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정승원(24)은 대구FC를 위해 심각한 부상에도 뛰었다. 대구FC도 정승원과 함께 창단 최고의 역사를 만들어갔다. 하지만 부득이하게 둘의 사이는 틀어졌고 정승원과 대구는 더 이상 함께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꽃미남 축구스타’ 정승원과 대구FC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 막전막후를 알아본다.

ⓒ프로축구연맹
▶누적됐던 부상에 출전 종용

스포츠한국이 8일 보도한 대로 정승원은 프로 입문 전 수술까지 받은 오른 무릎 십자인대가 2019년 경기중 부분 파열됐음에도 14경기 연속 선발출전을 할 정도로 혹사됐다. 선수는 치료를 위해 휴식을 요청했음에도 묵살됐고 ‘갑’인 구단 밑에 ‘을’인 선수는 뛰라는 대로 뛸 수밖에 없었다.

9일에도 스포츠한국은 ‘[단독] 정승원, 19년 십자인대 이어 20년 목디스크에도 출전 종용’을 통해 2019년뿐만 아니라 2020년에도 심한 부상이 있었음에도 또다시 출전을 종용당한 것이 밝혀졌다. 이 기사들에는 모두 통원확인서, 진단서 등이 함께 공개됐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자연스레 ‘무명인 나를 프로에 데뷔시켜준 구단’이라는 고마움으로 뛰던 정승원의 애정도 식을 수밖에 없었다. 오죽하면 정승원은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뛰다가는 오래 선수생활을 하지 못한채 은퇴할 것 같아 힘들었다”며 그간의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런 주장에 대구 측은 스포츠한국을 통해 “모든 선수들이 부상이 있지 않나. 요즘 시대에 일방적으로 구단에서 뛰라고 한다고 뛰는 선수가 어딨나”라며 “뛸만하니까 뛴 것이다. 갑자기 병원에 입원해 있는 선수를 뛰라고 한 게 아니다. 병원은 다녀왔지만 훈련에 정상적으로 참여했고 감독이 지켜보고 경기에 나서기 무리가 없다고 보고 출전시켰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부상으로 선수가 잘 못뛰면 구단에도 손해다. 또한 경기 중에도 부상으로 힘들어하면 그곳이 공략당해 팀은 패한다. 이기지 못하는 선수를 쓸 이유가 없다”며 정승원을 기용한 이유에 대해 밝혔다.

정승원의 십자인대 부분파열 통원확인서
정승원의 목디스크 진단서
▶CF, 방송 등 초상권 문제

정승원의 축구 실력은 물론 수려한 외모가 인터넷에서 큰 화제를 모아 방송, CF 등의 제의도 물밀 듯이 들어왔다. 하지만 정승원이 실제로 방송에 출연하거나 CF를 찍은 사례는 거의 없다.

대구 구단에서 이를 쉬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 정승원 측은 프로축구연맹에서 열린 연봉중재 때도 초상권과 관련한 부분을 문서화 하길 원했지만 중재위는 이 사안은 중재위에서 결정해줄 사안이 아니라고 반려했다. 대구 측은 “협의를 할 생각”이라지만 선수 측은 이미 많은 제의가 성사되지 않은 사례가 있기에 문서화가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대구 측은 “광고는 최종 제안까지 받은 적은 없다. 방송은 제의가 있었지만 팀 일정이 빠듯해 출연을 허락하지 않은 적이 있다”며 “선수가 유튜브도 찍고 싶다고 하더라. 하지만 구단이 휴식일을 주는 것은 다음 경기를 위해 컨디션 조절을 하라고 준 것이지 유튜브를 찍으라고 주는게 아니다.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여러편 찍어야하는데 컨디션에 지장이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정승원 측은 “유튜브가 시작한다고 바로 수익이 나는 게 아니다. 코로나19 시대에 팬들과의 접촉이 줄어든 상황에서 선수 스스로 대구에서 마지막 시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유튜브를 통해서 팬들과 소통하고 싶어했다. 수익 창출은 부가적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한 유튜브나 방송을 하다보면 컨디션 관리가 힘들 수도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90년대에도 이동국-안정환-고종수 트로이카는 방송도 하며 축구도 잘했다. 요즘은 운동선수가 예능에 나오는건 매우 익숙하다. 너무 시대에 동떨어진 이야기”라며 일축했다.

인터넷에서 큰 화제를 모아 방송 등의 섭외를 이끌었던 정승원 사진. 보그, 1boon
▶이적료 문제

서로의 입장이 가장 차이나는 것이 바로 이적료 부분이었다. 정승원 측은 이적을 요구했고 구단 측은 “계약기간이 남은 선수가 팀을 떠나겠다고 해서 모두 허락하면 구단 운영이 안된다”며 이적을 거부했다. 계약기간 안에 선수를 활용하는 것은 구단의 몫이라는 것.

하지만 구단 측은 정말 이적을 원한다면 이적료로 10억원 이상을 원했다. 대구 측은 “정말로 이적을 원한다면 어떠한 피드백이 있어야 했다. 일단 높은 가격을 부르고 그것보다 낮은 금액이 오면 거기서 적정선을 찾는 것이 우리의 협상 방식”이라며 “하지만 정승원 측은 어떠한 피드백도 주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승원 측은 “대구의 요구금액은 터무니 없었다”라고 반박했고 “너무 강경하게 10억원 이상의 이적료를 원해 아예 피드백을 줄 수 없었다”고 말한다.

또한 “에이전트는 선수에게 많은 수익을 남겨주기 위해 존재한다. 이적료를 낮추면 자연스레 선수가 받는 연봉은 올라간다. 이를 위해 5억원 수준의 이적료를 말했지만 서로 이견이 너무 컸다. 특히 선수는 1순위로 해외진출을 원했다. 구단 역시도 발굴 및 육성해준 선수가 국내 타 팀에서 뛰는 것 보다는, 해외진출을 하는 것이 떠나보내는 구단 입장에서도 명분이 있다"고 했다.

구단은 현실적은 어려움도 설명했다. 대구 측은 "해외이적시, 200만달러(약 22억원) 이상의 이적료를 요구하는 상황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전세계 모든 구단들의 재정악화 상태에서 그러한 이적료는 현 시장과 맞지 않는 금액이었다. 몇개월 뒤면 FA가 되는 선수에게 그 이상의 이적료를 지불하고 영입하려는 팀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코로나 상황에서 오버페이를 할 수 있는 구단은 흔치않다”고 말했다.

▶잔류가 쉽지 않아진 정승원

2021시즌 연봉 협상을 해야하는데 옵션에 대한 이견차로 조정신청에 회부됐고 정승원 측은 졌다. 하지만 21일간 숙려기간이 있고 3월 25일까지는 이의 제기에 대해 고민할 수 있다. 만약 정승원 측이 이의 제기를 한다면 대한축구협회 조정위로 넘어간다. 그전까지는 선수등록이 안돼 출전이 불가하다.

8일 스포츠한국를 통해 정승원의 속사정이 공개되면서 여론은 정승원 옹호론 역시 커지고 있다. 이미 선수 스스로도 이적을 원하고 있음이 공개된 상황에서 1년 계약밖에 남지 않은 선수를 잡아두기도 쉽지 않은 대구다.

올림픽 대표팀 주전급 선수에 귀한 윙백 포지션은 물론 중앙 미드필더, 공격까지 멀티포지션이 가능한 선수다보니 국내 상위클럽은 물론 일본, 유럽 등의 클럽도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상황. 대구에서 이적을 허용할지, 아니면 불편한 동거를 계속할지 지켜볼 일이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