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이런 ‘경우의 수’라면 언제나 환영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7일 오후 9시(이하 한국시간) 레바논 시돈의 사이다 무니시팔 경기장에서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레바논과의 조별리그 7차전을 갖는다.

A조에 속한 총 6개국 가운데 한국 대표팀은 이란(5승 1무 승점 16점)에 이어 조 2위(4승 2무 승점 14점)에 올라있다. 조 3위인 아랍에미리트(UAE)는 승점 6점에 불과하다. 승점차를 감안하면 한결 여유로운 상황임은 분명하다.

한국 대표팀은 이날 레바논전에 이어 다음달 1일 오후 11시에는 시리아와의 8차전도 앞두고 있는 상황. 두 경기를 모두 승리한다면 다른 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할 수 있다.

꼭 2승이 아니더라도 당장 이날 진출을 확정할 수도 있다. 이번 레바논전을 승리로 장식한 후에, 이어서 열리는 UAE와 시리아의 맞대결에서 UAE가 비기거나 패배해도 월드컵은 확정된다. 매번 아슬아슬했던 진출을 걸고 계산했던 경우의 수지만, 이번 만큼은 마음 편하게 남은 경기를 치를 수 있는 대표팀이다.

여유로운 조 상황과 맞물려 벤투호의 최근 분위기는 좋은 상태다. 이번 최종예선 2연전을 앞두고 K리거 위주로 꾸린 스쿼드로 치른 친선전에서 아이슬란드(5-1 승), 몰도바(4-0 승)를 모두 가볍게 꺾으며 대승을 거뒀다. 상대적 약팀이라고는 하지만 깔끔한 경기 결과는 언제든 반갑다. 대표팀의 주 전력인 해외파가 빠진 가운데 국내 선수들의 경기력을 체크하고, 다양한 옵션을 시도하는 과정은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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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있는 담금질을 거친 후, 힘을 더해줄 해외파까지 합류해 최종 예선을 치른다.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튼)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지만 황의조(보르도), 김민재(페네르바체), 이재성(마인츠), 황인범(루빈카잔), 정우영(프라이부르크), 정우영(알사드)이 합류했다.

6명의 선수 모두 각 소속팀에서 쾌조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손흥민-황희찬’으로 이어지는 프리미어리그 듀오의 부재를 메꿔줄 것으로 기대되는 황의조의 최근 컨디션이 심상치 않다.

황의조는 대표팀에 합류하기 직전이었던 지난 23일 소속팀인 보르도가 스트라스부르와 만난 경기에서 리그앙 데뷔 첫 해트트릭을 폭발시켰다. 특히 3골을 몰아친 황의조는 대표팀 선배 박주영(25골)을 제치고 리그앙에서 가장 많은 골(27골)을 기록한 아시아 선수가 되는 개인 기록까지 세우며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뿐만 아니라 유럽 진출 후 꾸준히 빅클럽의 관심을 받고 있는 김민재와 독일에서 활약하는 이재성, 정우영도 최근 각 소속팀에서 뜨거운 발끝을 자랑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대표팀의 주축이었던 EPL 듀오는 없지만 이들에게 충분히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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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과의 역대 상대 전적 또한 11승3무1패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많은 요소들이 벤투호를 향해 웃어주고 있다.

다만 유일한 변수는 터키에서 전지훈련을 가졌던 대표팀이 레바논으로 이동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는 것. 터키 이스탄불 일대를 찾은 대폭설로 인해 대표팀은 경기 준비에 애를 먹었다. 마지막 훈련날에는 눈으로 인해 야외 훈련장을 쓸 수가 없어 실내에서 사이클과 러닝 머신 등을 이용해 회복과 컨디션 조절에만 집중했다.

이어 항공편 수정도 불가피했다. 원래 계획대로 이스탄불 공항이 아닌 상대적으로 눈이 덜 와 비행기 이륙이 가능했던 사비하 괵첸 공항으로 항공편을 바꾼 것. 그에 따라 레바논 도착시간도 당초 계획보다 6시간이나 늦어졌다.

그에 따라 선수들이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닌 상황에서의 원정경기는 심적인 부담이 작용할 수도 있다. 레바논 축구협회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후 처음으로 이번 경기에 유관중 경기를 결정한 것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벤투호의 최근 페이스라면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기는 충분하다. 조기에 진출을 확정지음으로써 10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라는 성과를 거둔다면, 벤투 감독은 앞으로 남은 경기들에서 본선을 대비해 다양한 옵션들을 시도하는 여유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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