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준·강하늘은 중심이 바로 선 훌륭한 배우들"

영화 '청년경찰'로 상업 영화 데뷔 나서

개봉 5일 만에 200만 관객 육박

"열정과 패기 넘치는 청년들 이야기에 자꾸 관심이 가"

'택시운전사'·'군함도' 등 대작과 경쟁서 선전

'청년경찰'을 연출한 김주환 감독이 스포츠한국과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이규연 기자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한다면 좀 과하다 싶을 수도 있겠지만 대작들이 쏟아져 나온 올 여름 스크린 경쟁에 나서는 '청년경찰'은 '택시운전사'와 '군함도'에 비하면 체급이 작은 영화다.

영화 '코알라'로 호평을 받은 김주환 감독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자 '로맨틱 남사친'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20대의 여심을 붙들고 있는 스크린 유망주 박서준과 영화 '스물', '동주' 등으로 충무로에서 신뢰를 획득한 강하늘이 뭉쳤다.

'청년경찰'이라는 제목처럼 청년들이 패기로 뭉친 이 영화는 제작비만 2, 3배이고 충무로 최고의 난다 긴다 하는 감독과 배우가 뭉친 군함도'와 '택시운전사'를 상대로 개봉 5일 만에 200만에 가까운 관객을 모아 파란을 일으키며 2017년 영화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청년경찰'은 특별한 목적의식 없이 경찰대에 입학한 두 명의 경찰대생이 우연히 한 여성이 괴한들에 납치되는 사건을 목격한 뒤 사건 해결에 나서는 과정을 그렸다. 코믹과 범죄물 장르가 결합된 '청년경찰'을 향한 20대 관객들의 호응과 지지는 대단하다.

'청년경찰'의 연출자인 김주환 감독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모두가 제작비 150억, 220억 대작과 여름 시장에서 만나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고 우려를 던질 때 청년들은 과감히 나섰고 그 결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청년경찰'을 연출한 김주환 감독이 스포츠한국과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이규연 기자
- 강하늘 이야기로는 매 신마다 초를 재가며 촬영했다던데. 독특한 기법이다. 이유가 뭔가.

▲ 신별로 초 단위 계산을 하는 게 새로운 기법은 아니다. 데이빗 핀처 감독도 그렇게 한다더라. 제 전작 '코알라' 때도 그렇게 했다. 10초, 20초 단위의 계산이 중요했던 건 우리 영화의 장점이 애드리브이기 때문이다. 역사적 서사가 아닌 하룻밤 사이에 일어나는 전개가 빠른 이야기고 러닝 타임은 100~110분 이내여야 했다. 두 배우의 호흡이 워낙 좋아서 이들이 만들어낸 좋은 장면이 추가되면 어떤 부분은 빼내야만 했다. 지루하지 않을 러닝타임을 만들어야 했고 이번에 그런 방식으로 촬영한 게 효과가 컸다. 초 단위로 계산하며 촬영하다보면 비어 있는 장면이 눈에 잘 띈다. 그것도 편집에 도움이 된다.

- '코알라'에서도 취업 때문에 힘들어 하다가 창업에 나서는 청년 세대 이야기를 그렸고 '청년경찰'에서도 꿈 없이 살던 두 청년이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유독 청춘들의 이야기에 끌리는 이유는.

▲ 청년들에 자꾸 관심이 가는 이유는 그들이 젊어서만은 아닌 것 같다. 세상에 타협하지 않고 때 묻지 않은 미생인 존재이기에 늘 관심이 간다.

- 시나리오만 3년을 썼다고 했다. 애초 경찰대생에 대한 이야기를 그릴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었나.

'청년경찰'을 연출한 김주환 감독이 스포츠한국과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이규연 기자
▲ 입봉 감독들이 만들 수 있는 소재가 많지 않다. '조폭이나 경찰 없으면 영화를 못만드냐'는 비판이 많지만 창작자의 고민이 없어서가 아니다. SF는 돈이 워낙 많이 들고 사극에 도전하려면 중견 감독 이상 돼야 제작비가 투자된다. 장르는 범죄물 특히 실종수사극으로 정했고 특히 지금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리려 했다. 그런 지점에서 동기를 찾았다. 범죄 장르를 쓰기 위해 공부를 해야 했다. 경찰청에 들어가면 다양한 통계가 있는데 경찰대생이 나오는 만큼 주인공들이 강력한 범죄, 무거운 범죄와 싸워야 했다. 그동안 만들어진 영화들만 봐도 납치 범죄물,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실종 수사극은 굉장히 보편적인 장르다. '테이큰', '아저씨', '추격자' 모두 같은 장르다. '괴물'도 없어진 딸을 찾아나서는 실종수사극이다. 그 장르가 큰 틀이 됐고 거기에 청년극이 만났다. 사실 상업영화라는 건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영화화 과정에서 관계된 사람들이 손을 들어줘야 한다.

- 극 중반까지 코미디와 두 경찰대생의 성장담으로 흐르다가 사건이 급작스럽게 일어난다. 너무 우연적인데.

▲ 관객들이 사건의 발생을 작위적으로 느낀다면 전적으로 연출자인 제 잘못이다. 하지만 실제로 범죄가 눈앞에서 불시에 일어난다. 대낮에 밴이 여성을 납치해도 아무도 못 쫓는다. 그게 범죄다. 시나리오를 17, 8고까지 쓰면서 납치의 피해자를 주인공의 여동생, 또는 아는 후배 등으로도 설정해봤지만 그런 버전에도 함정이 어마어마 했다. '주인공의 입장에서 보자. 논현동 뒷골목에 실제 범죄가 도사릴 법한 혼자 다니기 싫을 골목을 찾자. 강남의 빛이 닿을 만한 공간을 찾자'라는 관점으로 영화 속 공간과 사건이 나왔다. 최선책이었다고 말하기는 뭐하지만 100분 안에 모든 것을 넣으려면 결과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다. 두 주인공 입장에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진행했다.

- 20대 주인공들이 이 정도로 호흡이 좋은 버디물은 오랜만이다.

▲ 박서준, 강하늘은 정말 착한 배우들이다. 배우라는 직업이 소문과 업계 평판에 민감한 직업 아닌가. 워낙 칭찬이 자자한 두 사람이었고 서로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 막상 만나보고 더 놀란 눈치였다. 감독들 중에는 남자 주연이 두 명일 때 경쟁시키는 경우도 있겠지만 저는 반대로 갔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많이 하고 대사를 공백으로 두고 두 배우가 상의하게 했다. 내가 대사를 아무리 잘 써도 박서준, 강하늘 입을 통해서 나온 것보다 좋을 수 없다. 멋있는 대사를 욕심내기 보다는 '정말 리얼하구나' 소리를 듣고 싶었다. 진짜 친구 같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너무 많은 욕심은 모든 걸 파괴 할 것 같다고 봤다.

- 박서준은 액션과 감정 연기가 둘 다 되는 엄청난 강점을 지녔던데.

▲ 3년이나 쓰고 또 쓴 시나리오를 박서준에게 제안했을 때 단 일주일 만에 출연하겠다는 답이 왔다. 내 전작 '코알라'를 좋게 봤다더라. 본인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인 가족, 친구와의 우정 등을 되새겨줘서 좋다고 했다. 내 시나리오를 알아봐 줘 고맙고 또 기준이는 정말 하드캐리해야 하는 인물인데 박서준의 큰 키와 오랜 운동으로 다져진 몸 등 신체적 장점도 영화에 큰 도움이 됐다. 박서준을 츤데레로 많이들 아시는데 정말 따뜻하고 속정이 깊다. 어떨 땐 건방져 보이거나 시크해 보일 때도 있지만 자기 사람들에게 정말 잘 한다. 일단 가식이 없다. 현장에서는 날카롭고 예리하고 똑똑하다. 인간적으로는 의리 있고 심장이 단단하게 바로 선 배우다. 강하늘이 영화 경력은 박서준에 비해 훨씬 앞서지 않나. 하늘 씨가 현장에서 스태프들에게 굉장히 잘 하는 편이다. 어느 날 박서준도 강하늘의 장점을 보고 배웠더라. '박서준이 페르소나가 되면 어떻겠냐'는 질문울 받은 적이 있는데 저로서는 땡큐다. 정말 오래 같이 가고 싶다.

- 강하늘은 미담 사례로 널리 알려졌지만 연기를 보면 굉장한 욕심이 보인다.

▲ 강하늘도 굉장히 똑똑한 배우다. 어릴 때 서울 올라와서 배우 한다며 눈물도 많이 삼킨 걸로 안다. 정말 열심히 살았더라. 배우라는 일 자체가 캐릭터를 이해해야 하기에 다른 사람들의 감정 상태를 잘 알아야 하는데 하늘 씨는 이 능력이 뛰어나다. 연기를 잘 하는 포인트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 사실 리액션이 클수록 어떤 장면에서 속된 말로 '따 먹을 수' 있는데 어떻게 하면 그 장면에서 돋보일 수 있는지 알면서도 자제를 하더라. 두 사람 모두 훌륭한 배우들이다.

- 여성 캐릭터를 소모적으로 다뤘다는 논란도 제기됐다.

▲ 어떻게 보면 경찰에서 가장 앞서 가는 캐릭터가 박하선이 연기한 메두사 선배인데 그런 의견들이 나오는 건 극 중 피해자들 때문인 것 같다. 납치 범죄의 대부분 피해자가 유아 아니면 여성이다. 실제 2006~7년에 있었던 난자 브로커 사건을 참고로 했다. 돈이 없는 여자 애들에게 브로커가 가격을 책정해주고 난자 공여라는 이름하에 불임 여성에게 연결해주다가 기소된 사건이다. 장기 매매 등의 레드 마켓을 조사해보면 난자뿐만 아니라 장기를 공여 받는 사람들도 누구에게서 기증된 것인지 알지 못한다. 인간의 본능에 '나만 죽지 않으면 된다'는 속성이 있지 않나. 영화속 사건을 바라보는 제 시선보다 중요한 건 인간의 본능에 기생한 범죄들이 현실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두 주인공들이 경찰대를 뛰쳐나와 사건 해결에 나서기 위해서는 극악한 존재와 부딪혀야 된다고 생각했다.

가출 소녀들을 생각해보자. 그런 어린 아이들이 희생될 때 아무것도 못하는 세상 아닌가. 오히려 이번 기회에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체크해보면 어떨까 싶다. 영화 속 범죄야 현실에 없지만 유사한 사건들을 체크하고 세상을 점검해 볼 수는 있지 않을까. 현실 속에 영화 속 청년경찰 같은 청년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사람이 나이 들어가면 누구나 찌들 지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열정과 희망을 가진 사람이지 않나.

- '추격자'나 '신세계'에 이어 조선족의 묘사가 클리셰라는 반응이 있다.

▲ 영화적 장치로 이해해주면 좋겠다. 조선족 우두머리 영춘(고준)이 누구에게 돈을 받는지 보라. 산부인과 원장 아닌가. 범죄는 가난에 기생하고 그 범죄를 저지르게 하는 수요자들이 있다. 그 수요자들은 돈을 많이 가지고 있고 '최고'만을 지향한다.

- 조선족 거주지 촬영 장면에서 영화 '아수라'나 '무뢰한' 속 미장센이 떠오르더라.

▲ 밤거리나 골목 장면은 서울의 중구나 세운상가 인근서 찍었다. 대림동에서 촬영한 장면도 있다. 느와르적 간지가 욕심이 나긴 했는데 우리 영화의 색채와 맞추려면 너무 어두워져서는 안됐다. 톤앤매너를 맞춰야 했다. 경찰대학교 장면은 실제 충남 아산의 전 경찰대학 부지에서 촬영했다. 정말 운이 좋았다.

- 박서준, 강하늘 어느 한 사람에게도 비중이 치우치지 않고 고른 시선을 준게 인상적이다.

▲ 이번 영화를 만들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이다. 하지만 여성 캐릭터나 조선족 묘사 등의 비판은 받았을지라도 주인공이 누구냐는 소리는 거의 못 들어봤다. 박서준이 '짭새야'로 관객의 배꼽을 붙들어준다면 강하늘이 잇몽을 드러내며 웃으며 또 관객을 웃기는 장면이나 액션을 하는데 있어서도 고른 시선을 안배했다.

- 김주환 감독 스스로 생각하는 강점은.

▲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게 내 장점인 것 같다. 이번 영화도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게 만들었다. 어떤 상황을 만들기 위해 코미디도 공포도 스릴러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 아닐까.

- 영화감독을 언제부터 꿈 꿨나.

▲ 중학교 때 디즈니에 가서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뉴질랜드로 혼자 유학을 갔다. 고교 시절은 미국에서 보냈고 대학 전공은 조지타운 대에서 외교정치학을 공부했다. 외교정치학과 영화가 무슨 관련이냐고 물으실 수도 있는데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연구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학문이 없다. 한국으로 돌아와 공군에서 복무한 뒤 투자배급사 쇼박스에 입사해 홍보와 투자 쪽에서 6년 일했다. 중학교 때 이후 한 번도 영화를 포기한 적은 없다. 회사에 다니면서 틈틈이 시나리오를 썼고 '굿바이 마이 스마일' 과 '코알라' 2편의 독립영화를 만들었다.

- 안정적인 회사에서 영화 제작이나 투자 관련 업무에 만족할 수도 있었을 텐데.

▲ 자기 증명을 해보이고 싶었달까. "너는 절대 영화 감독이 안될 거야"라고 말하는 분들이 꽤 있었다. 그 분들에 대한 저항 의식도 없었다면 거짓말이다.(웃음) 영화 감독이라는 자리가 어마어마한 책임감을 떠안아야 하는 자리인데 현장의 재미는 말로 다 못한다. 영화를 완성했을 때 관객들과 소통하고 그 반응을 본다는 건 엄청나게 즐겁다. '코알라'를 2012년 서울 독립 영화제에서 상영할 때 주연배우 송유하와 함께 관객반응을 봤는데 우리가 생각한 모든 지점에서 사람들이 웃어주니 정말 기분이 좋더라. 그 때 '힘을내요 병헌씨'로 출품한 이병헌 감독과도 연을 맺었다.

- 박서준과 강하늘이 펼치는 액션신이 아날로그적이면서도 긴장감이 넘친다. 거기에 코믹한 느낌까지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느낌인데.

▲ 이번에 무술 감독으로 입봉한 김준성 감독과 처음부터 이야기한 건 합이 정교하게 짜인 '다찌마와리'는 피하자는 거였다. 기준이는 유도, 희열이는 검도라는 특기가 있는데 그걸 바탕으로 점점 더 잘 싸우도록 만들려 했다. 성룡식 따뜻함과 재미가 있는 액션에서 뒤로 갈수록 위험과 위기도 부딪혀야 하는 드래프트 방식으로 하려고 했다.

- 납치된 소녀들이 갇혀 있는 벌집 신에서 강하늘이 피해자를 찾기 위해 문을 여는 장면에서 공포감이 극대화된다. 코미디로 일관하다가 공포를 직조해 내는 연출법이 독특한데.

▲ 영화의 전체 톤을 코미디 장르에 제한시키지 않고 영화 내용에 맞춰 가려고 했다. 경찰대학 내에 있을 때는 별다른 위기 없이 재미있지만 지루한 학교생활을 해나간다면 범죄 현장의 심장부로 갈수록 조명 톤도 어두워지고 텍스트도 거칠어져야 했다. 범죄의 진상이 밝혀지는 순간에는 참혹함과 무서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해야 했다. 범죄 사건을 가볍게 다뤘다는 평도 들었는데 동의할 수 없다. 주인공들이 그 범죄에 진지하고 심각하게 몰입돼 있다가 정서적 충격을 받아서 학교의 퇴학을 무릅쓰고 나오게 되는 거다. 관객 또한 경각심을 가지는 타이밍이 있어야 한다고 봤다.

- 그동안 본 작품 중 '내 인생의 영화' 3편을 꼽는다면?

▲ 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제리 맥과이어'는 친구와의 우정을 주제로 한 이야기인데 따뜻한 웃음과 정서가 좋은 영화다.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프렌치 커넥션'도 좋아한다. 사실주의적 영화이고 감독이 상황을 주고 배우가 발산하는 즉흥 연기도 많다. 마약범을 잡는 이야기인데 과격하고 격렬한 순간을 향해 나아간다. '청년경찰'을 만들 때 큰 영향을 받았다. '배드 보이즈'도 좋아하는데 슬랭의 사용도 재미있고 정말 웃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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