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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상암=윤승재 기자] FC서울이 쓰리백을 꺼내들었으나 포항스틸러스의 측면 역습에 맥을 추리지 못했다.

서울은 29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의 2020 KEB 하나은행 FA컵 8강전에서 1-5로 대패하며 대회에서 탈락했다.

이날 서울은 쓰리백을 꺼내들었다. 박주영과 조영욱이 투톱을 이뤘고, 한승규와 알리바예프, 주세종이 중원을 책임졌으며 고광민과 고요한이 양쪽 날개를 맡았다. 김주성과 정현철, 황현수가 쓰리백 라인을 형성했고, 유상훈이 골문을 지켰다.

서울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서울은 열흘 전에 열린 리그 12라운드 경기에서 포항에 포백라인을 들고 나와 전반전을 효과적으로 잘 버틴 바 있다. 하지만 전반 직후 주축 선수 오스마르와 윤영선이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변수가 생겼고, 결국 FA컵 8강전까지 회복하지 못하면서 서울은 다시 쓰리백 카드를 꺼내들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날 서울의 공격 연계는 나쁘지 않았다. 양쪽 날개의 고광민과 고요한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했고, 전방 공격수 조영욱이 측면으로 빠져 서울의 공격을 주도했다. 중원에서의 패스도 꽤 유기적이었다.

하지만 수비가 문제였다. 측면 뒷공간이 너무 쉽게 무너졌다. 양쪽 날개가 공격에 가담한 사이 중원에서 패스 미스가 나오거나 공을 뺏기면 서울의 측면 뒷공간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포항은 발빠른 송민규와 이광혁이 있었고, 이들을 통해 효과적으로 서울 뒷공간을 허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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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첫 실점 역시 측면에서 나왔다. 전반 13분 중원 혼전 상황에서 나온 공을 이어 받은 송민규가 별 무리 없이 서울의 비어있는 오른쪽 뒷공간을 드리블해 간 뒤, 뒤늦게 합류한 중앙 수비수들을 제치고 슈팅으로 이어가 골을 성공시켰다.

이후에도 서울은 포항에 뒷공간을 내주며 아쉬움을 남겼다. 포항은 전반 30분, 일류첸코가 공을 받으러 내려온 뒤 곧바로 측면을 파고드는 송민규에게 연결해 크로스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43분에는 팔라시오스가 서울의 측면을 허문 뒤 크로스까지 연결, 송민규의 헤더슈팅까지 연결했다.

서울의 측면은 후반에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후반 28분에는 역습을 내준 뒤 이광혁의 슈팅까지 허용했다. 서울의 텅 빈 왼쪽 측면을 무리없이 파고 들어간 이광혁은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여유 있게 왼발 감아차기 슈팅까지 이어갈 수 있었다.

서울은 교체 운도 없었다. 서울은 후반 시작과 함께 알리바예프를 빼고 김진야를 투입한 뒤, 곧 고요한을 빼고 한찬희를 넣으며 변화를 꾀했지만, 한찬희가 발목 부상으로 재교체되는 불운을 맞기도 했다. 이후 서울은 아드리아노-박주영 투톱에 한승규와 조영욱이 측면으로 빠지고 주세종과 정현철이 중원을 맡았으나 답답한 공격은 여전했다. 오히려 중원에서의 점유율을 뺏기며 전반전에 나온 유기적인 플레이를 이어가지 못했다.

서울은 결국 후반 37분 포항에 세 번째 골을 내주며 고개를 숙였다. 측면으로 벌어진 서울의 수비 사이로 팔로세비치가 전방 공간 패스를 내줬고, 일류첸코가 그 사이를 파고들며 일대일 찬스를 만든 뒤 골을 성공시키며 점수차를 벌렸다.

서울은 후반 중반 이후 포백으로 전환해 공격적으로 나서려 했다. 하지만 포백은 오히려 수비수들 사이의 공간이 벌어지는 계기가 됐고, 그 사이 심동운이 또다시 파고들며 서울의 골망을 갈랐다. 흐트러진 서울은 1분 뒤 바로 포항의 역습에 무너졌고, 일류첸코에게 추가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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