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볼 점유율만 높아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중요한건 전진패스다. 그리고 많이 뛰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기회를 만드는 김학범이 보여준 축구야말로 한국식으로 나아갈 한국 축구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이 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23세 대표팀은 태국 방콕에서 열린 AFC U-23 챔피언십에서 6전 전승으로 사상 첫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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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경기였던 중국전에서 김학범 감독이 인정할 정도로 부진한 경기력으로 겨우 승리했지만 이후 한국은 연전연승을 거듭해나갔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볼 점유율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바이아와의 결승전에서 한국은 44.5%의 볼점유율로 55.5%의 사우디에게 오히려 뒤졌다. 사우디는 620회의 패스로 487회의 한국보다 113회나 패스를 더 많이 했다. 패스 성공률도 사우디는 79%였지만 한국은 74.9%였다.

4강 호주전 역시 한국은 48.3%로 51.7%의 호주보다 볼점유율이 뒤졌다.

이처럼 볼점유율에 뒤진다 할지라도 중요한건 얼마나 전진하고 공격기회를 창출하는가였다. 김학범 감독은 선수들이 경기장 위에서 무의미한 백패스를 싫어한다. 이번 한국 경기를 모두 현장에서 중계한 현영민 JTBC 해설위원은 “김학범 감독은 전진패스를 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하지 않을 때 불같이 화를 낸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감독에게 중요한건 무의미한 볼점유가 아닌 전진과 지속적으로 공격하는 것이다.

최전방부터 후방까지 모두가 공격하고 수비한다. 최전방의 오세훈과 조규성은 전방 압박을 매우 강하게 하는 선수들이다. 2선 선수들도 수비할때는 깊게 내려와서 함께 막는다. 그리고 수비수들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다보니 사우디와의 결승전 결승골 주인공은 수비수 정태욱이기도 했다.

공을 예쁘게 차는 선수만 있는 것도 아니다. 대회 MVP에 선정된 원두재는 패스도 잘하지만 더 돋보인 것은 진공청소기처럼 중원에서 상대 핵심선수들을 빨아들인다는 점이었다. 많은 공을 인터셉트하고 수비한 후 곧바로 전진패스로 이어가는 모습을 인정받았기에 대회 MVP까지 선정될 수 있었다. 이외에도 김동현, 맹성웅 등도 무조건 공을 예쁘게 차고 패스하는 것에만 중점을 두는 선수들이 아니었다.

축구팬들도 언제까지 데이터적으로 볼점유율이 얼마나 높았고 패스가 얼마나 많았는지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그건 울리 슈틸리케 감독때 충분히 경험했다. 당시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에게 항상 볼점유율이 얼마인지 알려줄 정도로 점유율에 집착했었다. 하지만 슈틸리케는 부진한 성적으로 경질됐었다.

한국이 아무리 볼점유를 중시한다고 해도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와 상대에서도 점유에서 승리할 수는 없다. 아시아에서만 점유로 생색을 낼순 있지만 한국의 진짜 목표는 세계다. 점유가 무너지면 플랜B 없는 축구는 막막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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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한국축구는 많이 뛰고 빠르게 뛰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축구로 성과를 냈다. 2002 한일월드컵, 2010 남아공 월드컵, 2012 런던 올림픽 등에서 누구도 볼점유율을 한국의 성공지표로 보지 않았다.

누구보다 오래 한국 축구를 경험하고 한국축구의 산증인인 김학범 감독은 점유와 패스를 최우선가치로 두는 현재의 한국축구에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묵직한 교훈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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