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21시즌은 FC안양이 창단한지 9년째. 올시즌 안양은 창단 후 최고 성적인 정규시즌 2위의 성적을 거뒀다. K리그 전체팀을 통틀어 하위권 수준인 예산을 쓰고도 이룬 2위의 성적은 분명 자랑스러워해도 되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대전 하나시티즌에게 패하며 승격 도전을 하지 못했다는 것만으로 저평가된다.

스포츠한국은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이우형(55) 안양 감독을 만나 2021시즌을 정리하는 인터뷰를 했다. 안양의 중요했던 순간순간들을 복기해보고 2021시즌을 정리하는 기사를 3회에 걸쳐 게재한다.

"자세 썩어빠진 선수들 명단 제외" 온화한 감독이 화낸 이유[이우형 인터뷰①]
"마사의 '인생 건다'는 발언, 솔직히 무서웠다" [이우형 인터뷰②]
안양의 영입대상과 최고령 감독의 축구 철학, 꿈 [이우형 인터뷰③]

ⓒ프로축구연맹
▶시작전 PO못가면 사임 각오한 이우형 감독, 연습경기서 희망보다

이우형 감독은 안양 축구의 역사다. FC안양의 창단 초대 감독으로 2013년부터 2015시즌 중반까지 함께 했다. 첫해에는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한 4위와 승점 2점차인 5위, 2014년에는 4위와 승점 3점차 5위로 정말 아쉽게 플레이오프에 나가지 못했다.

이후 전력강화부장을 거쳐 2021시즌을 앞두고 다시 감독으로 부임했다. 이 감독은 “많은 사람들이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을걸로 안다. 늙은 감독이 왜 다시 돌아오는지 불만을 토로한 사람도 있었다”고 떠올렸다.

2020시즌 10개팀 중 9위를 그쳤던 안양에 창단 감독이었던 이우형 감독이 복귀하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잘해봤자 중위권”이라는 냉소적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이 감독의 생각과 각오는 달랐다. 이 감독은 선임 당시 장철혁 단장과의 미팅에서 “계약은 2년을 했지만 올시즌 4강 플레이오프를 가지 못하면 스스로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만큼 성적에 자신이 있었고, 플레이오프는 이 감독에게도 최소한의 자존심이었다.

“가장 중요한건 선수 영입이었다. 최대호 시장님, 장철혁 단장님과 앉아 선수 영입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두 분이 흔쾌히 수락해줬다”고 말한 이 감독은 이후 시즌 베스트11에 뽑히게 된 주현우와 김경중, 조나탄은 물론 한표차로 베스트11을 놓친 백동규, 알짜배기 심동운, 모재현, 임선영 등을 영입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올시즌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는걸 언제쯤 예상했을까. 이 감독은 “시즌 들어가기전에 K리그1의 광주FC, 수원 삼성, 대구FC와 연습경기를 했다. 그쪽이나 저희나 모두 베스트멤버들을 냈는데 경기력과 스코어 모두 결코 뒤지지 않았다. 오히려 어떤 경기는 더 나았다. 그때 ‘이정도면 해볼만하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라며 “동계훈련을 잘한다고 다 좋은 성과가 나오는건 아니지만 감독들은 동계를 해보고 연습경기를 해보면 솔직히 자신의 팀에 대한 평가에 계산이 선다고 본다. 전 연습경기 후에 ‘올해는 되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이달의 감독상을 수상했던 안양 이우형 감독. ⓒ프로축구연맹
▶3월 첫 위기와 가장 분노했던 ‘그 위기’

리그 2위를 차지한 안양이지만 시즌 내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이 감독은 “돌이켜보면 두 번의 위기가 있었다”고 말한다.

첫 번째 위기는 시작 시작하자마자인 3월이었다고. 개막전 경남FC전 승리 후 안양은 1무2패를 기록한다.

“안산 그리너스전은 페널티킥을 두 개나 내주고 졌고 대전과의 경기는 두 명이나 퇴장을 당했다. 하지만 그건 경기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소위 ‘운이 따르지 않는 경기’였다. 그부분을 선수들에게 강조했다. ‘우리가 못한게 아니라 운이 없었고 몇 가지 부분만 부족했을 뿐이다’라고. 정신적인걸 심어줬고 선수들이 극복해내더라”라고 떠올렸다.

이후 4월부터 안양은 FA컵 포함 6연승을 내달린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결과였다. 이후에도 8경기 연속 무패행진 등을 내달리며 상위권을 내달리던 안양에게 두 번째 위기가 찾아온다. 바로 7월 18일부터 8월 7일까지 3경기에서 1무2패를 당한 것. 특히 8월 7일 부산 아이파크와의 홈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 감독은 “일부 선수들은 정말 정신 차려야한다.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치열한 순위싸움을 하는데 몇 경기째 존재감 없는 선수들은 정말 문제”라며 “앞으로 그런 선수들은 올시즌이 끝날때까지 출전시키지 않을 생각이다. 자세가 썩어빠졌다. 정신 차려야한다”라며 강하게 말해 크게 화제를 모았다.

이 발언이 놀라운 것은 이 감독이 축구계의 알아주는 ‘신사’라는 점이다. 평소 선수들에게 화를 내지 않고 신사적으로 대해 인망이 높은 성품을 지닌 이 감독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은 축구계 내부에서도 놀랄만한 일이었다. 이 감독도 “사실 한시즌을 하면서 경기뿐만 아니라 훈련을 하면서도 선수들을 질책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게 내 스타일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평소 화를 내지 않고 조용한 사람이 화를 내면 더욱 무섭듯 이렇게 이 감독이 공개적으로 화를 내자 안양은 곧바로 바뀌었다. 이어진 전남 드래곤즈 원정에서 승리하면서 이후 경기에서 3연승을 포함해 다시 8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내달리며 사실상 2위를 확정했다.

이때를 떠올리며 이 감독은 “솔직히 당시에 ‘이대로라면 실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졌다. 그 기자회견을 보고 한명이라도 경각심을 느껴 일주일간 컨디션 관리를 잘하는 선수가 나오면 성공이라고 생각했다”며 “‘안양은 하위권에 있던 팀이니까 조금은 못해도 괜찮아’라는 생각을 못하게 해야했다. 3경기 1무2패를 하면서 부상을 걱정해서 몸을 사리고 안일하며 투쟁적이지 않은 선수들이 보였다. 이겨내며 소유해야할 공이 넘어와 실점으로 연결됐다.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평범한 실점상황으로 볼 수 있지만 안일한 움직임과 동작 하나하나가 결국 실점으로 연결됐다. 그때의 안양이 그랬다. 그래서 극약처방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 그렇게 불같이 화를 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감독은 “내가 화를 내서 바뀐게 아니다. 다음 경기에서 3명의 선수를 바꿨고 바꿨는데 이겼기 때문에 바뀐 것이다. 만약 졌다면 선수들의 불만만 더 쌓였을지 모른다. 결과와 운이 함께 했기에 위기를 터닝포인트로 바꿔 치고 나갈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안양은 거침없이 나아가 국가대표급 선수들로 구성된 김천 상무에 이어 K리그2 2위를 차지하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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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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