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의 영웅이자 중동에 한국 축구의 개척자로 활약하며 끝내, 제주 유나이티드의 레전드로 남은 조용형(37)이 그라운드를 떠난다.

스포츠한국은 조용형의 고향인 인천에서 만나 파란만장했던 선수생활 전체를 돌아보는 것은 물론 중동 축구와 제주 유나이티드에 대한 그의 깊은 생각에 대해 들어봤다.

‘조용형을 말하다’ 인터뷰는 총 3편으로 조용형이 처음으로 털어놓는 선수 은퇴 이유부터 인터뷰 기사를 게재한다.

‘조용형을 말하다’ 인터뷰 시리즈
‘제주 레전드’ 조용형, 은퇴 선언… 지도자로 새출발[조용형을 말하다①]
이천수보며 꿈 키운 조용형, 박지성과 월드컵 16강을 일구다[조용형을 말하다②]
조용형이 말하는 중동-말라가-제주 “제주는 날 4번 불러준 곳”[조용형을 말하다③]

2015년 인터뷰 당시 조용형의 모습. 이혜영 기자 lhy@
▶아쉬움을 갖고 은퇴하는 조용형

사실 조용형은 2020시즌에도 여전히 선수로 활약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따라주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K리그 구단들은 불확실한 노장선수들을 기피하게 됐다. 해외구단도 알아봤지만 해외는 K리그보다 더하면 더했을 뿐이다.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야했죠. 선수로 뛰려고 욕심내다보니 계속 구단이나 에이전트를 통해서 부탁을 하게 되더라고요. 이게 반복되다보니 ‘아 내가 미련없이 그만둬야겠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2005년 프로에 데뷔해 지난해까지 딱 15년간 프로생활을 한 조용형이다. 월드컵도 가보고, 해외도 진출하고 K리그에서도 인정받는 레전드였으니 수많은 축구선수들 중에서도 성공한 삶이다.

스스로도 “해볼건 다 해봤기에 만족한다”고 말한 조용형에게 여전히 아쉬움은 있었다. 바로 ‘축구’ 그 자체다. 실제로 조용형은 기자가 만나본 많은 축구인들 중에서도 ‘축구’ 그 자체를 가장 즐기고 사랑하는 선수였다.

“축구 자체가 재밌었다. 지난해 6개월을 쉬고 다시 제주로 돌아갔을 때 선수들과 훈련하고 공을 차고 2군경기를 나서도 정말 즐겁고 재밌었다”고 말하는 조용형의 표정은 축구를 정말 즐겼던 그 얼굴이었다.

“프로 레벨에 나서기 위해 준비하고 그 무대에서 제 기량과 노력을 모두 쏟는 것만큼 행복한게 또 있었을까요. 게다가 제가 좋아하는걸 하면서 돈까지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에 ‘축구선수’를 더 포기하지 않고 싶었는지 몰라요.”

ⓒ프로축구연맹
▶마지막이던 2019시즌, 제주에게 미안하다

2018시즌 종료 후 조용형과 제주는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조용형은 팀을 찾았지만 여의치 않았고 최윤겸 감독이 부임한 이후 선수 겸 코치로 여름에 재영입됐다. 당시 제주는 리그 최하위를 내달리며 강등에 임박했던 상황. 조용형이라는 레전드를 재영입하면서 제주는 선수단의 중심을 다잡으려 했다.

조용형 역시 2018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생각은 없었다. 2018시즌이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너무 컸던 시즌이기에 모두가 은퇴를 예상할 때 홀로 팀에 있을 때보다 더 몸을 완벽하게 만들며 준비했다.

“최윤겸 감독님께서 많이 배려해주셨죠. 물론 코치 역할과 선수 역할을 모두 해야하다보니 하루에 미팅을 3~4개씩 하기도 했죠. 또 코치로 있다보니 선수로 있을때는 듣지 않았을 말, 구단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더 알게 되면서 혼자 힘들어하기도 했어요. 그래도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가 2군 경기에 나섰는데 ‘축구가 다시 재밌어진다’고 생각이 들정도로 재밌었고 할만했어요.”

혼자서도 선수 때보다 더 훈련량을 늘려 몸관리를 했기에 어린선수들의 멘토 역할 뿐만 아니라 선수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수원 삼성전이 복귀 첫 경기였는데 제가 코치도 하다보니 전날 미팅에서 선발라인업에 제가 있어 참 애매했죠. 코칭스태프가 저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더 잘 알기에 어린 선수들을 이끌어야한다는 생각도 커 부담이 컸죠. 그래도 죽기살기로 뛰니 이후에도 계속 기회를 주시더라고요.”

워낙 팀이 쳐져있고 뭘 해도 성적이 나오지 않는 시기였기에 조용형도 한계가 있었다. 오죽하면 최윤겸 감독은 시즌 막판 “정말 팀을 생각하고 간절한 선수를 기용했다”고 말했고 그 속에 조용형은 선발라인업을 지켰다.

“지금 제주는 다시 K리그2에서 재도약을 준비 중이죠. 물론 제가 선수로 오래 뛰었기에 무엇이 문제였는지도 느끼고 아쉬움도 남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팀이 강등이 됐고 제주로 연고이전 후 첫 시즌부터 있었던 유일한 선수로써 팀과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어요.”

2010 남아공월드컵 당시의 조용형. ⓒAFPBBNews = News1
▶지도자로 새출발 준비하는 조용형

선수 은퇴를 선언한 조용형은 지도자로 제 2의 인생을 준비 중이다. 이미 2019시즌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선수 겸 코치로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에게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비록 물러나셨지만 최윤겸 감독님께 정말 많은걸 배웠어요. 감독님께서 ‘선수가 아무리 부진해도 기다려줄 수 있어야한다’고 말씀하신게 정말 와닿었어요. ‘지도자가 되어보면 너도 느낄거다’라고 말씀하시는데 ‘나도 저런 마음을 가진 지도자가 되야겠다’고 많이 생각했죠.”

조용형은 선수의 심리를 잘 파악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좋은 선수가 좋은 감독을 만드는건 맞다. 하지만 좋은 선수로 만들기 위해 선수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이해해야한다. 모든 선수들의 생각이 다르고 원하는게 있는데 그걸 하나로 뭉칠 때 결국 좋은 팀이 된다는걸 선수를 하며 많이 느꼈다”고 말하는 조용형은 “요즘 많은 선후배들이 은퇴 후 다른 사업을 하거나 축구교실을 하거나 방송, 유투브 등을 하기도 하는데 전 그럴 숫기가 없다. 그저 내가 해온게 축구니까, 내 팀을 갖고 내 전략으로 축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왔다. 어떻게 좋은 지도자가 될지 이제부터 고민해봐야한다”고 말했다.

조용형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감독은 카타르 알 라얀에서 뛰던 시절 만난 우루과이의 디에고 아기레 감독이라고. 국내에서는 익숙하지 않지만 남미에서 오래 선수생활과 감독을 하며 국제 축구무대에서도 인정받았고 조용형이 뛰던 2011~2013년 알 라얀에서 감독을 하고 2019년부터 다시 알 라얀에서 감독을 하고 있다.

“그 감독님은 정말 선수들에게 화 한번 내는 모습을 본적이 없어요. 그러면서도 선수들을 잘 컨트롤 하고 선수들을 편하게 해주시면서 성적도 가져가더라고요. 사실 그전부터 한국에 뛰면서는 지도자에게 많은 압박을 받으며 축구했는데 카타르에서 아기레 감독을 만나고 편하게 축구하면서 성적까지 같이 챙기니 정말 달랐어요. 짧지만 마지막에 6개월 함께한 최윤겸 감독님도 비슷하죠. 선수입장에서 생각해주시면서 지도하시는걸 보며 많은 영감을 받았죠. 전술적으로는 패스로 풀어가면서 선수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선수와 호흡하는 그런 지도자가 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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