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과연 손흥민은 토트넘 훗스퍼와 재계약에 서명할까. 재계약을 한다고 해서 이적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 1~2년은 이적하기 쉽지 않다. 어느덧 만 28세인 손흥민이 나이 앞자리 숫자가 바뀌는 것은 더 높은 수준의 팀으로 이적하기 쉽지 않다는 것과 다름없다.

꼭 손흥민이 토트넘과 재계약을 해야 할까. 그동안 커리어를 보듯 매번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팀으로 옮겨왔던 손흥민이 또다시 이적을 원한다면 재계약을 하지 않는 것도 방법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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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데일리 메일 등 많은 외신들은 21일(한국시간) 일제히 “토트넘이 손흥민과 재계약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월드클래스급 선수가 된 손흥민과의 재계약을 통해 팀내 안정화를 하겠다는 것.

손흥민은 2015년 여름, 토트넘에 입단한 후 2018년 재계약을 맺어 2023년까지 계약기간을 연장했다. 현재 손흥민은 주급 15만파운드(약 2억2000만원)를 받고 있어 팀내 3위(공동 1위 해리 케인-탕귀 은돔벨레)로 알려져 있다.

만약 여기서 재계약에 서명한다면 주급 인상이 예상되는 대신 더 긴 계약기간을 가져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축구계에서 계약기간 그대로 팀에 남으라는 보장은 없다. 계약기간이 남은 상황에서 이적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재계약을 한 선수가 1~2년내로 이적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계약종료가 임박하면 이적료가 떨어지기에 더욱 이적이 활발하다. 이적료가 적다는 것은 선수 입장에서는 이적이 더 쉽다는 것이기도 하다.

토트넘은 분명 좋은 팀이다. 주제 무리뉴 감독에 해리 케인 등의 동료들은 세계 정상급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EPL 4위이내가 보장된 팀도 아니며 우승컵을 들어본 적이 언제인지 가물가물한 팀이다. 2018년 6월,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올랐을 때만해도 전성시대가 시작되는가 했지만 지난시즌, 거짓말처럼 고꾸라졌다.

프로 데뷔 10년이 된 손흥민은 아직 아무런 우승컵을 들어보지 못했다. 선수라면 당연히 우승컵에 목마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1992년생인 손흥민도 만 28세다.

곧 서른이 다가온다. 물론 손흥민의 기량은 여전하겠지만 서른이 넘는 선수에 대한 인식은 이십대 선수와는 다르다. 장기계약을 꺼리며 이적료도 확연히 줄어든다.

손흥민은 커리어 내내 항상 한 단계 더 높은 팀으로 이적하며 자신의 가치도 함께 끌어올려 왔다. 함부르크에서 시작해 12골을 넣으며 능력을 증명하자 분데스리가 내 더 큰 팀인 바이어 레버쿠젠으로 이적했다. 2년을 뛰며 레버쿠젠 마지막 시즌에는 17골까지 넣자 이번에는 아예 무대를 옮겨 EPL 토트넘으로 왔다. 손흥민이 처음 갔을 때만 해도 토트넘은 직전 세 시즌 동안 5위-6위-5위를 하던 팀이었다. 케인과 델리 알리 등도 막 여물어갈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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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손흥민도 적응기를 거친 후 케인-알리 등과 마우로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지도아래 유럽 정상급으로 거듭났다. 그 정점은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이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토트넘은 추락했고 무리뉴 아래 다시 재건을 꿈꾸고 했지만 재건까지는 다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손흥민의 나이는 내년이면 29세다.

케인이나 알리는 자국 선수며 케인은 토트넘 유스출신이다. 이 선수들이야 토트넘에 남을 이유가 많다. 하지만 손흥민은 다르다. 외국선수며 케인이 있는한 토트넘 1인자가 되긴 쉽지 않다. 케인 이상의 주급을 받기도 쉽지 않다.

현재의 물오른 손흥민의 기량이라면 토트넘보다 더 높은 클래스의 팀인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유벤투스, 파리 생제르맹, 바이에른 뮌헨,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등에 도전해볼 법하고 쉬이 주전경쟁에 밀리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레알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 등은 이적시장마다 현지매체를 통해 손흥민과 연결되는 팀들이다.

지금 재계약을 하게 되면 최소 1~2년은 토트넘에 웬만하면 남게 된다. 그러면 손흥민은 서른이 되며 이적시장에서 가치가 떨어진다. 모든 구단이 나이 많은 선수를 영입하기 꺼리는 것은 이적료를 주고 영입해도 2~3년정도 뛰고 나면 은퇴시점이 다가와 이적료 회수가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1~2년 내로 손흥민이 이적한다면 영입하는 구단은 손흥민의 활약도에 따라 재판매에 대한 기회를 한 번 더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이는 매우 중요한 차이다.

물론 손흥민 본인이 원한다면 토트넘에 남아 재계약도 하고 은퇴할 때까지 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토트넘 138년 구단 역사에 레전드로 기억될 수 있을까. 그것보다 아직 한국인, 아시아인이 밟지 못한 ‘꿈의 클럽’을 위해 도전할 수 있게 길을 열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손흥민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 축구선수가 갈 수 있는 역대 가장 멀고 높은 지점에 도달한 선수다. 이 정도 되는 선수가 과연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 보고 싶은 마음은 같지 않을까.

재계약을 하면 인상된 주급을 얻는 대신 더 높은 클럽으로의 이적 기회는 줄어든다. 반면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 당장의 주급은 높지 못해도 이적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을 것이다.

손흥민이 고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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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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