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가는 길마다 역사며 기적이다. 수없이 ‘최초’의 기록을 쓰고 10년만, 12년만, 60년만의 기록 등을 다시 세우고 있는 박항서 감독의 눈은 이제 올림픽과 월드컵을 향한다.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 U-22 축구대표팀은 10일(이하 한국시각) 오후 9시 필리핀 리잘 메모리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동남아시안게임(SEA) 남자 축구 결승 인도네시아전에서 3-0으로 대승을 거두며 60년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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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전반 39분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을 주장 도훙중이 오른발로 감아 올렸고 문전에서 공격가담한 수비수 도안 반 허우가 높은 타점으로 헤딩골을 만들었다. 이후 인도네시아는 매우 거친 축구로 베트남을 압박했다. 하지만 베트남은 후반 14분 주장인 도훙중이 페널티박스 뒤에서 흘러나온 공을 오른발로 정확하게 먼골대를 보고 찼고 그대로 골문을 갈랐다.

이게 다가 아니었다. 후반 28분에는 오른쪽에서 얻은 프리킥을 왼발로 감아올렸고 그대로 골문으로 향하자 인도네시아 골키퍼가 놀라서 쳐냈다. 하지만 리바운드 공을 선제골의 주인공 반 허우가 달려가 골을 넣었다.

베트남의 우승이 매우 유력해진 상황에서 변수가 일어났다. 후반 30분이 조금 지났을 무렵 박 감독과 주심이 언쟁이 붙었고 주심은 갑자기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박항서 감독은 연신 'WHY'를 외치며 항의했다. 매우 흥분한 모습이었고 결국 박 감독은 이영진 코치에게 남은 시간 감독 역할을 맡기고 관중석으로 물러났다. 도리어 베트남 선수단은 똘똘 뭉쳤고 결국 1959년 이후 60년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7년 하반기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 A대표팀 감독 겸 U-23 대표팀 겸임 감독으로 취임한 후 2년이 넘는 동안 박 감독은 수많은 기록을 베트남에 안겼다.

먼저 2018년 1월 열렸던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대회에서 베트남 U-23대표팀을 베트남 축구 역사상 첫 결승까지 이끈 바 있다. 그해 8월 열린 아시안게임에서는 베트남 축구 역사상 또 처음으로 4강까지 이끌었다(4위). 그리고 2018년 연말에는 동남아시아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스즈키컵에서 우승을 차지해 베트남에 10년만에 우승을 안겼다.

2019년 초에 열린 AFC 아시안컵에서는 베트남을 12년만에 아시안컵 8강으로 이끌었다. 이번에는 무려 60년만에 베트남 축구에 동남아시안게임 우승컵을 안기게 됐다.

이렇게 가는 길마다 역사를 쓰고 있는 박항서 감독의 눈은 이제 진정한 국제 무대인 올림픽과 월드컵을 향한다. 동남아는 완전히 평정했으니 이제 세계로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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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한달 후인 2020년 1월에는 태국에서 AFC U-23 챔피언십 대회가 열린다. 이 대회에서 3위안에 들면 2020 도쿄 올림픽 진출이 가능하다. 개최국 자격인 일본이 3위 안에 들면 4위팀이 올림픽에 나가게 된다.

베트남은 이미 예선에서 3전 전승을 거두며 내년 1월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D조에서 북한, 요르단, 아랍에미리트와 같은 조인데 아랍에미리트와 조 1위 경쟁을 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도 2년전 열린 이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강팀이기에 충분히 3위 이내의 성적을 기대해볼만 하다.

23세 이하 대표팀이 올림픽 진출을 노린다면 성인 대표팀은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린다. 이미 아시아 2차예선에서 G조 3승 2무 조 1위를 달리고 있어 최종예선 진출이 유력하다. 최종예선에서 각조 2위 안에 들면 월드컵 무대 진출이 가능하다.

베트남은 그동안 올림픽과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적조차 없는 팀이다. 박항서 감독 입장에서는 정말 도전할만하고 궁극적인 목표가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기적을 쓴 박 감독이 과연 올림픽과 월드컵이라는 기적마저 도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스한 이슈人 : 바로 이 사람이 이슈메이커. 잘하거나 혹은 못하거나, 때로는 너무 튀어서 주인공이 될 만한 인물을 집중 조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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