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를 상대로 거둔 시원한 승리는 '4강 신화'를 이룩한 2002 한일 월드컵의 힘찬 출발을 떠올리게 한다.

16강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 첫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다는 점과 '넘지 못할 벽'으로 여겨진 유럽 팀을 완파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공교롭게도 점수 차까지 같다. 대표팀은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폴란드를 2-0으로 꺾고 4강 신화의 초석을 놓았다.

차두리(프라이부르크)는 그리스전을 마친 후 "2002년에는 홈 관중의 힘이 크게 작용했지만 이번에는 선수들의 힘으로만 거둔 승리"라고 8년 전과 현재를 비교했다.

한 경기 만을 놓고 모든 것을 평가하기에 이른 감이 있지만 차두리의 말대로 '허정무호'가 그리스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히딩크호' 시절 이상이라고 평가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당시와 비교해 한결 날카로워진 공격력이다. 한국은 그리스를 시종 일관 몰아붙였다. 오토 레하겔 그리스 감독이 "두 골 차였지만 사실상의 대패다. 후반 막판 운이 좋아 실점하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로 한국은 많은 득점 찬스를 잡았다.

플레이 메이커 기성용, 오른쪽 날개 이청용은 '히딩크호' 시절에는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선수다. '히딩크호'의 중앙 미드필더였던 유상철과 김남일은 기성용과 달리 수비적인 임무에 초점이 맞춰졌었다. 이청용은 2002년 당시의 설기현, 박지성에 비해 스피드와 개인기에서 앞선다.

자신감과 경험에서도 '허정무호'는 '히딩크호'에 비해 비교 우위에 있다.

2002년 베스트 11 중 유럽 리그에서 활약하던 이는 안정환과 설기현 뿐이었다. 반면 그리스전에 선발 출전한 이들 중 5명이 현재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영표는 사우디아라비아 리그에 몸담고 있지만 PSV 에인트호벤(네덜란드)과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에서 산전수전을 겪었다.

'허정무호'와 '히딩크호'의 공통점은 무서운 성장세다. 박지성은 월드컵 개막 전 "2002년 대표팀은 대회를 치르며 성장해나갔다"고 말했고"우리 팀은 경기를 치를수록 발전한다"고 한 허 감독의 말은 스페인, 그리스전을 통해 입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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