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고등학생 때부터 대학교 초반까지 이름모를 국가기관으로부터 책이라든지 등록금 등 지원을 아무 대가도 없이 받았다. 이유가 ‘남들보다 컴퓨터를 조금 더 잘한다’였는데 도움을 받아 감사히 생각하고 있다. 저는 아직도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우리나라를 위해 작게라도 베풀고 싶다.” - 화이트해커 박찬암

최근 방송된 tvN의 ‘유퀴즈 온더블럭’에는 화이트해커인 박찬암씨가 출연해 방송 말미에 매우 흥미로운 말을 남겼다. 국가기관으로부터 자신이 학창시절 이유없이 지원을 받았다는 것. 이 이야기가 알려진 이후 ‘역시 괜히 국가기관이 존재하는게 아니다’, ‘저런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화이트 해커가 있을 수 있었다’와 같은 호평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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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논란을 일고 있는 백승호, 박정빈 등 해외 진출 선수들의 국내복귀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자신들은 ‘내가 잘해서’ 해외도 나가고 그곳에서 좋은 경험을 생각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선수 하나를 만들기 위해 유스 시스템이 뒷받침되고 직접적 지원까지 더해져 그들이 해외에서 뛸 수 있었다.

물론 스포츠 비즈니스에서 ‘의리’는 낭만의 단어가 됐기에 무조건 ‘유스때부터 지원해준 구단으로 돌아오라’고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명백히 계약서에 복귀 조항이 있고 이를 어길시 위약금을 물어낸다는 조항이 있다면 이를 따라야한다.

어설프게 ‘선수 미래를 위해서’, ‘대승적 차원에서’, ‘올림픽을 나가야하니’ 같은 말은 통하지 않는다. 이제 더 이상 축구팬들도 무조건 해외진출 선수를 응원하고, 해외진출 선수를 우상시하던 예전의 수준이 아니다.

선수가 결정을 내릴 때 가장 많이 관여하는 것이 부모와 에이전트다. 부모와 에이전트도 뻔히 어린시절부터 특정구단으로부터 해외에 있는동안 지원을 받고, 돌아올 때 복귀조항이 있는 것도 알면서 ‘급했다’같은 어설픈 이유로 상황을 모면하려해서는 안된다. 무능을 증명할 뿐이다.

그동안 K리그에는 해외진출 이후 국내로 돌아올 때 복귀조항을 지키지 않은 사례가 수없이 많았다. 해외 나갔던 선수가 ‘갑’이 되어 과거의 은혜를 잊는 만행은 이제 사라져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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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는 자신만 지원받았지만 구단은 그런 어린 선수 수십명에게 지원한다. 모든 선수가 잘된다는 보장도 없이 말이다. 그렇게 미래도 모르고 지원하다가 좋은 선수가 나오면 이를 통해 구단은 막연한 보상을 받아 다시 순환되는 것이 바로 유스시스템이다.

‘의리’로 무조건 유스시절 팀으로 돌아오진 못할망정 계약서에 있는대로 복귀조항조차 지키지 않는 일이 일어난다면 구단이 유스시스템에 투자할 이유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다시 ‘유퀴즈’ 방송 프로그램으로 돌아가 화이트해커 박찬암씨를 국가기관이 도운 이유는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게, 나쁜길로 빠지지 않게 원하는 컴퓨터 공부를 계속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박찬암씨는 화이트해커가 되었고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를 위해 베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박찬암씨는 최소한 ‘도리’는 알고 있기에 잔잔한 감동을 줬다.

백승호(왼쪽)와 황희찬.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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