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으로 떠난 여행, 페루(상)
수백 톤 돌덩이 옮겨 2400m 산 정상에 건설
장쾌한 풍광에 입이 '쩍' 스페인풍 쿠스코도 매력

마추픽추는 '잉카 유적의 완결판'이다. 잉카 최후의 도시로, 깎아지른 안데스 고봉 비탈에 꼭꼭 숨겨져 있던 덕에 스페인 침략군에 의해 파괴되지 않고 남았다. 축조 이유나 과정이 베일에 싸여 있어 더욱 신비롭다.
잉카의 흔적을 좇던 흥분이 마추픽추에 이르러 마침내 '뻥' 터져버렸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봤을 때는 그저 이런 곳도 있구나 싶었는데, 막상 보니 느낌이 완전 딴판이었다. 수십 배는 더 장쾌한 풍광에 눈이 번쩍 뜨였다. 지구 반 바퀴 돌아온 수고는, 짜릿한 전율에 완전히 덮였다. '잉카 유적의 결정판' 이라는 말에도, '세계7대 불가사의'란 표현에도, 보고 나면 수긍할 수 있다.

▲잉카 최후의 공중도시

여행자들, 페루하면 마추픽추 떠 올린다. 의문투성이라 호기심이 발동해서일 거다. 이해 안 가면 더 집착하기 마련이다. 정말 그렇다. 보통의 상식이나 지혜로 가늠하지 못할 것들이 이 유적에는 천지다.

수레바퀴도 없었다는데, 엄청난 크기의 돌덩이(신전에 쓰인 것 중에는 수 백 톤짜리도 있다)를 해발 2,400m 험준한 산비탈까지 어떻게 운반했을까. 수직의 경사로 '벌떡' 서 있는 봉우리를 감안하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셈이다. 산에 있던 바위를 깼다고도 하고, 역사책에서 본 것처럼 통나무를 밑에 깔고 밀어 아래서부터 가져왔다는 설명도 있다. 모두 추측이다. 상상 초월하는 인간 능력의 산물 앞에 경탄만 나온다. 게다가 철기도 없었다는데 어떻게 이렇게 필요한 곳에 딱 맞게 돌덩이를 다듬었는지, 종잇장조차 들어갈 틈 없이 쌓은 솜씨까지 기가 막히다. 'ㄷ'자 형태로 깎은 것도 있고, 길쭉하게 깎아 해시계(인티우아타나)로 쓴 것도 있다.

질서정연함도 출중하다. 유적은 마추픽추(3,000m)와 와이나픽추(2,660m) 봉우리 사이, 비탈에 있다(5㎢). 이 좁고 척박한 땅에 왕궁과 신전, 가옥과 창고 등 건물이 쓰임새에 따라 잘 구분돼 배치됐다. 특히 옥수수 등을 재배하던 밭이 장관이다. 산의 몸통을 깎아 계단식으로 만들었는데, 산 아래까지 아득하다.

올란타이탐보에서 만난 주민
더 놀라운 사실은 발굴된 것이 전체의 30%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나머지 70% 여전히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니 산 파헤치면, 가장 밑바닥까지 밭일 수도 있다. 언젠가는 세상에서 가장 웅장한 규모를 가진 경작지가 드러날지도 모를 일이다. 마추픽추 공사기간은 1450년부터 1540년까지이고, 여기에 살 붙이고 산 사람은 1,000여 명에 달했단다.

흥미로운 것 하나 더 있다. 살던 사람들의 행방이다. 마추픽추는 파괴되지 않았고 버려졌다. 잉카제국(정식 국가 이름은 '타완틴수유'로 알려졌다, 잉카 역시 그들의 언어였던 케추아어로 '왕'이란 의미)은 13세기에 남아메리카 중앙 안데스에서 일어나 16세기 스페인 침략군에 의해 멸망한다. 마추픽추의 용도에 대해서 의견 분분하지만, 제국의 아홉 번 째 왕 파차쿠티의 여름별장이란 것이 유력한 설이다. 스페인 침략군이 쿠스코(당시 잉카제국의 수도)에 있던 파차쿠티의 미라를 불태우자, 살던 사람들이 이곳을 버렸단다. 어디론가 떠났다는데 흔적은 좇을 수 없다.

스페인 침략군은 마추픽추를 끝내 발견하지 못한다. '공중도시'여서 그렇다. 그러고 보면 유적은 산비탈에 있어 산 아래서는 보이지도 않는다. 간신히 정상부에 도착할 때쯤에야 느닷없이 나타난다. 처음에는 우리나라 산성(山城)처럼 보이던 것이, 가까이 갈수록 덩치를 키워 큰 도시가 된다. 하늘에서 보지 않는 이상, 쉽게 찾을 수도 없어 보인다. 그래서 원형이 잘 남았다. 살던 사람들이 떠난 것이 16세기의 일, 이후 400년이나 꼭꼭 숨겨져 있던 것을 영국의 고고학자가 발견한 것이 20세 초반의 일이다. 마추픽추는 '잉카 최후의 도시'로 남았다.

풀리지 않는 신비들이 마추픽추에 열광하게 만든다. 따져보면 잉카제국 자체가 수수께끼투성이다.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서다. 줄을 묶어 의미를 나타내는 '결승문자'를 사용했다지만, 지금 전혀 해독되지 않는단다. 그래서 '~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대부분이다.

유적을 맞닥뜨리는 순간은 극적이다. 해발 3,000m를 넘나드는 안데스 준봉들의 기세가 참 등등하다. 장쾌한 풍경에 눈이 호강한다. 산 하나만 웅장해도 신령스러운데, 이런 산들이 끝없이 이어지니 나중에는 풍경이 숨 멎을 듯 경건하기까지 하다.

쿠스코 중앙광장
▲쿠스코에서 마추픽추까지

마추픽추에 도착하기까지 여러 곳을 거쳤다. 출발점이 된 쿠스코(해발 약 3,400m)는 잉카제국의 수도였다. 잉카와 스페인의 문화가 조화를 이룬 모습이 눈길 가는 도시다. 넓은 베란다와 주황색 기와를 얹은 2층집, 성당과 수도원 등 스페인 풍 건물이 도시 곳곳을 채우고 있다. 그러나 뼈대는 잉카인들이 건설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산토 도밍고 성당은 잉카제국 태양의 신전(코리칸차)이 있던 자리에 세워진 탓에 성당 안에 신전 건물 일부가 남아있다. 또 중앙광장(아르마스광장)의 대성당(템플로 델 라 사그라다 파밀리아)에는 잉카인을 닮은 검은 피부를 가진 예수상, 잉카인이 가축으로 기르는 기니피그를 그려 넣은 '최후의 만찬' 그림 등이 있다. 유럽 분위기 물씬 풍기는 중앙광장의 토대도 잉카인들이 조성했다.

잉카인은 땅을 지배하는 퓨마 형상으로 쿠스코를 건설했는데 중앙광장이 퓨마의 심장에 해당한다. 잉카제국의 흔적들도 산재해있다. 특히 삭사이와만은 잉카의 부흥세력과 스페인군이 최후의 전투를 벌였던 곳으로 유명하다. 도시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어 인기다. 물의 신전인 탐보마차이, 요새인 푸카푸카라 등도 인근에 있다.

잉카제국이 가장 번성했을 때 쿠스코에는 100만명이나 살았다. 현재 인구가 150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당시의 영화를 실감할 수 있다. 페루, 에콰도르, 볼리비아, 칠레 북부까지도 다 잉카의 영토였다. 태평양연안까지 4,000㎞에 달하는 사통팔달의 도로까지 잘 나 있었다. 이 중에 지금까지 남은 길은 '잉카 트레일'로 조성돼 전 세계 도보 여행자들의 로망이 됐다.

쿠스코와 마추픽추 중간쯤 위치한 올란타이탐보는 잉카 트레일의 베이스캠프가 되는 마을이다. 잉카 시대의 골목과 가옥이 남아있고, 마추픽추와 비슷한 형태의 신전과 계단식 경작지도 볼 수 있다. 가장 '잉카의 후예' 닮은 주민들도 만나게 된다. 페루사람들 대부분은 메스티소(에스파냐계 백인과 인디오의 혼혈 인종)다. 그래서 '오리지널' 잉카의 후예 찾기는 힘들다는 것이 현지 가이드의 설명. 이곳 주민들은 '그 정도가 덜 하다'고 한다.

안데스를 호령했던 이들은 이제 기념품을 팔거나 돈을 받고 카메라 앞에 서서 '모델'이 되어 준다. 고급레스토랑에서는 노래 부르며 생계 잇는 이들도 봤다. 역설적인 현실 앞에 선 이들이 모두 '잉카의 눈물'처럼 느껴졌다.

올란타이탐보에서 안데스의 젖줄이 되는 우루밤바 강을 따라, 기차를 타고 가면 마추픽추 아래 자리 잡은 아과스칼리엔테스 마을에 닿는다. 숙소, 레스토랑, 바 등이 이곳에 밀집해 있다.

여행메모


입장 인원 제한… 예매 필수

△마추픽추 가는 길: 여행객들 대부분은 기차를 이용해 쿠스코에서 마추픽추까지 간다. 쿠스코에서 가장 가까운 역은 약 10분 거리의 포로이 역이다. 여기까지는 버스나 택시를 이용해 간다. 포로이 역에서 마추픽추가 아과스칼리엔테스 역 까지는 기차 등급에 따라 최대 5시간 걸린다. 중간에 올란타이탐보 역을 거친다. 아과스칼리엔테스 역 인근에서 마추픽추 유적 입구까지 운행하는 버스가 다닌다. 버스타고 깎아지른 산비탈을 굽이굽이 올라 약 30분 가면 유적이다. 걸어서 산을 오를 수도 있다.

쿠스코에서 마추픽추까지 잉카 트레일을 따라 트레킹을 하거나 버스를 타고 가는 이들도 있다. 페루 리마에서 쿠스코까지는 페루 국내선을 이용한다. 약 1시간 거리다. 인천공항에서 페루 리마까지는 직항편이 없다.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을 거쳐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쿠스코에선 16곳의 유적ㆍ관광지를 묶은 통합 입장권을 구입해 여행하면 경제적이다.

△페루는 10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 우기, 나머지는 건기다. 마추픽추는 5∼9월이 성수기다. 마추픽추 유적 입장료는 131솔(약 5만5,000원, 1솔은 약 420원). 하루 입장인원을 제한하기 때문에 온라인(www.ticket-machupicchu.com)으로 미리 예매하는 것이 낫다.

△페루 화폐 솔(Sol)은 국내에서 환전이 불가능하다. 미국 달러로 환전한 후 페루에서 다시 솔로 바꿔야 한다. 미국 달러도 잘 쓰인다.

△페루 내륙 고산지대에선 고산증도 주의해야한다.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좋다. 코카 잎을 씹거나 코카차를 수시로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된다. 페루관광청 한국대표홍보사무소 (070)4323-2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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