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대체 울산 현대의 라커룸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분만에 선제실점을 한 이후 누가봐도 전반전 나머지 44분은 울산의 경기였다(10슈팅 7유효슈팅). 이정도면 후반들어 충분히 골문을 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하프타임 15분간 라커룸에서 무엇을 했는지, 후반 시작부터 20분간 울산은 슈팅 하나 때리지 못했다. 도리어 전북이 결승골을 넣으며 승부를 결정지어버렸다.

한창 따라가야할 중요한 순간, 울산은 쉬고나서 추격의 고삐를 당긴게 아니라 오히려 풀어져버렸고 그렇게 ‘사실상의 결승전’을 놓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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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현대는 15일 오후 7시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21라운드 전북 현대와의 원정경기에서 1-2로 패했다.

이날 울산이 패하면서 승점 47에 머물렀고 전북은 승점 45가 되며 이제 1위 울산과 2위 전북의 차이는 단 2점밖에 나지 않게 됐다. 울산이 지고 전북이 이기면 순위가 바뀌게 된다.

전북은 전반 1분 만에 왼쪽에서 바로우의 낮고 빠른 얼리크로스가 문전의 한교원에게 향했고 한교원이 발에 맞추지 못했지만 이 공이 그대로 조현우를 뚫고 골문에 꽂히며 이른 시간 선제골에 성공했다.

이후 울산의 파상공세를 막아낸 전북은 후반 17분 이번에는 바로우가 쿠니모토의 스루패스를 이어받아 왼쪽 배후침투를 했고 속도를 활용해 페널티에어리어까지 끌고간 후 침착하게 문전에 있던 한교원에게 밀어줬고 한교원은 방향만 바꿔 추가골을 넣으며 2-0을 만들었다.

울산은 후반 추가시간 불투이스가 페널티킥을 만들고 주니오가 득점했지만 너무 시간이 늦어 1-2로 패했다.

울산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뼈아픈 패배였다. 이 경기만 이겼다면 승점차는 기존 5점에서 8점차까지 나게 되고 이렇게 되면 남은 6경기에서 무려 2경기나 패해도 선두를 뺏기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승점 6점짜리 경기에서 패한 울산은 이제 전북과 똑같은 승점을 거둬도 상위 스플릿에 가서 전북과의 맞대결에서 패한다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또 다시 준우승에 그칠 수밖에 없게 된다.

게다가 이날 경기에서 전북은 U-22 선수를 선발라인업에 포함시키지 않는 초강수를 두면서 교체카드도 2장밖에 쓰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에 울산이 더 체력적 우위를 가져갈 수 있었음에도 전북을 추격하기는커녕 추가골을 허용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특히 이날 경기에서 가장 치명적이었던 것은 후반 시작부터 20분간이었다. 전반 1분만에 선제 실점 이후 울산은 전반전 남은 시간동안 무려 슈팅 10개에 유효슈팅을 7개나 퍼부었다. 전북은 슈팅 3개밖에 하지 못했고 골이된 바로우의 ‘슈터링’이 유일한 유효슈팅이었다. 울산은 전반전 코너킥을 무려 8개나 찼고 전북은 1개에 그쳤다. 그 정도로 울산이 전반전 맹공을 퍼부은 것을 보면 후반전에 동점이 되도 전혀 이상치 않아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후반시작부터 20분간 울산은 도리어 단 하나의 슈팅도 하지 못했다. 후반 21분 김인성의 슈팅이 있기전까지 무려 20분간 침묵한 것이다. 이 시간동안 전북은 오히려 후반 18분 바로우의 도움에 한교원의 추가골이 터졌고 이 골은 결국 결승골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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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울산은 비욘 존슨까지 투입하며 어떻게 해서든 한골이라도 만회하려 했지만 이후 공격자원 쿠니모토를 빼고 수비자원 신형민을 투입하며 걸어잠그기에 들어간 전북을 뚫어낼 순 없었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중요했던 후반 초반. 울산은 전북의 겉만 맴돌았고 그 틈을 전북이 공략했다. 그렇게 ‘사실상의 결승전’이라고 불렸던 경기에서, 정말 이 경기를 이겼다면 울산의 우승이 매우 유력한 상황이 될 뻔했던 상황을 스스로 놓쳐버린 울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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