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지창욱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지창욱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넷플릭스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당신, 마술을 믿습니까?”

넷플릭스 시리즈 ‘안나라수마나라’의 글로벌 인기가 심상치 않다.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안나라수마나라'는 11일 기준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세계 4위에 오르며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마술을 소재로 한 뮤직드라마. 다소 낯선 매력을 가진 이 작품은 어떻게 전 세계를 사로잡았을까.

‘안나라수마나라’는 꿈을 잃어버린 소녀 윤아이(최성은)와 꿈을 강요받는 소년 나일등(황인엽) 앞에 어느 날 갑자기 미스터리한 마술사 리을(지창욱)이 나타나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뮤직 드라마다. 하일권 작가의 동명의 원작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이들의 고민을 마술이라는 환상적인 요소로 풀어내 많은 이들의 ‘인생작’으로 불린다.

“‘안나라수마나라’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에요. 가난, 돈, 성적, 꿈,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메시지에 초점을 맞추면 훨씬 따뜻하고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지창욱이 연기한 리을은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미스터리한 마술사다. 버려진 유원지에서 살아가는 그는 고된 현실에 힘들어하는 윤아이에게 특별한 순간을 선사한다. 하지만 그의 주변엔 늘 의문의 사건들이 따라다니고, 온갖 오싹한 소문이 나돌아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한다. 지창욱은 수개월 동안 마술, 노래 연습에 매달리며 자신만의 리을을 만들었다.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은 프리 프로덕션 단계부터 원작에 표현된 마술 중 실사로 구현 가능한 마술을 고르고 연출팀을 꾸려 작품에 어울리는 마술 콘셉트를 완성했다.

“노래와 마술이 필수라서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는데요, 마술은 3~4개월 정도 연습했어요. 마술 디자인을 도와주신 이은결 님을 온전히 믿고 갔죠. 상대방에게 들키지 않고 마술사처럼 보이는 스킬이나 뻔뻔함 같은 게 필요했어요. 또 손동작이나 시선, 어떤 타이밍에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디테일하게 신경 쓸 게 많았어요. 카드 마술 두 가지 정도는 완벽하게 습득했고요. 친구들한테 보여주면 다들 신기해해요.(웃음)”

‘안나라수마나라’는 상처받은 마음과 꿈에 대한 고민을 품고 사는 모든 이들을 음악과 마술로 끌어안는다. 오프닝부터 시작되는 뮤지컬 형식의 전개, 일상과 환상의 경계를 오가는 듯한 연출, 신비로운 마술 등 극 전반을 채운 요소들은 새롭지만 다소 낯선 감상을 안기기도 한다.

“어려웠던 작품이에요. 리을이는 어떻게 보면 현실적인데 가끔 정신이상자 같기도 하잖아요. 재밌지만 어려운 인물이라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쌓아갔어요. 보통 연기할 때 ‘이 사람이 왜 이런 행동을 할까?’ 의문을 갖고 접근하는데 이번엔 아무 의문 없이 온전히 감정에만 집중했어요. 리을이가 즐거우면 즐거운대로, 화나면 화나는 대로 그저 그 상황에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담으려고 했어요. 원작의 리을이가 너무 멋있어서 외적으로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하기도 했어요. 원작처럼 머리를 짧게 자를까 염색을 할까 여러 의견을 나눴는데 결국 우리만의 캐릭터를 재창조하자는 결론을 내렸죠.”

'안나라수마나라'는 어른들의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이와 성공한 삶만이 정답이라고 배워온 아이가 철없는 어른을 만나 서로의 결핍을 치유하고 채워나가는 과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같은 내용이 지창욱에게 더 크게 닿았던 건, 어린 시절의 기억이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덕분에 리을이와 아이의 감정에 공감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제 이야기 같았어요. 심리적으로 힘든 순간은 항상 있었어요. 학창시절엔 학업 스트레스가 심했고 돈 때문에 고민한 적도 있어요. 어떻게 보면 평범하게 자랐지만 또 어떻게 보면 힘들게 자랐고요. 아버지가 좀 일찍 돌아가셨고 홀어머니와 자랐거든요. 거기서부터 상실감이 있었고 현실이 쉽지 않다는 걸 어린 나이에 좀 빨리 느꼈던 것 같아요. 어릴 적 생각하면 약간 우울감이 있어요. 다행히 어머니의 사랑으로 극복했죠. 이제 저한테 의지하시는 어머니를 볼 때면 어른이 됐다고 느끼기도 해요. 그래서 대본 속 리을이나 아이를 보면 제 얘기 같았고 응원해주고 싶었어요. 분장실에 들어가는 순간 즐거웠어요. 진짜 놀이공원 가는 기분처럼 설렜고 작업 자체가 힐링이었죠.”

‘안나라수마나라’는 대중적인 스타일의 작품은 아니다. 배우로서 흥행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지창욱은 도전을 택했고 ‘안나라수마나라’는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창욱은 “흥행 성적 때문에 도망칠 생각은 없다”며 소신을 밝혔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항상 있어요. 근데 도망치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지금까지 데뷔 이후에 잘된 작품도 있지만 성적이 안 좋았던 작품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 작품들 또한 저한테는 큰 도움이 됐고 기회였어요. 성공만 따라가기보다 제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는 게 최고라는 생각이 들어요. ‘안나라수마나라’는 나를 깨기 위한 새로운 시도였어요. 배우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몸에 새겨넣은 듯한 느낌도 들어요. 저를 만들어준 작품으로 남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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