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장경판전에 보관 중인 팔만대장경. 1011년 간행된 초조대장경이 몽고의 침입으로 소실되자 항몽의 의지를 담아 1251년 새로 편찬한 대장경이다. 총 8만 1,258판으로 인간의 8만4,000 번뇌에 해당하는 8만4,000 법문을 담고 있다. 이를 쌓은 높이는 약 3,200m로 백두산보다 약 500m나 높다. 총 무게는 250톤에 달한다.
합천 해인사에는 팔만대장경이 보관 돼 있다. 친숙한 이름이다. 그런데 이 대장경이 처음 간행 된 지 올해로 꼭 1,000년을 맞는다. 해인사에 다녀왔다. 방대한 분량과 이것이 그토록 오랜 시간 보존될 수 있었던 이유가 새삼 놀라웠다. 경내로 드는 홍류동계곡도 '소리길'이라 이름 붙어 걷기 좋게 잘 단장 됐다. 해인사와 소리길, 초가을 여행지로 괜찮다.

■ 팔만대장경과 장경판전

팔만대장경은 고려 때 불경을 집대성 한 것으로 고려대장경이 정식 명칭이다. 흔히 팔만대장경으로도 불리는데 이는 경판 수에서 비롯된 명칭이다. 원래 초조대장경은 1011년 고려 현종 때 거란의 침입을 불력으로 물리치기 위해 간행됐다. 이후 고종 때 몽고의 침입으로 초조대장경이 소실되자 항몽의 의지를 담아 1251년 새로 편찬한 것이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이다. 그래서 이를 재조대장경이라고도 한다. 올해로 대장경 간행 1,000년을 맞았다는 것은 초조대장경을 기준으로 따진 것이다.

팔만대장경이란 이름은 친숙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방대한 규모에 눈이 번쩍 뜨인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팔만대장경의 경판 수는 정확히 8만1,258판이다. 경판 한개의 가로 길이는 약 70cm, 세로 길이는 약 24cm로 한판에 약 640여자가 쓰여있다. 이를 쌓아 놓으면 높이가 3,200m에 달한다. 백두산(약 2,750m)보다 높다. 또 이를 펼쳐놓으면 서울 면적보다 1.8배나 넓다. 늘어놓은 길이는 60km, 이를 다 합친 무게는 무려 280톤이다. 경판을 이용해 경전을 찍으면 모두 6,791권이나 된다. 전문가가 이를 꼼꼼하게 읽으려면 하루 8시간씩 30년을 투자해야 한다.

그렇다면 팔만대장경에는 무엇이 담겼을까. 여기에는 인간의 8만4,000 번뇌에 해당하는 8만4,000 법문이 들어있다. 고대 인도에서는 많은 숫자를 표현할 때 8만5,000이라했고 인간의 번뇌가 많은 것을 8만4,000번뇌, 석가모니가 해탈한 후 부처가 되는 길을 대중에서 설법한 것을 8만4,000법문이라 했다.

해인사 전경
팔만대장경은 해인사 장경판전에 오롯이 보관돼 있다. 가지런히 놓인 경판의 모습은 종교적 의미를 초월한 듯 보인다. 험난한 시기를 극복하려는 고려 민중들의 바람과 희망이 집대성 돼 차곡하게 쌓인 모습은 성스럽고 아름답다.

남는 의문 하나. 그렇다면 팔만대장경은 그토록 오랜 시간 어떻게 보존 될 수 있었을까. 팔만대장경이 완성된 시기부터 따져 봐도 이는 700년이 넘는 시간이다. '비밀'은 팔만대장경이 보관 된 장경판전에 있다. 장경판전은 얼핏 보기에 복잡하지 않고 지극히 단순하게 지어졌다. 그럼에도 자연과 잘 조화를 이루도록 만들어졌는데 이것이 비밀이라면 비밀이다.

해인사 종현스님의 설명에 따르면 이렇다. 우선 가람 벽면에 만든 붙박이 살창이 첫 '열쇠'다. 장경판전의 벽면 앞면과 뒷면에는 위, 아래 2단으로 살창이 있다. 그런데 앞면의 살창은 아래쪽의 것이 크고 위쪽이 작다. 뒷면의 경우 위쪽 살창이 크고 아래쪽이 작다. 이처럼 살창의 크기를 서로 달리 함으로써 건조한 공기가 건물 내부에 골고루 퍼진 후 밖으로 잘 빠져나가도록 했다. 해가 뜨고 지는 방향과도 맞아 건물 내부로 햇빛이 들어오는 양도 조절해 준다. 경판을 넣어 두는 판가과 경판의 배치는 온도와 습도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구조다. 즉, 굵은 각재를 이용한 판가에 경판을 2단씩 세워 공기 유통이 잘 되도록 했다. 이렇게 5단으로 된 판가 각 단에 조밀하게 배열된 경판과 경판의 틈새가 일종의 '굴뚝 효과'를 냄에 따라 경판 표면의 온도, 습도가 조절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판전 바닥은 깊이 땅을 파서 숯, 찰흙, 모래, 소금, 횟가루를 뿌렸다. 비가 올 때는 바닥이 습기를 빨아들이고 날이 가물 때는 이 습기가 올라오도록 하기 위함이다. 단순한 듯 보이는 장경판전에는 이렇듯 놀라운 선조들의 지혜와 과학의 원리가 숨어있다. 팔만대장경은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장경판전 역시 국보이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세계유산' 두 개가 한 장소에 있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한편, 볕이 들 때 연꽃무늬가 나타난다는 장경판전 연화문은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 볼거리다.

■ 홍류동계곡 소리길

홍류동계곡 낙화담 주변 경관
해인사 경내로 드는 홍류동 계곡은 풍광이 수려하기로 이미 유명하다. 특히 가을이 절정이다. '홍류동'이란 이름 역시 가을 단풍이 너무 붉어 계곡 물이 붉게 보인다고 해 붙은 이름이다. 해인사 경내까지 이어진 약 6km의 홍류동 계곡길이 해인사 소리(蘇利)길로 단장됐다. 이로운 것을 깨닫는다는 뜻으로 불가에서 '소리'는 '극락으로 가는 길'이란 의미가 있다. 여기에 물소리, 산새소리, 바람소리 들으며 세상의 시름을 잊으라는 뜻도 있다.

하창환 합천군수는 "가야산 19경 가운데 16경이 이 계곡에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고 홍류동계곡을 소개했다. 계곡을 따라 숲길을 지나고 다리도 건너며 걷는 재미가 있다. '명상의 길'을 비롯해 10여개의 테마별 구간으로 조성돼 있는데다 명소들도 많다. 신라의 대학자 고운 최치원이 갓과 신발만 남겨 놓고 신선이 됐다는 전설이 깃든 농산정, 옥을 뿜어내며 쏟아진다는 분옥폭포, 웅장한 낙화담 등이 대표적이다.

물소리, 울창한 숲 그늘 좋은 소리길, 해인사의 고즈넉한 풍경과 대장경의 신비, 가을에 돌아보기 좋다.

■ 여행메모
23일부터 '2011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

2011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이 '살아있는 천년의 지혜를 만나다'는 주제로 이달 23일부터 11월 26일까지 해인사 일대에서 열린다. 초조대장경 간행 1,000년을 기념하고 대장경의 가치를 재발견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이 기간 눈길 끄는 것들이 많다. 특히 상설 전시관인 대장경천년관에서는 팔만대장경 진본 2판이 이례적으로 전시된다. 이 외에 대장경 인경, 판각체험 등 각종 체험프로그램과 다양한 공연이 진행된다.

특별행사인 해인아트프로젝트도 눈여겨볼만하다. 10여개국 출시 34명의 유명 아티스트들이 전통사찰과 현대미술의 만남을 테마로 전시를 진행한다. 또 해인사 1,2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선원을 개방해 방문객들이 선체험을 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된다. 해인사 스님들이 참여하는 '해인삼매' 공연도 이색적이다.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의 입장료는 어른 1만원,청소년 8000원, 어린이 6000원이다. 20일까지 사전 예매하면 최대 35%까지 싸게 살 수 있다.농협 전국 지점과 경남은행, 티켓링크(www.ticketlink.co.kr) 등에서 예매할 수 있다.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 조직위원회 (055)211-6251 www.tripitaka2011.com

중부내륙고속도로 성주IC로 나와 국도 33호선 타면 해인사에 닿는다. 88고속도로 해인사IC로 나와 1084지방도를 타고 가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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