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BO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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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범죄 액션물이 선사하는 청량감과 통쾌함은 강력한 악당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범죄도시2’의 강해상(손석구)이 그런 경우다. 마석도(마동석)와 강해상의 팽팽한 대립 구도 덕에 영화의 재미는 두 배가 됐다. 배우 손석구(39)가 '범죄도시2'의 역대급 빌런 강해상으로 완벽한 전성기를 열었다.

“한때 악역이 많이 들어왔었어요. 근데 저는 피칠갑하고 거친 액션을 하는 게 막 당기진 않더라고요. 그래도 한다면 들어오는 악역 중에서 가장 센 걸 한번 하자는 생각으로 ‘범죄도시2’를 택했어요. 그리고 1편을 너무 좋아해요. 아직도 기억이 나요. 별 생각 없이 영화관에 갔다가 ‘이야 이렇게 재밌고 현실적인 형사물이 있나’ 하면서 놀랐던 적이 있어요. 제가 얼마나 ‘범죄도시’의 팬이냐면 지금도 가끔 TV에서 방영하면 무조건 보고요, 심심할 때마다 봐요. 봐도 봐도 재밌는 영화인 것 같아요.”

손석구가 연기한 강해상은 무자비한 악행을 일삼으며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인물은 가차 없이 제거하는 범죄자다. 베트남 조폭부터 한국의 조직까지 그를 추격하지만, 보란 듯이 따돌리며 한국으로 향한다.

“강해상의 키워드는 울분이에요. 화가 많은 인물이라 제가 혈기왕성했던 10대 후반 쯤 느꼈던 울분을 많이 떠올렸어요. 어릴 때 나만 못난 것 같고 자격지심 많고 그런 시기가 있잖아요. 외적인 모습도 많이 고민했어요. ‘범죄도시2’는 복잡하지 않고 통쾌한 영화기 때문에 직관적이고 보는 맛이 있어야 하거든요. 촬영 며칠 전까지도 머리를 기를지 자를지 고민했어요. 의상은 여러 번 피팅을 거치다가 결국 다 제작해서 입었어요. 피부 톤까지 바꾸고 싶어서 1년 동안 태닝도 진짜 많이 했어요. 그래서 지금 피부가 많이 상했는데 그래도 만족스러워요.”

한국과 베트남에서 펼쳐지는 압도적인 규모의 액션은 '범죄도시2'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이국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마석도의 한 방 액션은 더욱 강력해졌고 손석구 역시 섬뜩한 눈빛과 위협적인 피지컬로 팽팽한 대결 구도를 만들었다.

“감독님이랑 첫 만남부터 ‘강해상의 무기는 뭘로 할까’ 고민했어요. 별 아이디어를 다 내다가 삼지창 쓰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던 것 같아요. 강해상의 액션 스타일은 리얼함이 중요했어요. ‘와호장룡’처럼 합이 딱 맞아떨어지는 아름다운 춤 같은 액션이 아니라 말 그대로 현실 싸움, 그게 키워드였죠.”

강렬한 액션 스타일 못지않게 공들인 건 벌크업이었다. 손석구는 마동석과 체급차이를 줄이기 위해 고강도 트레이닝과 식단 관리로 체중을 10kg 이상 증량했다.

“액션 촬영 직전엔 팔굽혀펴기하고 막 뛰어서 몸을 예열했어요. 거친 호흡이 가짜 같으면 안 되니까요. 몸도 키웠죠. 일단 무조건 많이 먹었고 운동은 무식하게 했어요. 헬스를 하는 사람처럼 몸이 멋지기보다는 해외에서 호의호식하는, 현실감 있는 몸을 원했거든요. 무거운 무게는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살면서 처음으로 벤치프레스도 100kg 넘게 들었고요. 강해상이라면 그렇게 운동할 것 같았어요. 얼굴 부어도 되니까 언제든 마음대로 먹을 수 있어서 그게 참 좋았어요.(웃음)”

특히 손석구와 마동석의 살벌한 격투는 한층 업그레이드 된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마동석만이 소화할 수 있는 한 방 액션에 손석구의 신선한 에너지가 더해져 ‘범죄도시2’ 고유의 색깔은 더욱 선명해졌다.

“(마)동석이형이 워낙 액션 전문가라 많이 배웠어요. 겉보기에 타격감은 어마어마하지만 정말 안전하고 부드럽게 찍는 법을 잘 아세요. 또 시간 날 때마다 저를 앉혀놓고 ‘야, 너는 나랑 피가 같아. 너도 나중에 연출하고 글도 쓰고 제작도 하고 영화인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라’고 하시곤 했어요. 제작자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과외를 받은 느낌이에요. 형은 콘텐츠 제작하는 재미로 사시는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 살고 싶어요.”

전편이 워낙 큰 사랑을 받은 탓에 장첸(윤계상) 캐릭터와의 비교 역시 불가피했지만 손석구는 자신만의 색깔로 새로운 빌런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장첸을 능가하는 새로운 악역이자, 한국영화 사상 오래도록 회자될 기념비적인 빌런의 탄생이다.

“장첸 캐릭터를 이어야 한다는 부담은 없었어요. 주변에서도 ‘네가 메인 빌런이면 장첸보다 잘 해야겠네?’ 그런 말을 많이 들었는데요, 그냥 저는 하던 대로 했어요. 2편이지만 하나의 독립된 영화라고 생각했고요. 이번 작품에서 제 역할은 딱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관객들이 마석도의 듬직한 등 뒤에서 ‘아 저 사람 잡고 싶다!’ 그런 마음이 들게끔 하는 것이죠. 등장할 때마다 무서운 임팩트를 주다가 마지막에 통쾌한 액션으로 악인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게 제 몫이었어요.”

손석구의 강렬한 변신이 통한 걸까. ‘범죄도시2’는 개봉 8일 만에 450만 관객을 돌파하며 팬데믹 이후 한국 영화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했다. 실관람객들의 호평에 입소문까지 터진 만큼, 당분간 ‘범죄도시2’의 흥행은 계속될 전망이다.

“‘범죄도시2’의 매력은 한마디로 ‘단짠단짠’(단맛+짠맛)이죠. 무서울 때 확실히 무섭고 웃길 때 확실히 웃겨요. 중간이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시원한 게 매력이에요. 주변에서 ‘등을 붙이지 않고 한번에 다 봤다’고 하는데 저도 그랬어요. 일단 시작되면 100m 전력질주하듯 달리는 기분이 드는 영화에요. ‘범죄도시2’의 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죠. 감독님도 끊임없이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면서 절대 멈추면 안 된다고 강조하셨고요. 그런 매력이 매우 잘 살아있는 영화라 많은 사랑을 받는 것 같아요. 정말 감개무량해요. 저도 아이맥스로 다시 한번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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