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21시즌은 FC안양이 창단한지 9년째. 올시즌 안양은 창단 후 최고 성적인 정규시즌 2위의 성적을 거뒀다. K리그 전체팀을 통틀어 하위권 수준인 예산을 쓰고도 이룬 2위의 성적은 분명 자랑스러워해도 되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대전 하나시티즌에게 패하며 승격 도전을 하지 못했다는 것만으로 저평가된다.

스포츠한국은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이우형(55) 안양 감독을 만나 2021시즌을 정리하는 인터뷰를 했다. 안양의 중요했던 순간순간들을 복기해보고 2021시즌을 정리하는 기사를 3회에 걸쳐 게재한다.

"자세 썩어빠진 선수들 명단 제외" 온화한 감독이 화낸 이유[이우형 인터뷰①]
"마사의 '인생 건다'는 발언, 솔직히 무서웠다" [이우형 인터뷰②]
안양의 영입대상과 최고령 감독의 축구 철학, 꿈 [이우형 인터뷰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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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나니 아쉬운 여름이적시장… “경쟁심리 자극했어야”

계속해서 1,2위의 순위를 지키던 안양은 여름이적시장동안 중앙 미드필더 박태준을 성남FC에서 데려왔다. U-22 쿼터를 채울 자원이었고 과부화된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 박태준은 부담을 덜어줬고 활약도 좋았다. 그러나 문제는 박태준 영입 한명으로 그쳤다는 점이다.

사실 이제와 밝히지만 안양은 여름이적시장을 통해 영입돼 최고의 활약을 펼친 마사, 공민현(이상 대전 하나시티즌) 영입에 근접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정적인 여건, 상황적인 여건으로 영입하지 않았다.

안양 이우형 감독에게 박태준 한명만 여름이적시장에 데려온 이유를 묻자 “기존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 선수들에게도 ‘그동안 너희가 잘해서 최상위권을 유지 중인데 갑자기 새로운 선수가 와서 너희 자리를 뺏기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감독은 “지나고보니 그게 실수였고 ‘좀 더 보강했어야 했는데…’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감독으로 실수한 부분이다”라며 “마사같은 즉시전력감도 좋지만 그런 선수가 아니라 조금 떨어지는 선수라도 더 영입해 선수들에게 ‘우린 우승을 향해 갈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줬어야 했다. 그리고 선수들 사이에서도 새로운 선수가 와 경쟁 심리를 부추겨 긴장감을 줬어야 했는데 싶다. 실수다”라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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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막판 마사의 발언, 응집과 기세를 몰고와 무서웠다

시즌 막바지에 다다르니 김천 상무가 독주를 거듭하며 이르게 우승을 확정했다. 그렇다면 이제 안양에게 남은 것은 2위 확보와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팀들과의 준비였다.

하지만 10월 초, 대전의 일본인 선수 마사가 다소 어눌한 한국어로 방송 인터뷰에서 “그동안 축구인생에서 패배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경기가 있다. 승격 그거, 인생 걸고 합시다”라는 말을 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발언은 단순히 대전을 넘어 한국 축구에 큰 화제가 됐고 대전과 마사는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또한 축구에 관심없던 이들도 마사를 응원하고 대전의 승격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됐다.

결국 플레이오프에서 만났던 대전을 상대해야했던 안양 입장에서는 마사의 발언이 어떻게 다가왔을까. 이 감독은 “당시 대전은 마사가 부상에서 회복하며 맹활약하며 단순히 그 선수 한명만 잘하는게 아니라 마사를 통해 주변 선수들이 함께 상승효과를 받던 시기였다. 거기에 그런 발언까지 더해지니 정말 거친 파도 같은 ‘기세’를 얻게 됐다”며 “솔직히 그 인터뷰를 보고, 이후 큰 화제가 되는 것을 보고 무서웠다. ‘저 대전의 기세와 분위기를 어떻게 꺾을 수 있을까’하는 큰 고민이 주어졌다. 한 팀이 기세가 오르며 그것을 꺾기란 매우 어렵다. 대전은 ‘승격에 인생 건다’는 모토가 정해지며 응집력이 생겼고 거칠 것 없는 기세로 플레이오프까지 밀고 왔다”고 떠올렸다.

실제로 대전은 마사의 그 발언이 포함된 경기부터 3연승을 내달렸고 결국 플레이오프에서 안양을 만나 3-1로 역전승하며 승강 결정전에 진출했다.

이우형 감독은 “플레이오프 경기를 한지 열흘이 됐지만 아직도 잠을 제대로 못자고 있다”며 “너무나 아쉬움이 많다”며 가슴 아플 수 있는 플레이오프 경기를 언급했다.

“기세가 오른 대전은 장단점이 명확했다. 일단 대전은 결국 ‘마사와 이현식을 어떻게 봉쇄하느냐’가 관건이라 봤다. 수비에는 약점이 있었다. 가장 아쉬운건 역시 1-1 상황에서의 나의 선택이다. 결과론이지만 그때 공격적인 교체를 해야 했다. 물론 ‘비겨도 승강결정전 진출’이라는 어드밴티지가 있는 상황에서 후반전이며, 홈경기라는 수많은 유리한 조건에서 ‘공격적인 교체’를 할 감독은 10명 중 1명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9명의 감독은 ‘현상유지’를 택할 것이다. 나의 아쉬움은 내가 바로 그 9명이 아닌 ‘1명’의 감독이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감독에게 “공격적인 교체를 했다가 그로 인해 실점을 하면 ‘지키기만 하면 되는데 괜히 공격적으로 했다’고 오히려 더 비난받을 수 있는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이 감독은 “그래서 축구는 결국 ‘결과론’이라는 것이다. 만약 현상유지를 택하고 1-1로 비겨 승강결정전에 진출했다면 내 스스로도 ‘공격적으로 안하길 잘했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가정이며 공격적으로 교체하지 않아 우린 졌다. 감독은 결정하는 자리며 그 결정에 대한 책임과 아쉬움을 지는 자리다”라고 했다.

10명의 감독중 9명은 할 선택을 했다고 해서 비난받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감독이 그날 이후 열흘이 지났음에도 제대로 잠에 들지 못하는 것은 결국 결과를 내지 못했다는 책임감 때문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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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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