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로 본 재벌의 삶

"드라마는 현실 세계를 본 따 만든 피겨 모델이다." SBS 드라마국의 한 프로듀서가 말했다. 이 프로듀서는 "완벽한 허구만으로는 드라마는 탄생되지 않는다. 막장 드라마라고 비난하지만 그 면면을 살펴보면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사건과 소재로 꾸며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가 곧 현실은 아니다. 하지만 드라마와 현실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최근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부인 임세령씨가 이혼 소송에 이어 협의 이혼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재벌가의 이혼이 합의가 아닌 소송으로 번진 사례는 이례적인 경우로 알려진다. '도도하고 기품'있어 보이는 재벌가의 담장 너머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재벌가의 부부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현실 세계의 재벌 부부의 생활을 지상파 3사에서 선보이는 재벌가의 모습을 통해 들여다 봤다.

# 결혼도 사업이다.

KBS 2TV 수목 미니시리즈 (극본 조희ㆍ연출 김종창)에서 최명길과 박상원이 보여주는 부부관계는 철저히 이해타산을 따진다. 결혼의 조건은 사랑이 아닌 부의 축적과 보존이다.

극중 최명길과 박상원의 모습은 부부라기보다는 사업 파트너 혹은 동업자의 모습에 가깝다. 명진그룹의 딸인 최명길은 명진그룹과 백화점의 CEO다. 최명길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지만 명석한 두뇌를 가진 박상원과 결혼한다. 사랑 없이 결혼한 박상원과 최명길은 침실도 따로 쓰는 '쇼윈도 부부''

'미워도…' 이정훈, 아내와 침실 따로 쓰는 '동업자 관계'
'꽃보다…' 구준표, 신분 차이 넘어 '서민 금잔디' 선택

SBS 주말드라마 (극본 최현경ㆍ연출 조남국)에서 선보이는 재벌가의 모습도 철저히 계산적이다. 대기업 총수의 장남인 김규성(장현성)과 그의 부인 오유란(염정아)은 서로의 불륜 사실을 알고도 감히 이혼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각자 집안에 누를 끼치게 되기 때문. 막강한 재력을 지닌 규성과 정계 집안의 딸인 유란은 부부이기 보다는 전략적인 교두보인 셈이다.

KBS 2TV 월화드라마 (극본 윤지련ㆍ연출 전기상,이민우)에서 금잔디(구혜선)와 구준표(이민호)의 적수로 등장하는 하재경(이민정)도 마찬가지다. 하재경은 막강한 부를 자랑하는 딸로 구준표와 전략적으로 약혼해 잔디와의 사랑을 방해한다.

# 재벌도 사랑 앞에서는 사람이다.

재벌가의 사람도 피를 가진 사람이다. 사업적인 결혼을 하더라도 사랑마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SBS 주말드라마 (극본 정지우ㆍ연출 박영수)에서 냉혈한이던 기업인 이강석(박시후)을 변하게 한 것은 사랑이다. '기업사냥꾼' '냉혈한' 이던 강석은 하단아(윤정희)를 만나게 되고 사랑을 느낀다. 강석은 결국 차갑고 모진 외면을 깨고 다정하고 멋진 로맨티스트로 변신하게 된다.

의 구준표는 재벌가의 아들이지만 서민인 잔디와 사랑에 빠진다. 비록 신분차이로 인해 사랑을 이루는 과정이 쉽지 않지만 드라마의 결말은 해피엔딩으로 예정됐다. 철없고 막무가내였던 구준표는 금잔디를 만나 인간적이며 매력적인 남성으로 변해간다.

의 둘째 아들 김준성(이진욱)도 정민주(윤소이)의 사랑도 여느 남녀간의 사랑과 다를 바 없다. 준성은 일반인인 민주와 결혼 하기 위해 형의 허물을 덮어쓰기로 결정한다.

# 망나니 자식은 꼭 있다.

재벌가 부부사이에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바로 '망나니'같은 자식이다. SBS 일일극 (극본 김순옥ㆍ연출 오세강)에서 교빈(변우빈)은 기업가의 외아들이다. 교빈은 정직하고 명석한 사업가 아버지와는 달리 사고뭉치다. 외도는 기본, 거짓말과 도박 등 온갖 사고를 치고 다니며 결국 집안을 몰락하게 만드는 1등 공신 역할을 한다.

에 이민수(정겨운)는 명진그룹의 후계자다. 이민수는 기업의 경영보다는 여자와 술에 더욱 관심이 많은 카사노바다. 이민수는 극중 수 많은 연예인들과 스캔들을 내며 연일 구설수에 오른다. 기업이미지나 소문에 대한 부담감은 전혀 없다. 단지 인생을 즐기는 것이 최고의 관심사인 망나니 아들이다.

MBC 아침극 (극본 조은정ㆍ연출 배한천 이민수)에 출연하는 젊고 유능한 CEO로 나오는 강정우(김유석) 역시 나쁜 남자이자 아들이다. 복수를 위해 아내나 마찬가지인 여자와 자신의 아이마저 버리는 냉혈한이다. 성공을 위해서라면 사랑도 핏줄도 단숨에 베어버리는 성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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