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홍길 찾아 무조건 네팔로… 최진실에 선물공세… 황석영·이외수 작품 전권 독파
최근엔 "저도 섭외좀"자청 늘어… 일부 '홍보 위해 출연' 비판도

MBC 예능 프로그램 (연출 여운혁)의 '무릎팍도사'. 3명의 개그맨이 진행하는 '무릎팍도사'는 분명 예능프로그램이다. 웃음을 제1의 덕목으로 삼지만 그 안에는 눈물과 감동, 해학과 은유과 담겨 있다. '무릎팍도사'가 예능 프로그램 중 이례적으로 2년 넘게 장수하며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무릎팍도사'의 핵심은 게스트다. 본질이 토크쇼이기 때문이다. 게스트의 이름값에 따라 시청률 3~5% 정도는 쉽사리 춤을 춘다. 결국 '무릎팍도사'의 진정한 힘은 섭외력이다. 베일에 싸여 있는 문화 체육 예술계 유명인사를 '무릎팍도사' 앞에 앉히는 순간 이미 7부 능선은 넘은 셈이다.

애먹은 섭외!

지난 2007년 8월 '무릎팍도사'와 대면한 고(故) 최진실. 최진실을 섭외하기 위해 당시 담당PD가 '5고초려'한 사실은 꽤 유명하다. '그냥 인사' 한번 하고 온 PD는 다음에는 MC 유세윤과 함께 최진실을 찾아가 그가 좋아하는 커피 브랜드의 상품권을 건넸다. 평소 최진실과 친분이 두터운 기자의 힘도 빌렸다. 전방위로 공략해 오는 담당 PD의 정성에 결국 최진실은 출연을 결심했다.

'무릎팍도사'를 100회 이상 연출한 임정아 PD(현재 '우리 결혼했어요' 연출)는 "산악인 엄홍길 섭외가 가장 극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임 PD는 히말라야 베이스캠프로 전화해 섭외를 시도했다. 통신 상태도 좋지 못했다. MBC '무릎팍도사' 팀이라고 소속을 밝히자 "도사가 왜 (전화했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무작정 "가겠다"고 통보한 제작진은 반나절 만에 짐을 꾸려 네팔로 날아갔다.

임정아 PD는 "히말라야 8,000m 16좌를 완등하고 베이스캠프에 내려온 엄홍길과 바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시간과 장소가 중요한 인터뷰였다. 서울로 돌아온 엄홍길을 만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네팔까지 찾아온 제작진을 본 엄홍길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고 말했다.

비(非) 연예인을 섭외할 때는 공부가 필수다. 진심어린 궁금증과 관심없이 치기어린 호기심으로 다가갔다가는 망신 당하기 십상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글쟁이'인 황석영 이외수 작가를 섭외할 때는 그들이 쓴 책을 모조리 독파해야 했다.

임정아 PD는 "황석영 작가 섭외도 만만치 않았다. 완벽히 공부한 후 3번쯤 찾아갔을 때 비로소 '나는 무슨 고민을 들고 나가면 될까'라고 물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손쉬운 섭외!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했던가. MBC에서 만드는 예능 프로그램인 '무릎팍도사'에는 MBC 드라마에 출연하는 연예인도 다수 출연했다. 문제는 출연 시점이었다. 배우 김선아 문소리 손예진 등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가 방송되기 직전 출연해 '자사 홍보'라는 지적을 받았다.

오랜 기간 침묵을 지켜오던 배우 고현정도 MBC 새 월화 특별기획 (극본 김영현ㆍ연출 박홍균 김근홍)에 캐스팅된 후 '무릎팍도사' 출연을 결심했다. 배우 김남주가 MBC 새 월화 미니시리즈 (극본 박지은ㆍ연출 고동선)으로 컴백을 결정한 뒤 남편인 김승우가 '무릎팍도사'와 만난 것에서도 묘한 상관 관계가 느껴진다.

하지만 담당 PD의 생각은 다르다. '무릎팍도사'를 연출하는 박정규 PD는 "'무릎팍도사'의 섭외 대상은 대부분 현재 활동 중인 연예인이다. 그래야 섭외 성공 확률도 높다. 상대적으로 쉬운 섭외는 없다. 모두 똑같은 공을 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무릎팍도사'가 2년 넘게 방송되며 방송 초반에 비해 섭외가 전반적으로 용이해졌다. '이름값'이 생겼기 때문이다. '무릎팍도사'가 갖는 상징성 때문에 먼저 출연 의사를 밝히는 경우도 적잖다. '무릎팍도사'의 섭외력이 좋은 것은 바로 '무릎팍도사'이기 때문인 셈이다.

'반짝 홍보'가 중요한 영화의 경우 개봉을 앞두고 '무릎팍도사'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다. 한 때는 장진 곽경택 류승완 영화 감독들이 신작 개봉을 앞두고 잇따라 출연하며 '홍보성이 짙다'는 네티즌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박정규 PD는 "대외적으로 섭외를 원하는 인물에 대해 말하는 것을 꺼리는 편이다. 향후 섭외에 지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상 게스트 선정에 신경쓰고 있다"며 에둘러 제작진의 고충을 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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