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후반 9분 이강인의 볼트래핑이 길었고 공을 잡아놓기 위해 발을 길게 뻗은 그 순간. 달려오던 상대가 걸려 넘어졌고 모두가 직감했다.

그 찰나의 움직임 한번으로 이미 옐로카드가 있었던 이강인은 추가 옐로카드로 퇴장을 당하고 말았다.

자신의 10대를 모두 쏟은 발렌시아를 상대로, 그리고 자신을 써주지 않았던 발렌시아를 상대로 정말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을 이강인의 의욕은 아쉽게도 옐로카드 누적이라는 ‘과욕’이 되고 말았다.

ⓒ스포티비 화면 캡처
마요르카는 23일(이하 한국시각) 오후 9시 스페인 발렌시아 메스타야의 에스타디오 데 메스타야에서 열린 2021~2022 스페인 라리가 10라운드 발렌시아와의 원정경기에서 이강인의 도움으로 선제골을 넣었지만 이강인의 퇴장 후 끝내 후반 추가시간에만 2실점하며 2-2 무승부를 거뒀다. 이강인은 1도움을 기록하고 후반 9분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전반 32분 발렌시아가 수비에서부터 빌드업을 할 때 전방 압박으로 공이 흐르자 이강인은 오른쪽에서 공을 잡아 두 명의 수비수를 개인기로 완벽하게 뚫어냈다. ‘뱀 드리블’로 불리는 기술을 통해 페널티박스 안 오른쪽에서 수비 두명을 농락한 후 왼발로 컷백 패스를 했고 문전에 있던 앙헬 로드리게스가 그대로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이강인의 마요르카에서 첫 도움.

마요르카는 전반 38분 오른쪽에서 낮은 크로스에 이은 다니 로드리게스의 슈팅이 상대 수비 맞고 자책골로 되며 원정경기임에도 2-0으로 앞선채 전반전을 마쳤다.

후반 9분 이강인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한 마요르카는 후반 추가시간 2분 발렌시아의 곤잘로 게데스에게 만회골을 허용했고 후반 추가시간 7분에는 끝내 호세 가야에게 동점골까지 허용하며 아쉽게 2-2 무승부로 마쳤다.

상대였던 발렌시아 팀은 이강인이 10대의 모든순간을 보낸 각별한 팀. 그곳에서 이강인은 성장했고 프로선수로 거듭났다. 하지만 출전 기회를 원하는 이강인에 비해 발렌시아는 기회를 주지 못했고 결국 올시즌을 앞두고 진통 끝에 계약을 해지하고 마요르카로 이적했다.

마요르카에서는 원하던 출전 기회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는 상황. 지난 9월 레알 마드리드전에서는 데뷔골까지 신고하며 자신감을 끌어올린 이강인은 이날 경기에서 도움까지 기록하는 등 이적 후 최고 활약을 이어갔다.

그러나 전반 30분 발렌시아의 핵심인 호세 가야와 충돌하며 옐로카드를 받았다. 드리블 중 뒤에서 달려와 수비하는 가야에게 왼팔이 얼굴을 가격했고 주심은 옐로카드를 이강인에게 줬다.

이 옐로카드가 결국 스노우볼로 산사태를 일으켰다. 후반 9분 높이 뜬 공을 트래핑한 이강인은 다소 트래핑이 길자 왼발로 잡아놓기 위해 다리를 길게 뻗었다. 하지만 그 순간을 파고든 발렌시아의 선수 보다 한발 늦어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게 됐고 서로 넘어졌다. 심판이 바로 앞에 있었고 휘슬이 불렸다. 이강인은 곧바로 자신이 추가 옐로카드를 받을 것을 안다는 듯 누워서 얼굴을 감싸쥐었다.

ⓒAFPBBNews = News1
주심은 누워있는 이강인에게 옐로카드를 추가로 줬고 레드카드를 보이며 퇴장을 명했다. 발렌시아 옛동료들은 이강인을 위로함과 동시에 일으켜 세우며 빨리 나갈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강인은 그러나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너무나도 아쉬움이 컸기 때문.

한때 모든걸 바치려고 했던 발렌시아 팀을 상대로 메스테야 경기장에 와서 자신을 쓰지 않은 팀을 상대로 분명 잘해서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을 것이다. 실제로 이날 이강인은 이적 후 최고 활약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공격을 주도하며 맹활약을 했다. 도움도 기록하고 킥도 도맡고 패스와 드리블로 마요르카를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옐로카드의 늪에 빠져 퇴장 당하고 말았다. 본인도 곧바로 직감할 정도로 명백한 두 번의 옐로카드는 의욕이 앞섰던 이강인의 발렌시아를 향한 도전을 멈추게 했다.

-스한 스틸컷 : 스틸 컷(Still cut)은 영상을 정지된 화면으로 보여주는 것을 뜻합니다. 매 경기 중요한 승부처의 한 장면을 있는 그대로 자세히 묘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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