브랜드 '웨스트우드' 등의 디자인을 전담한 모노그램은 40여명의 디자이너로 구성된 회사다. 색감과 핏 등 외관으로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상품 기획에서부터 생산과정까지 모두가 디자인임을 강조한다.

기윤형 모노그램 대표는 "K팝과 K드라마, K콘텐츠 등의 매력도가 글로벌 시장에서 위력을 발휘하면서 한국만의 고유 디자인이 글로벌 무대에서 각광 받고 있다"며 "디자인 전문 스튜디오도 연예 기획사 SM이나 JYP와 같은 대형 회사가 못 나오라는 법은 없다"고 말했다.

의류뿐만은 아니다. 디자인은 스포츠 용구용품은 물론 경기장 리모델링과 체육시설 인테리어 등에 이르기까지 스포츠 소비시장 전반에 스며들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스포츠산업체 전반의 의사결정자들이 디자인 인력의 중요성을 얼마나 인식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디자인은 제품에 새로운 가치를 더한다. 새 시장을 만드는 핵심요소가 되기도 한다. 특히 디자인이 서비스와 유통, 제조 시장을 연결해 산업생태계 전반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은 코로나19로 위축된 스포츠산업계가 한번쯤 되짚어볼 일이다.

유정우 칼럼리스트 소개 및 약력

경제지와 연예지, IT매체 등을 거치며 스포츠와 생활문화, IT 분야 등 취재를 맡아왔습니다. SI(Sport Industry)칼럼을 통해 국내외 산업 현장의 이슈와 트렌드 등을 깊이있게 전달하겠습니다.

-현 세계미디어 편집인 • 남서울대 겸임교수
-전 한국경제신문 문화스포츠부 차장
-전 한경텐아시아 발행인
-전 한국스포츠산업협회 이사
-전 대한스포츠경영관리사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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