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딱 11개월전인 2019년 11월 24일. 제주 유나이티드는 1982년 창단 이후 첫 강등을 당했다. 국내 대기업 SK를 모기업으로 둔 기업구단이자 2년전인 2017년만 해도 K리그1 준우승을 차지했던 팀이기에 그 충격은 엄청났다.

그리고 11개월이 지난 2020년 10월 24일. 제주는 수원FC를 이기며 사실상 K리그1 승격의 9부능선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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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회장은 11개월전에도 제주월드컵경기장에, 그리고 11개월이 지난 24일에도 제주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강등의 순간에, 그리고 승격 9부능선을 넘은 순간을 지켜보며 축구단에서만큼은 천당과 지옥을 모두 맛봤다.

제주는 24일 오후 4시 제주도 서귀포시의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0 25라운드 수원FC와의 홈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제주는 전반 31분 페널티 서클 부근에서 이동률이 오른발로 공을 잡아놓고 왼발로 때린 하프발리슈팅이 빨려 들어가며 선제골을 넣었다. 후반 29분에는 전방압박으로 공을 탈취한 후 정우재가 왼쪽에서 컷백 크로스를 올렸고 완벽하게 빈 골대에 진성욱이 가볍게 밀어 넣으며 쐐기골을 넣었다.

2-0으로 승리하면서 제주는 승점 54점이 돼 2위 수원FC의 승점 48점과 6점차로 벌렸다. K리그의 시즌 종료까지 잔여 경기는 2경기. 제주는 남은 2경기에서 승점 1점만 추가해도 자력 우승을 확정할 수 있고, 수원FC가 2경기에서 모두 이기지 못할 경우에도 제주가 우승하면서 자동 승격이 된다.

오직 제주가 우승을 확정짓지 못하는 경우의 수는 ‘제주가 남은 2경기를 모두 지고, 수원FC가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기면서, 제주보다 다득점을 하는 것’밖에 없다. 사실상 우승 9부능선을 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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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는 제주 유나이티드 모기업인 SK의 최태원 회장이 직접 제주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제주 구단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보니 최 회장이 직접 제주도까지 내려와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최 회장은 11개월전이자 제주가 강등당했던 2019년 11월 24일 경기에도 제주를 찾았었다. 당시에 제주가 강등을 당하는 경우의 수는 희박했지만 강등위기이긴 했기에 격려차 방문했었다. 하지만 제주가 충격적인 강등을 당하는 바람에 최 회장은 격려는커녕 마음만 상한채 서울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11개월이 지났고 제주는 회장님 앞에서 강등을 당했다는 수치를 겪은 후 대표이사-단장-감독이 모두 바뀌는 대변화를 거쳤다. 이후 제주는 달라졌고 K리그2에서 승승장구했다. 물론 수원FC, 대전 하나 시티즌 등 만만치 않은 경쟁자가 있었지만 이날 승리로 승격 9부능선을 넘었다.

최 회장은 이날도 경기장을 찾았고 이번에는 제주가 승리하는 모습을 보며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11개월전과 다르게 이번에는 강등이 아닌 승격이라는 상반된 주제로 기분좋게 서울로 돌아갈 수 있게 된 최 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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