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3년 연속 준우승. 보는 이가 안타까운데 당사자들은 얼마나 더 안타까울까. 그럼에도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울산 현대뿐만 아니라 K리그의 흥행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다.

울산이 없었다면 전북 현대의 독주로 K리그의 지난 3년은 평이하게 흘러갔을 것이다. 리그에서 가장 중요한 ‘우승 경쟁’이 없다는 것은 리그의 재미를 반감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번도 안타까운 일을 세 번이나 당한 울산이지만 그럼에도 현대중공업의 투자 의지가 꺾이지 않길 축구계는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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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3시,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는 전북 현대와 제주 유나이티드가,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는 울산 현대와 대구FC가 하나원큐 K리그1 2021 최종전을 가졌다.

전북이 제주를 상대로 2-0, 울산도 대구를 상대로 2-0으로 승리하며 전북이 승점 76점, 울산이 74점으로 전북이 또다시 우승을 차지했고 울산도 또 준우승에 그쳤다.

전북의 5년 연속 우승이며 울산의 3년 연속 준우승이다. 또 우승 눈앞에서 날려버린 울산이다.

울산 팬들 입장에서는 원통한 준우승일 것이다. 분명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울산이 1위였고 전북과 격차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새인가 전북에게 따라잡혔고 특히 지난 11월 6일 전북과 울산의 맞대결에서 2-3으로 패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전북 홈경기라는 불리함은 있었지만 당시까지 전북과 울산은 승점 67점 동률이었다. 다득점에서 전북이 5점차로 앞서고 있을 뿐이었다.

이 경기에서 울산은 전북이 먼저 골을 넣으며 따라가며 2-2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후반 추가시간 일류첸코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2-3으로 패했다. 결과론적으로 이 경기에서 울산이 이기거나 비기기만 했어도 나머지 경기 결과가 지금처럼 됐어도 울산이 우승할 수 있었다.

오죽하면 경기 후에도 전북 김상식 감독은 “울산과 맞대결에서 승리한 것이 우승에 결정적”이라고 할 정도였다.

2019년에도 절대적으로 우승에 유력했던 상황에서 최종전 직전 경기에서 전북을 이기지 못한 것이 화근이 되어 최종전 포항 스틸러스에게 지며 우승컵을 전북에게 내줬다. 지난해에도 최종전을 앞두고 열린 전북전에서 패하며 우승을 전북에게 헌납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중요했던 전북전에서 패한 것이 우승을 놓친 이유가 된 울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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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올해는 울산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도 4강까지 올라갔다가 포항에게 패했고 FA컵에서도 아쉽게 4강에서 떨어지는 등 눈앞에서 너무 많은 것을 놓쳤다.

홍명보 감독이라는 선수와 감독 모두 성공적인 커리어를 보냈던 전설을 데려왔음에도 울산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기에, 냉정히 지난해 ACL우승보다 더 퇴보했기에 더욱 원통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울산의 우승에 대한 의지가 꺾여서는 안된다. 울산이 있었기에 지난 3년간 K리그와 한국축구는 ‘스토리’를 가질 수 있었다. 울산의 강력한 우승의지는 김보경, 박주호, 조현우, 윤빛가람, 이청용 등 스타플레이어 영입까지 이어졌고 김도훈 감독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차지했음에도 홍명보 감독이라는 또 다른 빅네임 감독 영입까지 할 수 있었다.

또한 우승에 실패해도 더 많은 투자를 통해 K리그 이적시장을 활발하게 만들었고 전북과 양강 구도를 이루며 지속적으로 K리그 우승경쟁을 하며 최종전까지 누가 우승할지 모르는 긴장감과 스포츠만이 줄 수 있는 짜릿함을 선사했다.

전북이라는 절대 1강이 리그를 주도했다면 이적시장도, 리그 자체도 너무 뻔하게 돌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투자하는’ 울산이 있었기에 K리그는 더 다채롭고 재밌게 돌아갔다.

물론 우승을 3년 연속 하지 못해 너무나도 아쉬울 울산이지만 울산이기에 가능했던 우승 경쟁이기도 했다. 우승을 하지 못했다는 좌절감에 투자가 줄지 않길 바라는 것은 모든 축구팬들의 바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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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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