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꽃미남 축구스타’ 정승원(24)이 대구FC와의 재계약에 사인하지 않은 것은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바로 심각한 부상에도 출전을 종용해온 대구 구단에 대해 믿음을 가지기 힘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일 대구와 정승원은 연봉 협상이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자 조정위원회를 통한 연봉 조정을 받았다. K리그에서 조정위원회까지 간 사례가 많지 않은데다 연봉 조정 신청 선수가 공개된 사례도 없었기에 큰 관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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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정승원이 "지나치게 많은 돈을 원한다"는 말도 있었다. 그러나 정승원은 연봉조정 문제를 떠나 지난시즌 종료후 구단과의 협상 첫 미팅에서부터 명확하게 연장 재계약 의사가 없음을 천명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재계약 거부 의사의 가장 큰 이유는 심각한 부상 중에도 출전을 종용한 구단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2016년 대구와의 신인 계약을 통해 프로무대에 발을 디딘 정승원은 2017년 K리그1 9경기를 뛰며 조금씩 프로 무대에 적응했다. 그리고 2018년 31경기에 뛰며 주전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정승원은 2019시즌 경기 중 무릎 십자인대가 부분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한다. 그럼에도 대구 측은 팀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정승원에게 출전을 요구했다. 고작 22세밖에 되지 않은 정승원 입장에서는 자신을 프로에 데뷔시켜준 팀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경기에 나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것뿐이라는 마음으로 뛰었다.

그러나 2019년 4월 6일 성남FC와의 경기에서 정승원은 무릎 부상을 입고 교체아웃됐다. 이후 구단 지정병원인 으뜸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결과 오른 무릎 후방 십자인대 부분파열 진단을 받는다.

정승원의 십자인대 부분파열과 내측측부인대 부분파열 통원확인서
선수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십자인대 부분파열은 큰 부상이지만 정승원은 곧바로 열린 4월 10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경기에 출전한다. 무릎부상이 악화되고 상체 추가 부상도 확인돼 상·하체 모두 부상이기에 주중 FA컵 경기와 주말 리그 경기에 명단에서 제외된다.

그때뿐이었다. 다 낫지도 않은 상황에서 4월 27일 강원FC전부터 6월 2일 포항 스틸러스전까지 연속해 선발출전한다. 대부분 풀타임을 뛰었다. 구단에서 부상관리가 전혀되지 않았던 셈이다. 십자인대 부분파열은 무리할 경우 완전파열로 이어질 수 있고 완전파열로 인해 수술을 하면 최소 6개월에서 1년을 쉬어야하는 장기부상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몸을 혹사하다보니 몸이 성치 않을 수밖에 없었다. 정승원의 부상부위는 악화됐고 선수 스스로 지쳐갔다. 게다가 정승원이 부상당한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는 프로 입단전에 수술까지 받았던 부위였다.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했지만 돌아온 건 ‘팀을 위해’ 뛰어달라는 부탁아닌 부탁이었다.

무릎 통증이 더 심해지자 구단 지정병원에서 주사치료까지 감행했고 A매치 휴식기로 경기가 없을 때 잠시 휴식을 취한 것을 제외하곤 6월 15일 강원FC전부터 다시 연속 출전한다.

물론 대부분의 선수들이 부상을 안고도 경기에 나선다. 하지만 이미 수술까지 받은 무릎에 또 파열이 왔음에도 사실상 14경기 연속 출전은 납득하기 쉽지 않다. 연속 출전이후 정승원은 부상 악화로 다시 2019년 7월 8일 구단 지정병원을 내원해 검사결과 무릎 내측 측부인대 부분 파열 진단까지 받는다.

그제서야 대구 구단은 3경기 명단 제외로 휴식을 줬지만 이후 경기에는 다시 투입하는 것을 반복했다. 이 같은 일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다 보니 자연스레 선수도 팀에 대한 애정이 식을 수밖에 없었다. 대구는 2021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정승원에게 추가 1년 연장계약을 지속적으로 제시했지만 정승원이 계약서에 사인할 수 없는 이유는 명확했다. 이적료를 남기는 이적을 추진했지만 이적료 역시 적정선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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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원의 주장에 대해 대구 측은 “선수강화부와 얘기를 해봐야 정확한 답변을 드릴 수 있다”며 공식 입장을 유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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