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11년만에 거둔 값진 승리다. 벤투호에게도 그만큼 선물같은 기록이 쏟아졌다.

파울로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4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 이란과의 홈경기에서 2-0으로 이겼다.

이로써 한국은 승점 23점(7승 2무)를 기록하며 이란(승점 22·7승 1무 1패)을 제치고 A조 1위로 올라섰다.

파울로 벤투 감독. ⓒ연합뉴스
이번 경기는 단순한 1승이 아니다. 우선 '숙적' 이란에게 11년 만에 거둔 통쾌한 승리다. 이날 경기 전까지, 한국이 이란에 마지막으로 승리한 기억을 되찾기 위해서는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만 했다. 지난 2011년 1월 22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윤빛가람의 결승골로 이란을 꺾었다.

한국은 이후 11년 동안 이란과의 7경기에서 3무 4패로 처참한 성적을 거뒀다. 특히 2013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이란에게 0-1로 패한 뒤, 이란이 펼친 행동은 우리에게 치욕의 역사로 남았다. 당시 이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소위 '주먹감자'로 불리는 도발적 제스처를 한 것도 모자라 나중에는 한국 최강희 감독의 얼굴이 페인팅된 티셔츠를 입는 등 도발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은 이날 11년 만에 이란에게 승리를 따내고 동시에 조 1위로 올라서며 그간의 아픔을 씻어내고 자존심을 회복하는 결과를 얻었다.

손흥민. ⓒ연합뉴스
벤투 감독에게도 이날 승리는 뜻깊은 결과였다. 역대 한국팀 사령탑 최다승 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벤투 감독은 이날 경기 전까지 지난 2018년 8월 부임 이후 총 41경기를 치러 27승(10무 4패)을 거뒀다. 27승은 울리 슈틸리케 전 대표팀 감독이 갖고 있는 역대 최다승과 같은 공동 1위였다. 이날 승리로 슈틸리케 감독을 넘어, 역대 한국대표팀 감독 중 단일 재임기간 최다승 신기록을 세웠다.

벤투 감독은 홈경기 무패 행진도 20경기를 채웠다. 홈경기 통산 전적은 16승 4무다. 단 한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지난 1997년 차범근 감독때부터 대표팀 전임 감독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그동안 13명의 감독이 대표팀을 지휘했지만, 홈경기에서 한번도 패하지 않은 지도자는 벤투와 아드보카트 두 사람 뿐이다. 그나마 아드보카트 감독은 홈 경기 숫자가 6차례 밖에 되지 않아 기록의 순도는 떨어진다.

김영권(왼쪽)·손흥민. ⓒ연합뉴스
벤투 감독이 세운 대기록은 2022 카타르월드컵을 앞두고 '벤투 감독을 향한 흔들리지 않는 지지'를 이끌어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지난 2014, 2018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부진해 사령탑이 교체되고 이른바 '땜빵' 사령탑이 대표팀을 이끈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홍명보, 신태용 감독 등이 국민적 지지를 얻지 못하며, 대표팀이 휘청거리는 장면이 연출된 바 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이날 11년만에 이란에게 승리를 거두며 이란에 대한 복수, 조 1위, 최종예선과 홈경기 무패행진, 역대 감독 최다승까지 만들었다. 여러가지 진기록과 함께 어느 때보다 탄탄한 지지 기반을 얻게 된 벤투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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