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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스포츠한국에서는 ‘韓축구 명경기 열전’이라는 시리즈를 통해 수많은 경기 중 한국 축구사에 전설로 기억된 위대한 한 경기를 파헤쳐 되돌아봅니다.

-2010 아시안게임 동메달 결정전 이란전

  •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축구 동메달 획득 후 대표팀 기념사진. 연합뉴스 제공
▶경기전 개요

2006 독일 월드컵 대표팀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홍명보는 수석코치를 거쳐 2009 FIFA U-20 월드컵 8강을 이끈 감독으로 감독으로 화려하게 데뷔한다. 당시만해도 선수로 차범근 다음가는 한국 축구의 영웅이었던 홍 감독이 청소년 대표팀에서 뚜렷한 성적을 거두자 대한축구협회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감독직까지 맡긴다.

2010년 11월에 열린 이 아시안게임은 FIFA U-20 월드컵 멤버인 구자철, 김보경, 오재석, 김민우, 김영권, 홍정호, 김승규, 이범영, 조영철, 박희성 등이 주축이었다. 여기에 와일드카드로 박주영, 김정우, 신광훈이 합류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24년간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없었기에 홍 감독이 한국축구의 한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북한에게 0-1로 지며 불안한 출발을 했고 결국 4강까지 올랐음에도 UAE에게 연장전 추가시간에 결승골을 허용하며 통한의 0-1 패배를 당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추신수의 합류로 승승장구해 금메달을 딴 야구에 비해 또 다시 금메달 획득에 실패한 축구대표팀에 큰 비난이 가해졌다. 동메달 결정전은 이란과의 승부였지만 냉정하게 축구 대표팀에게는 실익이 없었다. 당시 축구대표팀 에이스였던 박주영이 전성기를 달리던 AS모나코에서 시즌 중에 합류할정도였음에도 실패한 아시안게임에 동메달 결정전은 관심이 확 식었다. 그렇게 홍명보호는 외롭게 동메달 결정전을 나선다.

  • 연합뉴스 제공
▶무기력한 전반전… 구자철, 희망의 신호탄 날리다

2010년 11월 25일 중국 광저우 텐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동메달 결정전.

유종의 미가 필요한 경기였지만 전반 5분만에 수비진의 실수가 빌미가 돼 선제골을 허용한 홍명보호였다. 전반 추가시간에는 문전으로 감아올린 프리킥을 김승규 골키퍼의 판단 실수로 인해 또 다시 추가실점한다.

홍명보호는 무기력했고 전반전을 0-2로 뒤진채 마치며 이대로 한국은 동메달조차 따지 못하고 돌아갈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후반 3분 광저우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주장이었던 구자철이 왼발 중거리슈팅으로 한골을 만회한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한국이 골을 넣은지 1분만에 이란은 곧바로 골을 넣으며 1-3으로 그 차이를 또 다시 벌린다.

이렇게 모두가 경기가 끝이라고 생각했다. 구자철이 넣은 골은 한 골도 넣지 못하고 패하는 것의 위안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구자철의 한골은 희망의 신호탄이었다. 비록 이란이 1분만에 곧바로 만회골을 넣었다 할지라도 말이다.

  • 연합뉴스 제공
▶박주영이 다리놓고, 지동원이 2분간 기적의 헤딩 두방을 쏘다

홍 감독은 전반 33분만에 수비수 홍철을 빼고 지동원을 놓고, 후반 시작과 동시에 김정우를 빼고 윤빛가람을 넣은 것에 이어 후반 16분에는 조영철을 빼고 서정진을 넣으며 모든 교체카드를 활용한다.

후반 32분 박주영의 득점은 많은 선수들이 가담한 ‘팀플레이’에 의한 득점이었기에 모두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게 된다. 상대의 전진을 막은 후 차근차근 패스플레이를 통해 전진한 한국은 결국 오른쪽 낮은 크로스에 이은 박주영의 슈팅이 골망을 흔들며 2-3으로 따라붙는다.

와일드카드로 팀의 맏형인 박주영이 추격의 다리를 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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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43분부터 기적의 2분이 시작된다. 오른쪽에서 왼발로 올린 크로스를 최전방의 지동원이 놀라운 탄력으로 헤딩 동점골을 만든다. 1-3으로 뒤지던 경기가 3-3 동점이 되는 순간이었다.

기쁨을 온전히 누릴새도 없이 또 다른 기쁨이 찾아온다. 이 득점 직후인 후반 44분, 한국은 곧바로 다시 공격해 왼쪽에서 윤석영이 왼발로 크로스를 올린다. 이때 또 다시 지동원이 날아올라 엄청난 헤딩골을 넣는다. 단숨에 스코어는 1-3에서 4-3으로 역전됐다. 한국 축구사에 이처럼 극적으로 승부를 뒤집은 경기는 없었다.

지동원이 2분동안 두 번의 헤딩으로 만든 기적같은 이 경기는 끝내 한국이 이란을 4-3으로 역전승하며 종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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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개요

이 경기 후 주장 구자철과 박주영은 “축구 인생 최고의 경기였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이 경기를 통해 축구를 깨닫고 인생에서 큰 깨달음을 얻은 경기였다고 말한다. 이 경기가 ‘홍명보의 아이들’이 훗날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의 눈부신 성과를 이룬 시작이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에는 기대가 많던 축구대표팀이 금메달에 실패하고 ‘고작’ 동메달만 땄기에 큰 관심을 받진 못했다. 하지만 거짓말같은 1-3에서 4-3 대역전극을 만들어내고 항상 무뚝뚝하던 홍명보 감독이 눈물까지 흘리면서 경기 후 큰 관심을 받았다.

아시안게임은 2~3일 간격으로 하는 혹독한 일정이다. 실제로 4강전 이후 이틀만에 이란과 동메달 결정전을 치렀다. 선수들은 기진맥진했지만 극한의 상황 속에서 극적인 역전을 이뤄냈기에 더욱 의미가 컸다. 특히 후반전 시작 전 최고참인 박주영이 선수들에게 "이 팀에서 함께한 시간이 소중했다. 지금까지 축구를 해오면서 느껴보지 못한 것들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투혼을 보이자"고 말한 것에 선수들이 크게 감명했다고 한다.

  • 연합뉴스 제공
2010년 11월 25일 열린 이 경기는 연평도 포격 도발이 있은지 이틀밖에 되지 않은 시점(11월 23일)이었다. 이에 선수들은 희생된 군장병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경기도 경기지만 이후의 축구대표팀의 말 때문에 더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축구대표팀의 일부 선수들이 경기 후 미니홈피에 “금메달? 경기와서 피자, 햄버거 먹으면서 가볍게 따는걸 봤는데 우린 그런 금메달보다 이렇게 스스로를 절제하며 얻은 동메달이 더 좋다”고 올려 논란을 빚은 것. 사실상 야구대표팀의 메달을 비하한게 아니냐는 논란이 거셌고 지옥일정으로 치러지는 축구와 그렇지 않은 야구의 특성에 대해 갑론을박이 오갔다.

분명한건 한국 축구사에 남을 희대의 역전극으로 명경기를 만들고도 이후 언행으로 인해 그 가치를 갉아먹었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

  • 연합뉴스 제공

https://youtu.be/XRJn0CXaMTk

-韓축구 명경기 열전 시리즈

[韓축구 명경기 열전①] 홍명보-서정원, 5분의 기적으로 무적함대를 세우다(1994 스페인전)
[韓축구 명경기 열전②] 황선홍-홍명보에 당한 독일 "5분만 더 있었다면 졌다"(1994 독일전)
[韓축구 명경기 열전③] 역사상 최고 한일전 ‘도쿄대첩’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1997 일본전)
[韓축구 명경기 열전④] TV 역대 최고 시청률의 전설, 투혼의 벨기에전(1998 벨기에전)
[韓축구 명경기 열전⑤] 어떻게 한국은 ‘세계 최강’ 브라질을 이겼나(1999 브라질전)
[韓축구 명경기 열전⑥] 안정환 칩슛-박지성 잉·프에 연속골, 2002 믿음을 갖다(2002 5월 평가전)
[韓축구 명경기 열전⑦] 이때부터였죠… 사람들이 축구에 미치게 시작한게(2002 폴란드전)
[韓축구 명경기 열전⑧] 박지성, 히딩크 품에 안겨 월드컵 16강을 이루다(2002 포르투갈전)
[韓축구 명경기 열전⑨] 역적에서 영웅된 안정환, 히딩크의 상상초월 전술(2002 이탈리아전)
[韓축구 명경기 열전⑩]한국 2군이 독일 1군을 누르다… 최고 미스터리 경기(2004 독일전)
[韓축구 명경기 열전⑪] ‘방송인(?)’ 이천수-안정환, 월드컵 원정 첫승을 일구다(2006 토고전)(2006 토고전)
[韓축구 명경기 열전⑫] 박지성, 산책하며 일본의 출정식을 망치다(2010 일본전)
[韓축구 명경기 열전⑬] ‘야쿠부 고마워’ 실력+천운으로 첫 원정 16강 이루다(2010 나이지리아전)
[韓축구 명경기 열전⑭]'1-3이 4-3으로' 韓축구 최고 역전승… 홍명보호의 시작(2010 이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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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20/04/07 05: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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