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프로배구 대한항공과 우리캐피탈의 경기가 끝난 직후 중구 장충동 장충체육관 인터뷰실.

갑자기 한국 배구의 레프트 거포 계보를 누가 잇고 있느냐는 논쟁이 불붙었다.

대한항공에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0-3으로 완패한 김남성 우리캐피탈 감독이 대뜸 대한항공 레프트 공격수 강동진(27)을 '갈색 폭격기' 신진식(35)의 후계자로 지칭했기 때문이다.

김남성 감독은 "강동진은 신진식 못지않은 선수가 될 것이다. 내가 (강동진이) 한양대에 다닐 때부터 예견했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우리 라이트 쪽 블로킹이 떠봤지만 알고도 막을 수 없었다. 블로킹이 있으면 터치 아웃을 시키고 페인트로 벽 뒤를 노리는 등 완벽한 플레이였다. 신진식 이후 가장 좋은 레프트 공격수"라고 극찬했다.

실업배구 시절부터 삼성화재의 10년 아성을 이끈 신진식은 1970-80년대 강만수(KEPCO45 감독)부터 이어져온 한국 배구 레프트 계보를 이은 거포였다.

김남성 감독이 이례적으로 상대 선수에 찬사를 보내고 나갔지만 정작 대한항공 신영철 감독대행은 냉정했다.

신 감독대행은 강동진에 대해 "잘하고 있고 잠재능력도 있다"며 말을 아꼈다. 오히려 완승은 우리 공격수들 전체의 몫이라고 승리의 공을 골고루 나눠줬다.

강동진은 이날 대한항공에서 다나일 밀류셰프(18점) 다음으로 많은 11점을 올렸고 공격의 질도 좋았다. 시간차는 100% 성공했고 전체 성공률도 64.3%로 최고였다.

하지만 아직 대선배 신진식과 비교된다는 말에는 부담스러워 했다.

강동진은 '어림없다'고 손사래를 치고는 "공격, 수비 모든 면에서 진식이 형을 따라가지 못한다"면서 "다만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하종화, 신진식, 석진욱 순으로 역할 모델이었다"고 말했다.

강동진은 여러모로 모자란다고 하면서도 레프트 계보를 줄줄 꿰고 있었다. 모든 프로배구 선수들의 꿈처럼 계보에 이름을 올리고 싶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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