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무려 14년을 기다렸다. 부천FC 팬들 입장에서는 정말 이날만을 기다려왔다. 제주 유나이티드 입장에서는 부천과 만난 것 자체도 껄끄러운 ‘불편한 만남’이었다.

하지만 정작 경기 후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불편한 만남이었던 제주 입장에서는 부천을 잡은 것이 반등의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연승을 내달리며 자신만만했던 부천 입장에서는 현실을 마주한 상황이 됐다.

ⓒ프로축구연맹
제주 유나이티드는 26일 오후 7시 경기도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2 2020 4라운드 부천FC 1995와의 승부에서 후반 추가시간 주민규의 결승골로 1-0 승리했다.

전반전 고작 슈팅 하나밖에 때리지 못할 정도로 고전했던 제주는 후반 추가시간, 오른쪽에서 김영욱의 오른발 크로스가 문전으로 향했고 침묵하던 공격수 주민규가 날아올라 헤딩골을 성공시켰다. 부천은 무너졌고 제주는 자신들의 옛 홈구장에서 승리의 함성을 내질렀다.

이날 경기전까지만 해도 많은 초점이 부천에게 맞춰졌다. 그도 그럴 것이 부천을 연고지로 하던 제주 유나이티드(SK 축구단)이 2006년 부천을 떠나 제주로 연고지 이전을 했기 때문. 당시 부천을 떠나는 과정에서 많은 잡음이 있었고 그 앙금은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았다.

이후 부천에는 시민축구단인 부천FC1995가 생겨났다. K리그2까지 참가했지만 줄곧 K리그1에 제주가 있었기에 매치업이 성사되지 않았다. 하지만 제주가 지난시즌을 끝으로 K리그2로 강등되면서 같은 무대에서 만나게 됐고 드디어 두 팀간의 첫 대결이 열린 것이다.

부천은 ‘5220일동안 지켜온 우리의 긍지, 새롭게 새겨지는 우리의 역사’, ‘저들이 떠나고 만난 진정한 부천FC 당신들만이 우리의 영웅입니다’와 같은 걸개를 걸어놓으며 제주와의 승부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제주 입장에서는 지우고 싶은 과거이기에 애써 외면하며 ‘불편한 만남’을 어쩔 수 없이 해야했다.

하지만 정작 경기는 제주가 후반 추가시간 주민규의 골로 1-0 승리하면서 경기 후 상황이 완전히 반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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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은 이날 경기전까지 개막 3연승을 내달리며 최고의 모습을 보여왔었다. 하지만 오히려 기대했던 제주전에서 그것도 홈에서 패하며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냉정하게 부천이 상위권보다는 중위권이나 플레이오프 경쟁팀 정도로 예상되어왔기에 3연승의 달콤함이 끝나고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부터 부천은 3연승의 팀이 아닌, 다시 중위권 예상팀으로 나아가야하는 상황이다.

반면 제주는 최악의 분위기에서 반전에 성공했다. 올시즌 K리그2로 강등됐음에도 정조국, 주민규, 윤보상 등 좋은 선수들을 영입하는 것은 물론 이창민, 안현범 등 핵심선수를 지켜내며 크나큰 관심을 받아왔다. 거기에 승격을 두 번이나 경험한 남기일 감독까지 데려오며 무조건 승격하겠다는 강한의지를 내비친 제주다.

K리그2에서는 과분한, K리그1에서도 중상위권이 가능한 스쿼드를 가지고 막상 시작해보니 첫 3경기에서 충격의 1무2패에 그친 제주였다. ‘요란한 빈수레’인가 싶었던 찰나에 불편한 만남을 위해 찾은 부천에서 오히려 반등의 계기를 찾은 것이다.

남기일 감독 역시 제주에서의 첫 승을 거두며 활짝 웃었다. “첫 2경기는 저희가 많이 서둘렀고 조급했다. 그게 잘 안됐던 부분이다. 지난경기부터는 여유를 가지고 했고 경기가 조금씩 풀렸다. 오늘 무실점도 하고 종료직전에 골을 넣어서 팬들에게 기쁨을 드려 다행이다”라고 말한 남 감독은 이제부터 제주가 자신이 원하는 축구를 해나갈 수 있음을 확신했다.

경기전에는 부천에게 많은 초점이 맞춰졌고 ‘복수극’이라는 말이 많았지만 정작 결과가 나온 이후 부천에게 주어진건 냉혹한 현실이며 제주에게는 반등의 계기가 된 라이벌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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