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차두리의 국가대표 은퇴식 때 아들에게 꽃다발을 건네 주고 있는 아버지 차범근.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윤승재 기자]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차범근의 아들’ 차두리의 일대기를 집중 조명했다.

AFC는 18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에 ‘차두리에 관한 긴 이야기’를 게재했다. AFC는 “아시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자 FC서울 수비수였던 차두리가 지난 14년간의 선수 생활과 어떻게 아버지(차범근)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라는 서두와 함께 차두리에 관한 긴 이야기를 서술했다.

차두리는 선수 생활 내내, 아니 지금도 여전히 ‘차범근의 아들’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하지만 그 수식어가 엄청난 부담일 수밖에 없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고의 전설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아버지이기에, 아들을 향한 사람들의 기대감은 다른 선수들보다 높았고 차두리는 어릴 때부터 이런 부담감과 싸워야 했다.

AFC는 “UEFA컵 2회 우승과 분데스리가 최다 기록 보유자, 120경기 이상의 국제 경기에서 50골 이상을 넣은 한국의 역대 최고 득점자인 차범근은 아시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널리 환영 받고 있다”라고 차범근을 소개하면서 “차두리는 아버지의 유산을 향한 기대에 부응하는 데 있어서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힘든 시간을 보냈다”라고 설명했다.

차두리는 AFC를 통해 “가끔 아버지가 미웠다. 아버지가 이뤘던 것은 내 커리어 면에서 너무나 큰 벽이었다”라며 “아버지는 축구 선수로서 나의 목표였고, 나는 아버지처럼 위대해지고 싶었다”라며 솔직하게 고백했다.

AFC 홈페이지
차두리는 2002년 월드컵 이후 독일로 날아가 아버지 차범근이 뛰었던 레버쿠젠에 입단한다. 차두리는 “그때는 젊고 자신만만했다. 아버지가 레버쿠젠에서 유명한 선수였던 사실은 부담스럽지 않았다”라고 당시를 회상했지만, 이어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아버지가 이 팀에서 얼마나 훌륭한 선수였는지, 아버지가 이 팀에 한 만큼 내가 그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깨달았고, 이것이 나를 짓누르기 시작했다”라고 고백했다.

이후 차두리는 임대 생활을 전전하며 잠시 침체기에 빠졌다. 하지만 포지션을 측면 수비수로 변경하면서 화려하게 다시 날아올랐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대표팀에 승선했고, 셀틱(스코틀랜드)으로 이적해 기성용과 최고의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차두리는 FC서울에서 두 시즌 동안 활약한 뒤 2015년 겨울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하기까지 차두리는 국가대표에서도 2011년과 2015년 아시안컵에 모두 출전해 맹활약했다. 특히 국가대표 말미에는 노장임에도 탄탄한 피지컬과 발군의 스피드를 자랑해 ‘차미네이터’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KFA
차두리는 2015년 3월 뉴질랜드와의 친선경기에서 국가대표 은퇴식을 가졌다. 이 때 아버지 차범근이 참석해 아들의 은퇴를 축하해줬다.

차두리는 태극마크에 대해 “한국에선 국가대표로 뛰는 게 너무 부담스럽다. 잘하면 사랑이 넘치지만 나쁘게 하면 비판이 많다”라고 솔직하게 고백하면서도 “하지만 팬들의 사랑으로 은퇴할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아버지 차범근에 대해 “나와 아버지가 한국의 국가대표로 활약했고, 우리 둘 다 한국 축구에서 우리만의 발자취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