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인사이드
요정의 몰락

‘장면 정권의 2인자 격인 김영선 재무부 장관이 박정희 소장을 불러 술을 나눈 곳이 효자동의 요정 백양이었다.’

신문기자를 거쳐 유신정권 끝 무렵인 79년부터 4번이나 국회의원을 했고, 94년 노동부 장관까지 지냈던 남재희씨는 2004년 자신이 쓴 ‘언론 정치 풍속사’(부제 나의 문주(文酒) 40년)에서 백양 뿐 아니라 청운각 등 유명 요정과 얽혀 있는 술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때론 문학과 인생을 논하고… 때론 밀실 정치를 낳고…
한시대 풍미한 백양·청운각·삼청각·대원각 등 뒤안길로
문화시설·사찰·음식점·술집 탈바꿈 '옛 명성 잃고 쇠락'


때론 한잔 술에 문학과 인생을 논하는 멋스런 풍류 마당이었고, 때론 야합과 술수를 잉태한 밀실 정치의 산실이었던 곳이 바로 요정이다.

북악산 자락을 끼고 자리잡은 삼청각은 70~80년대 유신시절 요정 정치의 상징이었다. 여야 고위 정치인의 회합 장소였고, 1972년 남북적십자회담의 협상장이었다. 권력의 심장부와 인접한데다 일반인의 발길이 뜸한 곳이라 외부 노출을 꺼리는 정치인들에겐 안성맞춤이었다.

그런 삼청각도 ‘예향’이란 일반 음식점을 거쳐 지금은 공연장과 박물관, 식당과 객실을 두루 갖춘 문화시설로 탈바꿈했다.

삼청각, 청운각과 함께 3대 요정으로 불리던 대원각은 ‘길상사’란 도심 속 사찰로 재탄생했다. 기생 출신으로 법명이 ‘길상화’였던 여주인 김영한씨가 1987년 법정 스님에게 기증 의사를 밝히고, 1995년 조계종 송광사의 말사 대법사로 등록하면서 한옥 40여동이 들어찬 7,000여평의 성북동 땅이 완전히 딴 모습으로 변했다.

요정은 정치와 부침을 함께 했다.

국회의사당까지 세종로에 있던 시절, 경복궁 좌우로 크고 작은 요정들이 많았다. 그러나 국회가 여의도로 옮겨가고, 정부종합청사는 과천 시대를 열고, 강남이 개발되면서 요정들도 하나 둘 옛 명성을 잃고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일부는 돈을 따라 강남으로 떠났지만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명맥을 유지하던 낙원상가 인근의 요정들은 결국 오랜 멋스러움을 내던지고, 성매매를 하다 적발되는 오점을 남겼다.

한옥의 높은 담장과 부드러운 처마선이 돋보이는 이곳은 100년의 내력을 지닌 우리나라 최초의 요정으로 지금은 10여명의 사장이 공동 운영하고 있다.

약 2000m²(600평)에 이르는 넓은 대지 위에 2인실부터 50인실까지 15개의 방이 있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아가씨들의 접대는 기본이고, 손님의 요구에 따라 국악 공연을 하거나 밴드를 불러 술 마시고 노래하던 곳이다.

‘사랑 없는 2차’가 쉽지 않은 곳이었건만 세상이 변한 탓인지 이젠 성매매를 알선하다 덜미가 잡히는 처량한 신세로 전락했다.

손님들에게 여성 접대부를 동석시킨 뒤 식사와 술을 제공하고, ‘2차’를 위해 손님과 여성 접대부들이 걸어서 근처 모텔로 이동한다는 첩보를 갖고 단속에 나서 현장을 적발한 것이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조선시대 기생 문화에 일본식 게이샤 문화가 끼어 들었고, 요정의 초기 단골은 주로 대한제국의 고관과 친일파 거물들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해방 이후 전쟁과 혼란기를 벗어나면서 유력 정치인들이 밀담을 나누기 위해 드나들었다. 80~90년대에는 정부 관료와 대기업 임원들의 발걸음이 잦았다.

한때 이 지역의 요정들은 일본인 ‘기생 관광’의 온상으로 지목돼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강남의 요정 역시 전통의 멋과 맛을 즐길 수 있다며 자랑한다.

버젓이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어 가게를 알리고, 예약까지 받고 있다. 외국 바이어를 위한 비니지스 장소로써, 품격 있는 각종 모임을 위해 손색 없는 시설을 갖췄다며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만 19세(대학생인 경우)~25세 미만의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알바, 외국어 가능자 특별 우대’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여종업원의 채용 자격이 까다롭다.

‘아가씨는 원하는대로 초이스 가능하며, 룸싸롱과 같은 일반적인 스킨십은 허용한다’는 문구로 손님을 유혹한다.

그러나 강남으로 옮겨간 요정들도 운영 방식은 성매매로 적발된 강북과 비슷하거나 여느 룸싸롱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세상이 변하면서 ‘요정’의 인기도 떨어졌다. 일찌감치 한정식 전문 음식점으로 업종을 바뀐 이들도 있지만 여전히 ‘전통’을 고집하는 이들도 있다.

풍류는 없고, 돈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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