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스포츠한국에서는 ‘韓축구 명경기 열전’이라는 시리즈를 통해 수많은 경기 중 한국 축구사에 전설로 기억된 위대한 한 경기를 파헤쳐 되돌아봅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결승전 북한전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경기 전 개요

'韓축구 명경기 열전16'에서 소개된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이후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전까지 한국 축구는 참 우울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국내파-해외파 논란과 이란에 참패 등의 결과 끝에 힘겹게 월드컵 본선에 나갔다. 하지만 최 감독은 전북 현대로 돌아갔고 홍명보 감독이 A대표팀 감독직을 맡았지만 ‘의리 논란’만 남기며 2014 브라질 월드컵을 1무2패 대참패로 마친 것.

월드컵 대표팀은 귀국길에 엿세례를 받았고 한국 축구는 2002 한일월드컵 이후 최악의 침체기에 빠지는게 아닌가 하는 위기론이 확산 됐다.

홈에서 열리는 인천 아시안게임이 유일한 반전기회였다. 그러나 믿었던 손흥민의 차출이 레버쿠젠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대표팀 전력에 큰 차칠을 빚었다. 브라질 월드컵을 계기로 대표팀 에이스가 된 손흥민이 오지 못하면서 김신욱-김진수-박주호로 와일드카드를 꾸리게 된다.

냉정하게 2012 런던올림픽에서 이미 병역혜택을 받을만한 선수들이 이미 받았기에 출전할 이유가 없어 전력이 약했다. 이재성-김승대 등 떠오르는 선수들은 있었지만 뚜렷하게 ‘팀의 에이스’라고 할만한 선수가 없었다. 현재까지 A대표팀에 붙박이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는 이재성과 김진수, 김승규 정도밖에 없을 정도로 당시에도 멤버 자체가 화려하진 않아 전력에 대한 걱정도 컸다.

조별리그에서 3전 전승을 거뒀지만, 첫 경기였던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전반 21분만에 와일드카드이자 주포인 김신욱이 부상으로 대회에서 아웃 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여기에 주전 윙어로 생각했던 윤일록마저 같은 경기에서 부상으로 아웃됐다. 가뜩이나 빠듯한 20인 명단과 3일 간격의 일정에서 핵심 두 명을 첫 경기부터 잃은 것이다. 이광종 감독의 머리는 지끈했다.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8강에서는 숙명의 라이벌인 일본과의 매치업까지 성사됐고 후반 종료직전 페널티킥 득점으로 힘겹게 승리했다. 4강 태국전을 2-0으로 이기고 결승에 오른 한국의 상대는 북한이었다.

▶경기내내 초접전… 위험했던 한국, 연장 후반 추가시간 터진 극적인 골

2014년 10월 2일 인천문학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

경기는 초박빙이었다. 한국에 비해 객관적 전력은 부족해도 이미 한국과 북한의 라이벌전은 전력을 뛰어넘는 것으로 맞붙는 경기였다.

오히려 북한이 더 좋은 기회가 많았다. 전반 23분 중거리슈팅이 수비맞고 나온 것을 북한의 서경진의 하프 발리슈팅이 골대를 떴지만 매우 위협적이었다. 후반 27분 림광혁의 감아차기 슈팅은 골대를 매우 살짝 빗나갈 정도로 골과 가까웠다. 후반 29분 오른쪽 코너킥에 이은 박광룡의 헤딩 슈팅은 한국 크로스바를 때리고 나와 정말 실점을 할뻔했다. 북한은 만만치 않은 상대였고 그에 반해 한국은 좋은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렇게 전후반 90분이 모두 종료돼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 전반 7분 한국이 얻은 긴 프리킥이 문전 헤딩싸움 중 루즈볼이 됐고 김승대가 골대 바로 앞에서 슈팅했지만 너무 급한 나머지 하늘로 날아가버렸다. 최고의 기회가 날아가 버린 것이다.

계속 공방을 이어가며 연장 후반 15분이 됐다. 120분 경기의 끝이 다가왔고 모두가 승부차기를 생각했던 그때였다. 한국은 왼쪽에서 코너킥을 얻고 문전으로 감아차 올려 놓는다.

이때 공중볼을 처리하기 위해 북한 리명국 골키퍼가 나왔다가 펀칭도 하지 못하고 공이 뒤로 흐른다. 바로 뒤에 있던 이용재가 빠르게 반응해 본능적으로 공을 골대로 돌려 놓는다. 정확히 맞진 않았지만 공은 골대로 향했고 북한 수비수 두 명이 골대 뒤에서 이 공을 걷어낸다. 정확하게 보면 북한 수비는 손을 써 공을 걷어냈지만 이마저 공이 뒤로 가 다시 다른 북한 수비수가 태클로 공을 걷어내는데 이때 골라인이 넘었다고 확실한 이용재는 기쁨의 세리머니를 한다.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하지만 정확하게 골이 선언됐는지 불확실하던 순간, 북한 수비가 걷어낸 공이 골대 오른쪽에 있던 임창우 앞에 떨어지고 임창우는 그대로 오른발 슈팅을 때려 골대를 뒤흔든다. 연장 후반 추가시간에 나온 극적인 결승골이었다.

이내 경기는 한국의 1-0 승리로 종료됐고 한국 축구는 1986 서울 대회 이후 28년 만에 감격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다.

▶경기 후 개요

연장 후반추가시간 이용재의 슈팅때 이미 골라인을 넘었기에 골이 인정되야 마땅했지만 행여 골이 아니라도 북한 수비수가 고의적으로 손을 썼기에 페널티킥이 지당했다. 하지만 임창우 발앞에 공이 떨어졌기에 경기는 지속됐고 임창우가 확인사살하는 득점을 한 것이다.

냉정하게 이용재의 골로 인정됐어야했던 득점이지만 공식 기록은 임창우의 득점으로 남아있다. 훗날 임창우는 “내가 못 넣었어도 이용재의 골로 인정됐을 것”이라며 “이용재에게 ‘너의 골인데 나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져서 미안하다’고 말하자 이용재는 ‘누구 골이든 뭐가 중요하냐. 금메달만 따면 그만이지’라고 말했다”고 한다.

연장 후반 3분에는 이종호가 빠지고 김신욱이 투입된다. 종료 12분을 남기고 첫 경기에서 부상으로 이탈했던 김신욱이 깜짝 투입된 것. 훗날 밝혀졌지만 김신욱은 사실상 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지만 공중볼이라도 장악하기 위해 투입됐다. 실제로 김신욱은 자기에게 오는 공만 연결하고 이외에는 뛰질 못한다. 그럼에도 김신욱 투입 후 북한 수비진은 김신욱과 경합에 많은 힘을 들여야했고 끝내 결승골을 내주고 만다. 김신욱은 이 경기에서 부상이 재발해 끝내 2014시즌 아웃을 당하고 만다.

ⓒAFPBBNews = News1
이 경기는 무려 28년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냈고 따내는 과정조차 연장 후반추가시간 득점이라는 동화같은 스토리였기에 명경기로 기억된다.

그리고 이 팀을 지휘했던 이가 지금은 고인이 된 이광종 감독이었기에 더욱 가슴이 짠하다. 무려 2000년부터 16년간 대한축구협회 유-청소년 지도자로 활동하며, 유망주들을 발굴하고 키워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던 이광종 감독이다.

2009년 나이지리아 U-17 월드컵 8강과 2011년 콜롬비아 U-20 월드컵 16강에 오른데 이어, 2012년 AFC U-19 선수권 우승, 2013년 터키 U-20 월드컵 8강의 성적을 거뒀다. 2014년에는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지휘해 28년만에 한국 축구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기며 감독 인생, 아니 인생 최전성기를 맞이했다.

이제 남은 것은 2016 리우 올림픽에서 한국에 2년 연속 메달을 안기는 일만 남은 것으로 보였던 이광종 감독이었다. 하지만 인생 절정기를 맞았던 2015년 1월, 거짓말같이 급성 백혈병이 발병되면서 감독직을 사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2016년 9월, 향년 52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28년간 한국 축구의 숙제로 남아있던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염원을 이뤄내고 브라질 월드컵 이후 침체기에 빠질뻔 했던 한국축구를 구해낸 것은 故 이광종 감독이 세상을 떠나기전 남긴 위대한 유산이었다.

ⓒAFPBBNews = News1
ⓒ대한축구협회
https://youtu.be/sxYq-Irjz9k

https://youtu.be/h7kuSNu1uuA

-韓축구 명경기 열전 시리즈

[韓축구 명경기 열전①] 홍명보-서정원, 5분의 기적으로 무적함대를 세우다(1994 스페인전)
[韓축구 명경기 열전②] 황선홍-홍명보에 당한 독일 "5분만 더 있었다면 졌다"(1994 독일전)
[韓축구 명경기 열전③] 역사상 최고 한일전 ‘도쿄대첩’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1997 일본전)
[韓축구 명경기 열전④] TV 역대 최고 시청률의 전설, 투혼의 벨기에전(1998 벨기에전)
[韓축구 명경기 열전⑤] 어떻게 한국은 ‘세계 최강’ 브라질을 이겼나(1999 브라질전)
[韓축구 명경기 열전⑥] 안정환 칩슛-박지성 잉·프에 연속골, 2002 믿음을 갖다(2002 5월 평가전)
[韓축구 명경기 열전⑦] 이때부터였죠… 사람들이 축구에 미치게 시작한게(2002 폴란드전)
[韓축구 명경기 열전⑧] 박지성, 히딩크 품에 안겨 월드컵 16강을 이루다(2002 포르투갈전)
[韓축구 명경기 열전⑨] 역적에서 영웅된 안정환, 히딩크의 상상초월 전술(2002 이탈리아전)
[韓축구 명경기 열전⑩]한국 2군이 독일 1군을 누르다… 최고 미스터리 경기(2004 독일전)
[韓축구 명경기 열전⑪] ‘방송인(?)’ 이천수-안정환, 월드컵 원정 첫승을 일구다(2006 토고전)(2006 토고전)
[韓축구 명경기 열전⑫] 박지성, 산책하며 일본의 출정식을 망치다(2010 일본전)
[韓축구 명경기 열전⑬] ‘야쿠부 고마워’ 실력+천운으로 첫 원정 16강 이루다(2010 나이지리아전)
[韓축구 명경기 열전⑭]'1-3이 4-3으로' 韓축구 최고 역전승… 홍명보호의 시작(2010 이란전)
[韓축구 명경기 열전⑮] '박지성의 마지막' 한국-이란, 5연속 8강 악연을 끊다(2011 이란전)
[韓축구 명경기 열전16]‘박시탈 인생골’ 홍명보호, 최초의 올림픽 메달을 따내다(2012 일본전)
[韓축구 명경기 열전17]故이광종 감독이 남긴 유산, 28년만에 감격의 AG 금메달(2014 북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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