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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엇나가도 한참 엇나갔다. 아무리 경기에 졌고 경기력이 맘에 들지 않고 올시즌 결과가 마음에 안 들어도 감독의 이름에 근조를 새긴 항의 걸개는 분명 항의를 넘어섰다.

전북 현대는 17일 오후 7시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1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울산 현대와의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2-3으로 패하며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울산이 골을 넣으면 전북이 끈질기게 따라갔지만 결국 연장 전반 터진 울산 이동경의 원더골에 전북은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 전북은 K리그1에서는 1위 울산에 승점 1점차 뒤진 2위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는 울산에게 패해 4강 진출을 하지 못하게 됐다.

분명 전북 팬들 입장에서는 아쉬운 성적이며 하필 울산에게 패하며 챔피언스리그 4강에 가지 못했다는 것은 더 뼈아플 것이다.

게다가 김상식 감독 부임 후 전북의 경기력에 아쉬움이 있고 대단했던 이적시장에 비해 아쉬운 결과에 분노할 수도 있다. 감독과 구단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팬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처사다.

하지만 이날 경기 후 한 전북팬이 전북 팬커뮤니티에 인증샷을 올린 사진은 단순히 ‘항의’를 넘어선 도가 지나치는 행위였다.

이 팬은 검은 바탕에 흰 글씨로 근조 표시를 한 후 ‘김상식 감독님! 이게 전북 축구입니까’라고 걸개를 내걸었다. 근조는 ‘사람의 죽음에 대하여 삼가 슬픈 마음을 나타내는’ 의미다.

아주 가끔 팬들이 항의하는 의미로 구단의 이름을 넣어 구단에 항의하는 메시지로 쓰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에 사람 이름, 그것도 감독의 이름을 넣은 것은 분명 도를 넘어선 행위다.

차라리 ‘감독 경질’이나 구단, 감독에 대한 조롱, 욕설이라면 항의의 강도가 세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근조에 사람 이름을 넣은 것은 아무리 봐도 이해하기 힘들다.

물론 일부 팬의 일탈이며 모든 팬들이 같은 마음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같은 팬커뮤니티 내에서도 정도가 심하다는 항의글이 다수 올라와 공감을 받고 있다.

중요한 경기이긴 했지만 결승전도 아니었고 리그 우승 향방이 결정되는 경기도 아니었다. 고작 경기에 졌다고 김상식 감독이 이렇게 도를 넘는 비난을 받는 것은 부당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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