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수원 삼성 입장에서는 말만 라이벌전이지 정말 부끄러운 승부였다. 1988일, 그리고 19경기만에 드디어 ‘라이벌’ FC서울을 이겼기 때문이다. 2000일에 가까운 시간동안 라이벌인데 라이벌이라 부르기도 힘들 정도로 처절하게 져왔던 수원은 드디어 고대하던 슈퍼매치 승리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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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은 26일 오후 2시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23라운드 FC서울과의 ‘슈퍼매치’ 홈경기에서 타가트의 해트트릭으로 3-1로 승리했다.

선제골은 수원이 넣었다. 전반 13분 오른쪽에서 김태환이 왼발패스로 페널티에어리어 중앙으로 투입시켜줬고 이 공을 타가트가 트래핑을 하려다 오히려 머리를 맞고 튀자 타가트는 몸을 돌려 왼발 터닝 발리슈팅을 했다. 워낙 기습적이고 아름다운 슈팅은 그대로 서울 골문 구석에 꽂히며 수원의 선제골이 됐다.

서울도 이대로 지고 있지 않았다. 후반 8분 오른쪽에서 길게 문전으로 올린 프리킥때 오스마르를 맞고 수원 골키퍼 양형모를 맞고 뒤로 흐른 것을 박주영이 오른발 슈팅으로 동점골을 만든 것. 오스마르의 핸들링과 오프사이드 등을 보느라 VAR 판독시간이 5분은 걸렸지만 그대로 서울의 동점골로 인정됐다.

수원은 동점골 이후 10분도 되지 않아 이날 경기 결승골을 만든다. 후반 17분 왼쪽에서 김민우의 빠른 스로인을 이어받은 한석희가 문전으로 왼발 크로스를 올렸고 타가트가 오른발을 높게 들어 슈팅했고 고광민을 맞고 골문에 빨려 들어간 것. 처음에는 타가트의 골로 인정됐다 이후 고광민의 자책골로 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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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추가시간 오히려 수원이 왼쪽에서 김민우의 낮고 빠른 크로스를 타가트가 달려들어오며 오른발로 밀어넣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 득점으로 수원은 승리를 확신했고 드디어 슈퍼매치에서 이겼다. 경기 후 고광민의 자책골로 인정됐던 골은 다시 정정돼 타가트의 골로 인정돼 타가트는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이날 승리로 2015년 4월 18일 FC서울을 4-1로 이긴 이후 무려 19경기만이자(1승8무10패) 1988일, 5년 5개월 7일만에 감격의 슈퍼매치 승리를 따냈다.

정말 기나긴 시간이었다. 전북 현대, 울산 현대 같은 강팀과도 이정도로 못 이기기 힘들 정도로 수원은 유독 6년이 다되어가는 시간동안 서울에게 약했다. 말만 라이벌이고 ‘슈퍼매치’지 부끄러운 라이벌전이었다.

게다가 올시즌은 수원이 리그 11위까지 쳐져있고 서울도 파이널B로 내려와 사상 첫 파이널B에서 열리는 슈퍼매치가 됐다.

부끄러움이 배가 된 상황에서 수원은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슈퍼매치 이틀전을 앞두고 서울 김호영 감독대행이 팀을 떠나면서 감독대행조차 맡을 사람이 사라진 것. 비정상적인 서울을 두고 드디어 수원은 슈퍼매치를 이겼고 박건하 감독도 부임 4경기만에 슈퍼매치 승리를 해냈다. 전임감독들이 하지 못했던 것을 4경기만에 해내며 박 감독은 동력을 확실히 얻게 됐다.

그동안 라이벌전이지만 라이벌이라 부르기도 힘든 부끄러운 상대 성적을 갖고 있던 수원은 부끄러웠던 과거를 청산하며 서울과의 민망한 슈퍼매치에 '이젠 안녕'을 외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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