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경기전날 함께하던 동료가 세상을 떠났는데 경기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있었을까. 당연히 FC서울 선수들은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비록 패했지만 서울 선수단이 한골이라도 넣기 위해서 보인 투지와 집념만큼은 시즌 최고 경기였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의 맏형인 박주영은 경기 후 故 김남춘의 등번호 4번 유니폼을 들고 나와 홈 응원석 쪽 골대에 유니폼을 펼쳤고 곧 주장완장까지 들고와 함께 올려놨다. 故 김남춘을 쉬이 보낼 수 없는 서울 선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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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31일 오후 3시 서울월드컵경기자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0 27라운드 시즌 최종전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에서 0-1로 패하며 2020시즌을 9위로 마쳤다.

전반 31분 인천의 정동윤이 왼쪽에서 앞으로 달려가는 아길라르에게 패스를 내줬고 아길라르가 이를 감각적인 슈팅으로 연결해 선제골을 기록했다.

결국 인천이 그대로 1-0으로 승리하면서 인천은 지난시즌과 마찬가지로 시즌 최종전에 극적으로 K리그1에 잔류하는 드라마를 썼다.

이날 경기는 인천의 K리그1 생존 여부가 달린 경기이기도 했지만 전날인 30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서울 수비수 故 김남춘을 기리는 경기가 되기도 했다.

故 김남춘은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건물 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범죄 피해나 타살 정황이 없는 것으로 보아 김남춘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서울 선수들은 故 김남춘이 가는 마지막 길에 승리를 안겨주기 위해 정말 열심히 뛰었다. 특히 후반전들어서는 어떻게 해서든 한 골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투지를 보였고 끝내 골이 들어가진 않았지만 그 투지와 집념만큼은 선수단이 하나가 되고 정신력이 보였다는 점에서 박수받아 마땅했다.

경기 후 박혁순 감독대행은 “솔직히 선수들이 잠도 잘 못잤다. 워낙 컨디션 자체가 나쁘다보니 전술적으로 풀고 대처하기 힘들었다”면서도 “전반전 종료 후 라커룸에서 ‘(김)남춘이를 위해서 힘들지만 끝까지 뛰자. 정말 좋은 곳으로 박수 받으면서 갈 수 있게 우리가 최선을 다해보자’고 말했었다”며 후반전 팀이 엄청난 투지를 보여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비록 패했지만 서울 선수들은 경기전 묵념과 경기 후 팬들에게 시즌 마지막 인사 때 故 김남춘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몇몇 선수들은 서있지도 못할 정도로 많은 눈물을 흘렸다.

故 김남춘과 친하게 지냈던 팀의 맏형인 박주영은 경기 후 故 김남춘의 유니폼을 들고와 홈 응원석쪽에 위치한 골대에 뒀다. 그리고 다시 나와 주장완장을 들고 나와 유니폼 위에 뒀다. 故 김남춘을 기리는 마음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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