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팬들이 하나둘씩 모은 페트병으로 만든 재생유니폼을 선수들이 직접 착용하고, 선수들은 자신의 재생유니폼에 진심을 담아 팬들에게 다시 선물하는. 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이 현실로 일어났다. 본래의 취지인 환경 보호뿐만 아니라 팬 사랑 보답까지. 진정한 '라사이클링' 구단으로 자리매김한 제주유나이티드(이하 제주)의 이야기다.

제주 홈 유니폼의 상징 컬러는 '주황색'이다. 하지만 제주는 파이널 A 진출을 결정지은 중요한 승부처였던 지난 10월 24일 전북 현대와의 홈 경기(2-2 무)에서 파란색 유니폼을 착용했다. 홈/원정을 제외한 별도의 유니폼도 보유하지 않은 팀이었기에 더욱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 정체는 바로 재생 유니폼이었다. 명칭은 '제주바당'. ‘바당’은 제주어로 ‘바다’라는 뜻이다.

기존 제주의 주황색 유니폼과 스토리의 차별화를 두고, NO플라스틱을 통해 깨끗해지는 청정 제주 바다의 아름다움을 담기 위해 유니폼 색상은 파란색을 사용했다. 유니폼 속 패턴은 곡선형 무늬로써 ECO(깨끗한 제주 환경-페트병이 재생 유니폼으로 재탄생하는 과정), WAVE(청정 제주 바다-도민의 참여로 거대해진 제주의 청정 파도) 등 2가지 컨셉을 담았다.

2010 남아공 월드컵 대표팀 유니폼을 비롯해 그동안 재생 유니폼이 여럿 선보였지만 제주의 재생 유니폼은 팬들이 직접 페트병을 모았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컸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0~50% 감소 효과가 있는 재생 유니폼을 만들기 위해서는 통상 50개의 투명 페트병이 필요한데, 이날 경기 전까지 제주 팬들이 모은 페트병은 무려 19,255개. 목표치였던 5,000개를 상회했다.

이 페트병을 위로 세우면 한라산 약 두 배 가까운 높이이다(3.851km). 청정 제주를 지키는 파란 물결 '제주바당'이 몰고온 진한 여운은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구단 공식 SNS와 다양한 축구 커뮤니티에서 판매 문의가 쇄도했다. 당초 정식 판매 계획이 없었던 제주는 팬들의 판매 요청 쇄도에 정식 출시했고, 11월 5일 출시 8시간 만에 100% 완판하는 기염을 토했다.

11월 27일 수원FC와의 올 시즌 홈 최종전을 앞두고 특별한 선물도 준비했다. 제주는 '리사이클링'이라는 본래 취지에 걸맞게 제주 선수들이 경기에서 실착했던 재생 유니폼 '제주바당'을 그린포인트(포인트 지급으로 페트병 수거를 독려하기 위한 이벤트) TOP 30 확정자들에게 증정하기로 했다. 팬의(페트병), 팬에 의한(유니폼), 팬을 위한(친환경) 재생유니폼으로 프로스포츠계에 '진정한 의미의 리사이클링'이라는 모범 사례를 남기게 됐다.

이를 놓쳤다고 해서 너무 아쉬울 필요는 없다. 그린포인트 참가자 전원에게는 '제주바당' 모양 키링을, 투명 플라스틱 누적 100개 이상 반납자에게는 친환경 생필품 세트도 증정한다. 그린포인트 참가자 대상으로 5명을 추첨해 제주 6차산업센터와 제주항공에서 제공한 6차 산업 물품 럭키박스도 증정한다.

제주 관계자는 “작은 실천이지만 함께 모이면 세상을 바꾸는 힘은 더욱 커진다. 팬 덕분에 처리비용을 들여 폐기해야 할 페트병이 ’제주바당‘으로 업사이클링 되었다. 환경 사랑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제주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으로 전파 및 확산되길 바란다. 또한 팬들이 만들어준 재생유니폼을 다시 팬들에게 돌려주면서 진정한 의미의 리사이클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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