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폰트 회사 '산돌', 자사 기술 이용 '산돌메타랩' 설립
한글의 무한함 이용한 새로운 개념의 NFT 'TYPY' 론칭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정보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컴퓨터를 통한 문서 업무가 보편화 된지 어느덧 20여 년이 흘렀다. 아무 생각 없이 문서에서 ‘폰트’라고 부르는 글꼴들은 의외로 중요도가 크다.

그럼에도 이러한 글꼴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어떤 회사에서 만들었는지에 대한 관심도는 낮다. 그 예로 ‘굴림체’가 일본에서 제작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전무할 정도다.

굴림체는 신문 조판과 도서 인쇄 등을 위해 사진식자기와 식자판이 국내에 도입되는 시기 일본의 양대 사진식자 기업이었던 샤켄과 모리사와에서 한국에 식자기를 판매하기 위해 대한민국 1세대 서체 연구자이자 디자이너인 최정호 선생에게 한글 서체의 원도를 의뢰해 탄생한 글꼴이다.

이런 이유로 굴림체의 라이선스를 비롯한 인쇄에 필요한 식자기와 식자판까지 모두 일본에서 수입해야 한다. 

석금호 산돌 창립자(현 산돌 의장)는 이같은 상황에 ‘자력으로 한글 서체를 개발해 보급하겠다’는 신념으로 1984년 대학로 작은 골방에서 ‘산돌타이포그라픽스’를 설립했다.

산돌이라는 기업에 의해 탄생한 것이 바로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맑은 고딕’이다. 이 외에도 650여 종의 주요 폰트를 직접 개발하면서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문서작업 분야에서는 여기저기 스며들어 있는 기업이다.

한국 최초의 폰트 기업 산돌은 2014년 국내 최초 암호화 기술 기반의 구독형 폰트 플랫폼인 ‘산돌구름’을 선보여 폰트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을 시작했다. 

국내 최대의 폰트 서비스 플랫폼 산돌구름은 현재 22개의 국내외 폰트 기업 및 스튜디오가 입점해 있으며 10개 국어 2만여 종 이상의 폰트를 제공하고 있다.

조성민 산돌메타랩 대표 ⓒ산돌메타랩
조성민 산돌메타랩 대표 ⓒ산돌메타랩

산돌은 지난해 4월 자사의 기술을 활용하는 ‘산돌메타랩’을 설립하며 또한번 도약에 나섰다. 산돌메타랩은 산돌이 가진 지식재산권을 활용해 기술적인 사업화를 이루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다. 

이 회사는 지난해 딥러닝을 활용해 사진으로 폰트를 알아서 찾아주고 구매페이지까지 연결해주는 AI 모델 개발을 끝냈다. 최근 한글폰트 기반의 글로벌 NFT 프로젝트 ‘TYPY(티피)’도 공개하면서 본격적인 사업 진출을 알리고 있다.

◆ 작지만 큰 기업 ‘산돌메타랩’

산돌메타랩은 조성민 대표를 필두로 현재 개발자들이 중심인 신생 기업이다.

조성민 산돌메타랩 대표는 “우리는 일단 기술 회사라고 볼 수 있다”며 “기술 개발을 중심으로 모회사 산돌의 콘텐츠나 지식재산권을 활용한 기술들을 활용한 사업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회사를 소개했다.

이어 “이번에 새롭게 론칭한 티피는 지난해부터 한글을 주제로 NFT 분리, 결합 등 고도화된 블록체인 기술개발 및 디앱(Dapp, 탈중앙화 앱) 연구개발을 통해 만들어졌다”면서 “한글을 기반으로 하는 단어 만들기 게임을 개발했다고 보시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첫 번째 프로젝트가 암호화폐 이름 만들기”라며 “NFT가 디지털 재화에 대한 고유성을 인정하는 것인데, 티피는 한글의 특성에 맞게 NFT를 접목시켜 진행하는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1개당 20달러에 무작위로 총 1만 개 자음과 모음을 민팅((Minting: NFT를 발행하는 것으로 그림, 영상 등의 디지털 자산의 NFT를 생성하는 것)할 계획”이라며 “계획대로라면 약 20만개, 2억달러의 수익이 나온다고 단순 계산할 수 있다. 이 수익들 대부분은 다시 리워드(보상)로 구입자들에게 돌아간다”고 밝혔다.

이어 “구매자들은 나온 단어들을 조합해 특정 단어들을 만들 수 있고, 필요 없는 것은 2차 마켓을 통해 교환하거나 사고 팔 수 있다”며 “예를 들면 ‘비트코인’이란 정해진 특정한 단어를 만들면 4000달러의 보상을 해주는데, 이것에 필요한 단어들을 구매를 통해 뽑거나 2차 마켓을 통해 사고 팔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성민 산돌메타랩 대표 ⓒ홍성완 기자
조성민 산돌메타랩 대표 ⓒ홍성완 기자

◆ 한글 기반 최초의 ‘분해’ 기능

사실 NFT 자체는 그렇게 특별할 것이 없다. 문제는 NFT의 가치부여다.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는 뜻을 가진 NFT의 이름에 걸맞게 희소성을 가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다른 것들과 차별화되야 한다.

조 대표는 “그 동안 NFT는 조합의 개념만 있었다. 예를 들어 고양이 두 마리를 교배시키면 새로운 형태의 고양이 한 마리가 나오는 방식”이라며 “그런데 분해 기능은 지금까지 없었다. 티피는 한글의 특성을 이용해 분해 기능이 들어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시 비트코인이란 단어를 예로 들면, 일단 단어를 완성하면 이미지 형태로 하나가 되고, 그것을 분해기에 넣으면 다시 자음(ㅂ, ㅌ, ㅋ, ㅇ, ㄴ)과 모음(ㅣ, ㅡ, ㅗ, ㅣ) 9개로 분해가 된다”며 “효용성을 주기 위해 특정한 단어를 만들면 차등적으로 보상하고, 단어 하나당 2명밖에 만들 수 없도록 시스템이 구성돼 있다”고 밝혔다.

TYPY의 NFT 자모음 ⓒ산돌메타랩 홈페이지
TYPY의 NFT 자모음 ⓒ산돌메타랩 홈페이지

산돌메타랩은 티피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 대부분을 구매자들에게 다시 보상의 개념으로 돌려준다. 그렇다면 회사 차원의 수익은 어떻게 추구하게 될까.

조 대표는 “우리는 본사 사업에 맞춰 ‘크리에이터 콘텐츠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이번 티피 프로젝트는 크리에이터들에게 뭔가 도움을 주고 생태계에서 자생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그에 대한 기반을 만드는 첫 걸음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차 마켓에서 거래가 이뤄지면 약간의 수수료를 받을 예정”이라며 “수익에 대한 것은 티피 프로젝트가 활성화되면 업체들과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혜택을 주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예를 들어 티피를 통해 제품의 이름이나 업체의 이름을 만들면 그에 대한 보상을 주는 이벤트를 추진하는 방식이다”면서 “하지만 당장에는 크게 수익을 기대하고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아니다”고 말했다.

ⓒ산돌메타랩 TYPY 홈페이지
ⓒ산돌메타랩 TYPY 홈페이지

산돌메타랩의 이번 티피 프로젝트의 주요 대상은 NFT와 블록체인 관련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다.

조 대표는 “우리는 아직까지 구매 타깃층을 국내 일반 사용자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며 “우리가 활용하는 시스템은 ‘폴리곤’과 ‘메타 마스크’인데, 이는 일반인들보다 코인투자자나 IT 투자자들에게 많이 알려진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렇기에 첫 번째 에디션(한정판)에 대한 리워드를 가상화폐 이름 만들기로 한 것이다. 마케팅도 가상화폐 관련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앞서 설명했던 여러 가지 이벤트들이 활성화되고 이를 바탕으로 2차 마켓이 점점 활성화된다면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순환되는 생태계가 완성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생태계를 꿈꾸다

조 대표는 향후 회사의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갔다.

그는 “2차적으로는 영어 폰트를 이용한 NFT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똑같이 단어 하나하나를 민팅하도록 할 계획인데, 단어를 만드는 게 아닌 예술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형태의 폰트를 판매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코인도 발행해 크리에이터들이 자신의 작품을 사고 파는데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플랫폼이 되도록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모기업 산돌은 ‘크리에이트 콘텐츠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강조한다”며 “우리는 우리의 폰트를 쓰는 사람들을 모두 크리에이터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폰트뿐만 아니라 이미지 응원 영상, POD 출판 등 콘텐츠 개발을 위한 여러 가지 자원들을 원스톱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힘 줘 말했다.

마지막으로 조 대표의 최종적인 목표에 대해 물어봤다.

그는 “우리는 크게 보면 사업이 AI와 블록체인 두 가지 파트”라며 “이 기술들을 발전시키면서 실제 사업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윈도우에서 쓰는 맑은고딕뿐만 아니라 네이버 폰트, 배민에서 쓰는 배민체 등 다양한 곳에서 산돌의 폰트가 쓰이고 있음에도 아직 사람들은 산돌을 잘 모른다”며 “마케팅적인 부분에서도 산돌메타랩이 모기업과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서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갈 생각”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산돌 창업자이신 석금호 의장을 비롯한 CEO들은 항상 ‘사회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우리가 해야 된다’면서 사회적 기업의 역할을 강조한다”며 “특히, 우리 한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에 대해 많이 알리고자 하는데, 거기에 일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5일부터 29일 5시까지 열린 티피의 NFT 첫 번째 컬렉션 격동고딕 폰트 민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

격동 고딕 시리즈는 자음 4890개, 모음 5110개 등 총 1만개의 NFT가 풀렸다. 25일에는 미리 응모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선공개를, 27일부터 29일까지는 일반에게 공개해 민팅을 진행했다.

산돌메타렙 관계자는 “특별한 혜택이 지급될 티피 NFT 레어리티 조합 중 레전더리, 에픽 단어들은 모두 판매가 완료됐고 그 외 유니크나 슈퍼레어 단어들도 대부분 판매가 완료됐다”며 “티피 NFT 조합을 위한 자모음은 오픈씨에서 구매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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