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90분 내내 잘할 수 없다. 냉정하게 김민우를 제외하곤 국가대표 선수도 없는 스쿼드이기에 개인 기량에서 부족함도 보인다. 그래서 어이없는 슈팅이나 패스, 어디로 가는지 모를 코너킥도 나왔다.

그럼에도 수원 삼성은 ‘과정’을 계속해서 시도했다. 광주FC와의 개막전에서 무려 23개의 슈팅을 했고 10개나 유효슈팅으로 만들었다. 비록 득점은 상대 수비 맞고 굴절된 행운의 골이었지만 과정을 계속 시도했기에 가능했던 골이었다.

박건하 감독이 부임한 이후 수원은 가장 기본인 ‘훈련장에서 연습한걸 경기장에서 적용시키려는’ 노력이 보인다는 점이 이전의 수원과 가장 달라진 점이다.

ⓒ프로축구연맹
수원 삼성은 28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2021 K리그1 1라운드 광주FC와의 홈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전반전을 광주를 상대로 우세한 경기력을 보이며 0-0으로 마쳤던 수원은 후반 5분 김건희의 결승골로 개막전 승리를 가져갔다. 광주의 김호영 감독은 광주 데뷔전에서 패했고 수원은 지난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8강까지 오른 기세를 개막전에도 이어갔다.

23개의 슈팅을 때려 10개의 유효슛을 만들었고 1골을 넣었다. 냉정하게 슈팅숫자, 유효슈팅 숫자에 비해 골이 부족하다. 심지어 그 골마저 상대 수비를 맞고 굴절되지 않았다면 들어가지 않았을 슈팅이었다. 이런 사실만 알려주면 경기를 보지 않은 이들은 ‘수원이 운좋게 이겼다’고 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장에서 지켜본 수원은 정말 박건하 감독 부임 후 많이 달라졌다. 이미 지난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놀랄만큼 달라진 경기력과 포기하지 않는 근성있는 축구로 8강까지 진출해 전 아시아의 주목을 받았던게 허상이 아니었다.

ⓒ프로축구연맹
이날 광주전도 수원은 경기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선수들이 코너킥이 될 공을 달려가 몸을 날려 스로인으로 만들고, 한발이라도 더 상대에 다가가 자신의 몸으로 패스나 슈팅을 막는 등 몸을 날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또한 세트피스부터 공격작업까지 모두 약속된 훈련에 의한 것들을 경기장에서 그대로 해보려는 노력이 보였다. 실제로 후방에서부터 무조건 만들어가는게 아니라 필요할때는 롱볼도 하면서도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패스를 투입하고 전방에 선수는 상하좌우로 뛰며 공간을 만들고 공을 받기 위해 노력했다.

자신에게 패스가 왔을 때 뒤에 선수가 있으면 의도적으로 공을 흘리거나 좁은 공간에서는 2대1패스를 통해 풀어나간 후 공격진영에서 조금만 공간이 생기면 무조건 슈팅으로 연결했다. 물론 23개의 슈팅 모두 위협적이지 않고 터무니없게 빗나간 슈팅도 있었다.

하지만 슈팅을 만드는 과정이 단순히 ‘우당탕탕’하는 상황이 아닌 동계훈련에서 훈련한대로 맞춰서 약속된 플레이를 가져가려는 모습이 뚜렷하게 보였다. 박건하 감독 부임 이전의 수원은 이런 모습을 전반 초반에 보이다가 잘 안되면 타가트나 조나탄 등 특출난 선수에게 그냥 공을 맡겨 선수 개인의 능력에 기대는 축구를 많이 했다. 그러다보니 그 선수가 막히면 지고, 잘되는날은 이기는 것이 반복이었다.

박건하의 수원에서는 특출난 선수에 기대지 않는다. 실제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도 외국인 선수 하나 없이 8강을 이뤘고 이날도 선발라인업에 외국인 선수가 없었다. 김건희가 비록 골을 넣긴 했지만 11명이 모두 만들어가고 호흡을 맞추는 과정 속에 마지막 슈팅을 때린 선수일 뿐이었다. 과정 속에 들어가있었기에 골을 넣었지 개인능력에 기대 넣은 득점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예전처럼 국가대표를 다수 보유하던 수원이 아니다. 조직력으로 승부하고 하나하나가 모여 유기체로 움직여야한다. 박건하 감독은 이를 파악했고 수원에 이 정신을 제대로 심어놓은 것으로 보인다. 90분내내 만들어서 축구하고 훈련장에서 연습한걸 그대로 경기장에서 해보려는 모습이 보이는 수원은 분명 달라졌다.

ⓒ프로축구연맹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