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부산 사직야구장. 롯데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이 곳의 별명은 '사직노래방'이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가 찾아온 이후, 이곳에서 팬들의 노래는 멈췄다.

박예진 치어리더.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박예진 치어리더.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하지만 2022년 4월 22일. 육성응원이 다시 허용됐다. 전국에서 가장 열정적인 롯데팬들은 야구장을 꽉 채우며 뜨거운 열기를 롯데 선수들에게 불어넣었다. 그 결과 롯데는 올 시즌 순위 싸움을 벌이며 롯데팬들을 설레게 만들고 있다.

롯데는 특히 최근 두산 베어스와의 3연전에서 고승민의 9회 2사 후 역전 스리런 홈런으로 극적인 위닝시리즈를 달성했다. 6위를 기록 중이지만 3위 키움 히어로즈와의 격차는 불과 1게임 차다. 2위 LG 트윈스와의 거리도 3게임 차에 불과하다. 오랜만에 '구도' 부산이 들썩이고 있다.

잘 나가는 롯데에게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롯데 응원단이다. 롯데팬들과 호흡하며 선수들에게 형용할 수 없는 힘을 전달하는 치어리더야말로 시즌 초반 롯데 상승세의 주역이다.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사직 수지' 박예진 치어리더를 만나 육성응원이 재개된 소감과 최근 롯데 상승세,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예진 치어리더.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박예진 치어리더.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박예진 치어리더가 데뷔했을 때… 롯데는 최하위였다

"어렸을 때, TV에 나오는 음악프로그램에 맞춰 노래를 따라불렀다. 나중에 커서 춤추고 노래하는 언니가 될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학과도 자연스럽게 실용음악과로 갔고 친구의 추천으로 치어리더에 도전하게 됐다"

2018~19시즌 프로농구 부산 KT 소닉붐 치어리더로 활동한 박예진 치어리더는 2019시즌 사직야구장에 입성한다. 야구에 대해서 잘 몰랐던 박예진 치어리더에게 사직야구장은 새로운 것 투성이었다. 응원 동작을 외우기에도 바빴던 시절, 롯데는 최하위를 기록 중이었다.

자칫 새로 일을 배우는 박예진 치어리더에게 힘이 빠지는 순간일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사직야구장에 울려퍼지는 롯데팬들의 함성이 너무 좋았다.

박예진 치어리더는 "'응원하면 롯데'라는 말을 항상 들었는데, 정말로 사직구장에 팬들이 많으시고 응원 열기 자체가 달랐다"며 "파울공을 애기한테 안 주면 '아주라'고 말하고 특유의 부산 사투리와 견제할 때 '마'라고 외치는 것도 롯데팬들만의 매력이었다. 팀이 경기가 잘 안 풀릴 때, 팬분들이 화내시는 말투마저 재밌고 유쾌했다"고 신인 시절인 2019시즌을 회상했다.

박예진 치어리더.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박예진 치어리더.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팬들의 함성이 멈춘 2020시즌… "백수가 되는 줄 알았죠"

그런데 2020시즌을 앞두고 코로나19가 찾아왔다. 프로농구와 프로배구는 시즌을 조기 종료했다. KBO리그만큼은 시즌을 5월 5일 시작했지만 무관중 경기가 펼쳐졌다. 관중이 없으니, 치어리더들의 정체성도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박예진 치어리더는 "(농구가 끝나고 야구 시즌이 시작할 때까지) 2,3개월 동안 (경기장에) 나오지 못했다. '직업이 없어지면, 백수가 되면 어떻게 하지' 이런 걱정도 했다"며 "이후에 관중이 들어와도 10% 수준이었고 육성응원도 못했다. 관중들보다 빈 좌석이 더 많으니 안타까웠다"고 그때를 회상하며 진한 아쉬움을 표시했다.

백신이 개발되면 나아질 줄 알았던 코로나19는 2년이 넘도록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 세월동안 관중수를 늘리기는 했지만 육성응원 금지에 대한 빗장은 풀리지 않았다.

박예진 치어리더는 “(야구가) 조용한 스포츠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런데 육성응원 금지가 이어지니) 뭐 이런일이 다 있을까싶었다. 특히 이기든 지든 분위기가 똑같으니까 야구의 맛이 떨어졌다”고 회상했다.

박예진 치어리더. ⓒ롯데 자이언츠
박예진 치어리더. ⓒ롯데 자이언츠

▶재개된 육성응원-사직구장 만원관중, 이게 야구고 롯데다

다시 야구장의 팬들의 함성이 들린 것은 4월 22일이다. 드디어 육성응원이 허용됐다. 롯데는 육성응원이 풀리자마자 삼성 라이온즈와의 3연전을 모두 싹쓸이했다. 이후 선두 SSG 랜더스와의 3연전에서 1승 1무 1패로 경쟁력을 보여주더니, LG와의 잠실 원정 3연전을 스윕해 2위까지 올랐다. 4월 30일 잠실구장엔 롯데 원정팬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며 2만3018명의 관중이 들어왔다. KBO리그에 위기론이 쏙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한 번 불이 붙은 롯데팬들은 사직구장을 다시 '사직노래방'으로 부활시켰다. 선수들의 응원가를 부르고 점수를 낼 때면 '돌아와야 부산항에'를 떼창했다. 상대팀 투수가 견제를 할 때면 '마', 롯데팬들의 날카로운 외침이 들려왔다. 지난 6일과 7일 사직구장에서는 2만2990명이 사직구장을 찾았다. 3년만에 만원관중이 이틀 연속 사직구장을 꽉 채운 것이다.

육성응원에 관련한 질문을 던질 때마다 박예진 치어리더의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사직 수지’의 미소가 햇살보다 환하게 사직야구장을 비췄다.

박예진 치어리더.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박예진 치어리더.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박예진 치어리더는 "육성응원을 들으니까 '이게 야구고 롯데지'라는 생각에 관중분들과 같이 텐션도 높아졌다. 열기도 엄청났다"며 "이대호 선수의 등장음악인 '대~호'가 가장 다르게 느껴졌다. '대~호'를 외치면 경기장이 울리고 웅장해진다. 멋있다"고 롯데팬들의 육성응원을 반겼다.

"롯데팬들은 유독 호응을 잘 해주신다. 다른팀 치어리더를 하다가 롯데에 합류한 치어리더들도 '괜히 롯데 응원을 최고라고 하는 것이 아니구나'라고 말한다. 이런 뜨거운 호응을 볼 때마다 롯데팬들이 육성응원을 얼마나 기다리셨을까 싶다"

[인터뷰 下]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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