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지난 8월 첫째주 주말. 강등권의 두 팀이 패했다. 수원 삼성은 수적 우위에도 후반 종료 직전 역습에 당해 패했고 인천 유나이티드는 1-0으로 앞서다 후반전에만 3골을 허용하며 시즌 첫 승에 또 실패했다.

수원은 3승4무7패로 승점 13점으로 리그 10위, 인천은 0승 5무 9패로 승점 5점으로 최하위 12위다.

왜 두팀은 이렇게까지 부진한 것일까. 감독이 없어서일까?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주말 경기에서 보인 장면을 다시 살펴보면 왜인지 뼈저리게 알 수 있다.

ⓒ프로축구연맹
#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대구의 경기. 대구는 전반 34분만에 김선민이 퇴장을 당하며 경기내내 수적열세 속에 힘들게 경기한다. 수원은 마침 유관중 경기였기에 열광적인 수원 팬들의 지지까지 받으며 홈에서 승리할 기회를 맞이한다.

하지만 좀처럼 골이 나오지 않고 초초하던 후반 42분. 수원이 공격을 펼쳐다 대구 수비에 막혔고 대구는 전방으로 길게 에드가 한 명만 보고 공을 때려넣는다. 에드가는 달렸고 수원의 수비수 헨리가 붙어 몸싸움 경쟁을 펼친다.

헨리는 에드가와의 몸싸움 경쟁에서 중심을 잃고 무너진다. 에드가는 노마크 기회를 잡았고 골키퍼가 나오자 정확하게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이날 경기 결승골을 넣는다.

이 골장면 직전을 잘 보면 수원은 헨리와 함께 민상기가 뒤에 쳐져있었다. 수적우위에 공격 흐름이었으니 전원 공격을 나간건 좋다. 그래도 헨리와 민상기가 뒤에 있으니 괜찮았다. 하지만 중요한건 믿었던 헨리가 몸싸움에서 나가떨어졌고 민상기가 전혀 백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다.

민상기는 헨리를 너무 믿어서인지 아무도 달려오는 이 없는 빈 공간에 홀로 서있었다. 대구는 지칠대로 지쳐 가뜩이나 수비와 간격이 넓어 에드가말고 아무도 공격에 올라오지 못했다. 민상기는 헨리를 백업하지 않고 멀뚱히 쳐다보다 헨리가 몸싸움에 무너지고도 곧바로 에드가에게 달려가지 못한다. 에드가는 너무나 쉬운 기회에서 골을 넣는다.

물론 후반 막판이었기에 지칠대로 지친 상황이다. 하지만 수비수인 민상기는 타포지션에 비해 그나마 덜 뛰었다. 아무리 헨리가 올시즌 뛰어난 활약 중이고 유리한 포지션을 선점했어도 에드가라는 괴물같은 피지컬을 가진 선수의 백업을 들어올 준비라도 하고 있어야했다. 하지만 민상기는 대구 선수 아무도 올라오지 않는 빈공간에만 있다 실점을 허용하고 허탈해한다.

ⓒ프로축구연맹
# 1일 인천과 광주FC의 인천축구전용경기장 경기. 인천은 전반 초반부터 다시 돌아온 아길라르가 엄청난 토킥 중거리포로 선제골을 넣는다. 광주는 전반 5분여만에 두 번의 완벽한 기회를 맞았음에도 어이없게 기회를 놓쳤는데 이른 선제실점까지 하니 무너지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현장에 있는 모두가 ‘드디어 인천이 1승을 할 타이밍’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조금씩 분위기가 바뀌었다. 인천 선수들은 1-0 앞서고 있음에도 수비를 하기보다 맞서길 원했다. 그러나 문제는 인천 선수들의 체력이었다. 습한데 후반에는 비까지 많이 내려 선수들의 발이 묶인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광주 선수들은 최근 6경기 1무5패의 극도로 부진한 성적을 이겨내기 위해 체력적으로 힘든 것을 정신적으로 극복한 듯 했다.

후반 27분 광주 엄원상의 동점골 장면을 보면 정확히 알 수 있다. 광주의 엄원상은 ‘스피드 스타’로 유명한 선수다. 최근 기량도 물올랐다. 아무리 그래도 엄원상이 측면도 아닌 중앙에서 혼자 드리블을 하는데 막아서는 선수가 없는 것이 인천의 현실이었다.

인천 수비진은 발에 추를 매단 듯 움직이지 못했고 그 틈을 엄원상은 지그재그 드리블로 인천 수비 3명을 달고 페널티박스 안까지 진입한다. 마치 엄원상은 방금 들어온 선수처럼, 인천 수비진은 한경기 더 뛰고 온 선수처럼 속도의 차이가 확연했다(실제로는 모두 선발출전). 인천 수비진의 체력이 얼마나 확 떨어졌는지 여실히 드러난 장면이었고 엄원상은 정확히 구석을 보고 차 동점골을 만든다.

결국 이 실점 이후 인천은 와르르 무너지며 역전에 쐐기골까지 주며 패한다. 가장 힘든 후반 중반 시간대를 똑같이 맞이했지만 광주와 인천은 달랐다. 경기 준비, 경기에서의 자세까지 모두 달랐던 것이다.

경기 후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이런 모습이 보였다. 인천 입장에서는 ‘고작 최근 6경기 1무5패’인 광주의 박진섭 감독은 경기 후 승리에 감격해 눈물을 보였다. 박 감독은 “결과에 따라 여러 상황이 있을 수 있었다”며 자리에 대한 생각까지 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프로축구연맹
최근 사적으로 만난 자리에서 K리그 감독을 했던 A는 “예전에 강등권팀이 있는 도시에 간적이 있다. 고급차 매장을 갔더니 그 지역 팀 선수들이 모여 자동차를 보며 깔깔 웃고 즐기고 있더라. 그때가 한창 강등권 싸움에 치열했던 가을이었다”며 “물론 잠시 스트레스를 풀러 간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과연 저 팀의 감독은 하루하루 강등싸움에 피를 말릴텐데 선수들은 ’강등돼도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진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말한 적이 있다.

열심히 하지 않는 선수는 없다. 다들 절실하다고 한다. 하지만 진짜 절실함과 열심히는 극한의 상황에 왔을 때 드러난다. 모두가 지친 상황에서 한 발 더 뛸 수 있냐 없냐로 승리와 패배, 강등과 잔류가 결정된다.

-스한 스틸컷 : 스틸 컷(Still cut)은 영상을 정지된 화면으로 보여주는 것을 뜻합니다. 매 경기 중요한 승부처의 한 장면을 있는 그대로 자세히 묘사합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