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기자가 본 사건 25시] 휴대폰 복제로 본 전지현 사건
2월 계약만료 감시? 심부름센터 의뢰 1년 넘어… 회사 차원보다 사적관계가 설득력
개인애증 때문에 복제했다면 처벌 어려워… 불륜 파헤칠 의도일 땐 처벌 받은 예 없어

'내일 O시 OO음식점에서 봐요: 010-9XXX-XXXX.'

영화 (2001년) (2004년)를 비롯해 휴대폰, 화장품, 음료 등의 광고로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톱스타 전지현의 문자메시지가 다른 사람의 감시 하에 있었다는 사실이 온 국민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19일 '휴대폰 복제 개인 신상정보 노출' 사건을 수사하던 중 전지현이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 수백 건이 모 심부름센터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전지현의 소속사 싸이더스HQ가 심부름센터에 감시를 의뢰했다는 것.

평소 전지현에 대해서는 기자간담회나 시사회 등도 최소화하는 등 전지현 노출을 극도로 꺼리던 소속사가 문자메시지 감시를 의뢰한 이유는 뭘까.

■ 전지현과 소속사 대표와의 애증 때문?

일단 경찰은 싸이더스HQ와 올 2월로 계약이 만료되는 전지현이 다른 소속사와 연락을 하는지 비밀리에 알아보기 위해 감시를 의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복제된 휴대폰으로는 원본 휴대폰으로 수신된 문자메시지를 볼 수 있어 어느 소속사와 접촉을 하는지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예계에서는 사건이 불거진 직후부터 싸이더스HQ 정훈탁 대표와 전지현의 사적인 관계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싸이더스HQ 관계자가 심부름센터에 감시를 의뢰한 시점이 2007년 11월인 것을 감안하면 '올 2월 계약 만료에 따른 감시설'은 설득력이 없다는 분석이다.

상식적으로 계약 만료 1년 3개월 전부터 감시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 또 심부름센터에 휴대폰 복제, 문자메시지 감시를 의뢰한 주부나 직장인 등 30여명 대부분이 위치 추적과 외도현장 확인을 목적으로 했다는 점도 이런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예계 관계자는 "복제폰 감시가 들통 나면 회사의 존립까지 흔들릴 수 있는데도 연예인 한 명 빼앗기지 않으려고 그 위험한 일을 벌였겠느냐"면서 "두 사람의 애증관계로 인해 발생한 문제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 대표는 1990년대말 무명이던 전지현을 발굴, 최고의 스타로 키워낸 주인공인데다가 전지현과 사적으로도 가까운 사이였다는 게 연예계의 정설이다.

■ 400여만원 주고 심부름센터 의뢰

싸이더스HQ는 어떤 방법으로 전지현을 감시했을까. 일단 전지현의 휴대폰을 복제하고 감시하기 위해 싸이더스HQ는 심부름센터에 2007년 11월부터 총 400여만원을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심부름센터는 전지현의 휴대폰을 복제한 뒤 수신된 문자메시지를 지속적으로 감시해 약속장소 통보 등 특이한 내용과 수신 일시, 발신자 전화번호를 기록한 뒤 싸이더스HQ에 전달했다.

문자메시지만 감시한 것은 기술적으로 음성 통화는 도청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휴대폰에 전화를 걸면 휴대폰 위치를 가장 최근까지 기억하고 있던 기지국에서 신호를 보낸다.

따라서 원본 휴대폰에서 복제폰이 멀리 떨어진 경우는 도청이 불가능하며, 두 휴대폰이 같은 기지국 범위에 있더라도 기지국과 휴대폰은 일대일 연결로 음성통화가 이뤄져 먼저 받은 휴대폰만 통화가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감시자들은 사무실에 복제된 휴대폰을 꺼지지 않도록 충전기에 연결한 채 수신된 문자메시지를 계속 감시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심부름센터가 휴대폰 복제ㆍ감시의 대가로 일반인들로부터는 100만~300만원을 받은 것과는 달리 싸이더스HQ로부터 400여만원을 받은 것은 일반인이 수 개월간 감시하는 것과는 달리 감시기간이 1년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 경찰 수사방향

경찰은 심부름센터가 싸이더스HQ의 부탁으로 다른 연예인의 휴대폰도 감시했는지 등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으며 지난 22일에는 전씨의 휴대전화를 싸이더스HQ 측에 복제해 준 혐의(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위반)로 심부름센터 운영자 김모씨를 구속했다. 또 싸이더스HQ의 서울 삼성동 본사 사무실도 압수수색해 심부름센터에 송금한 증거도 확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에 적발된 심부름업체는 2006년 10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의뢰인 30여명으로부터 돈을 받고 이런 일을 저질러왔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일부 톱스타의 경우 휴대폰 번호를 바꾸자마자 '왜 번호를 바꿨느냐'는 등의 문자메시지가 오기도 한다"면서 "휴대폰 번호만 알아도 복제가 가능하다면 일부 스토커들이 스타들의 정보를 빼내기 위해 복제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정확한 감시 의뢰 이유를 밝히는 작업도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개인적 동기인지, 회사차원인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싸이더스HQ 정 대표를 소환 조사키로 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

그러나 만약 정 대표가 '애증 때문에 저지른 일'이라고 폭탄 선언을 하면 처벌은 힘들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흥신소 직원들은 신용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정보통신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으로 처벌할 수 있다"면서도 "불륜관계를 알아내려고 한 것으로 처벌 받은 예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반대로 감시를 위한 것이라면 정 대표와 싸이더스HQ는 사생활 침해에 따른 법적 책임과 도의적 책임을 면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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