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19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를 통해 경남FC가 강등당했다. 사상 초유의 심판매수 스캔들로 K리그2에서 승점 -10점으로 시작해 2시즌만에 승격하고 3시즌만에 K리그1 준우승까지 차지했던 경남을 지켜봤던 담당 기자가 보는 경남의 강등에 대해 '취재파일'로 녹여낸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거의 4년전인 2016년 2월. 경남 함안군 경남FC 클럽하우스에서 김종부 감독을 만난 일이 어제 일처럼 떠오른다.

김종부 감독이 경남에 부임한 후 처음으로 진행된 단독 인터뷰였다. 선수단-코칭 스태프와 함께 숙소밥을 함께 먹고 진행된 인터뷰([취임 인터뷰]'학원축구→K3→경남FC'지휘봉 잡은 김종부 감독 )에서 김종부 감독은 연신 ‘이런 자리가 어색하다’고 했다.

그럴 만도 했다. 그의 말대로 ‘선수는 엘리트코스-지도자는 밑바닥부터’를 거쳤기 때문. 화려한 청소년 대표 선수 이력을 가지고 은퇴 후 1997년 거제고 감독을 시작으로 줄곧 학원 축구와 아마추어 축구에만 있었던 김 감독은 지도자 생활 20년만에 프로 무대에 첫 발을 내딛었기에 언론을 접할 일이 많이 없었다. 그때는 인터뷰에 낯설어하고 눌변인 김 감독의 모습은 능숙하고 속내를 감추려고 노력하는 여타 프로 감독과는 달라 도리어 신선하고 인상적으로 뇌리에 남았었다.

경남이 -10점의 삭감을 탕감해 승점 0이 됐던 날, 김 감독에게 전화로 축하 인사를 건네고 인터뷰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지난해 K리그1 준우승을 차지하며 ‘김종부 감독이 아니었다면 경남의 준우승을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이유로 기꺼이 김종부에 ‘감독상’에 투표를 했고 실제로 상까지 수여했을 때는 학원축구부터 시작해 아마추어를 거쳐 K리그까지 한국 축구 밑바닥부터 정상까지 모두 경험하고 마침내 이룬 성과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4년이 다된 지금에도 김종부 감독은 달라진게 없다. 여전히 눌변이며 프로 감독 4년차를 보냈음에도 아마추어 티를 벗지 못했다. 기자회견 후 기자들 사이에서 김 감독이 무슨 말을 한 것인지 해석하고 이야기할 정도다. 주술 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여전히 기자회견 자리를 어색해하는 티가 난다.

2016년 2월 당시 부임 후 첫 단독인터뷰를 진행하며 촬영했던 김종부 감독
언론 앞에서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전달하고 때로는 감추고 허풍도 칠 줄 아는 ‘언론 플레이’도 감독의 능력이다. 몇몇 감독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선수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팬들에게 메시지를 주기도 한다. 멋지게 언론을 다루는 감독의 모습은 단순히 기자뿐만 아니라 팬들도 감동시키며 품격을 드높이기도 한다.

경기만 잘하고 성적만 잘 거두는 것이 선수단의 수장인 감독의 역할의 전부가 아니다. 언론을 대하는 것 역시 팬서비스의 일환이다. 부족하다면 배워서라도, 공부해서라도 언론 앞에서는 법을 익히는 것은 좋은 감독의 덕목이다. 학원축구와 아마추어 축구를 20년을 했지만 프로에서 4년의 시간동안 김 감독은 멈춰있었다.

또한 감독의 행동 역시 선수단과 구단의 가치와 품격을 결정하는 요소다. 김 감독은 지난 3월 심판실에 들어가 항의하는 바람에 출전정지 3경기에 1000만원의 징계를 받은 것에 이어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이 종료된 8일에도 경기 후 판정에 대해 격하게 항의를 하며 선을 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야할 말과 아닌 말을 뱉느냐 아니냐는 중요하다. 징계가 또 불가피한 상황이다.

물론 판정이 맘에 안들 수 있다. 특히 경남은 인천전에 이어 부산과의 승강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분명 핸들링 반칙 부분에서 억울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 있었다. 이것들이 모여 강등까지 됐으니 속이 상하는 마음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한해에만 두 번, 그것도 절대적으로 금하고 있는 심판 판정에 대한 직접적이고 위협적인 항의를 김 감독은 저질렀다.

지도자들과 오프 더 레코드로 얘기할 때면 모두들 욕도 섞어가며 판정에 불만을 표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을 정말 표출해도 되는 자리와 아닌 자리를 구분하는 것 역시 기본이다. 모두가 화를 내고 싶다고 다 내면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일 뿐이다.

가뜩이나 경남은 K리그 역사상 최초의 심판 매수 스캔들로 인해 최고 수위 징계인 승점 -10점 삭감을 당하기도 했던 팀이다. 그때와는 아무 연관이 없긴 하지만 심판 문제로 두 번이나 큰 문제를 일으키는 감독이 되는 것은 분명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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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FC 역시 마찬가지다. 경남은 심판매수 사건으로 인해 사무국이 한번 싹 물갈이가 된 바 있다. 이때 새롭게 일하거나 복직한 직원들은 적은 인력에도 합심해 승격과 K리그1 준우승의 숨은 공신이 된 바 있다.

하지만 그 사이에 경남 사무국은 발전하지 못했다. ‘EPL 출신’ 조던 머치 영입 당시 사무실에 초라하게 찍은 입단 사진은 대구FC 등 다른 구단은 정말 멋지게 영입 선수 사진을 찍는 것과 비교해 축구팬들의 놀림감이 됐다. 경남 팬들조차 한숨 짓게 했다.

또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축구장 유세 당시에도 어떤 조치도 제대로 취하지 못하고 축구장에서 선거유세라는 희대의 촌극을 낳게 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김종부 감독이 이렇게 심판에 항의해 큰 문제가 되는동안 구단에서는 손을 놓고 있었냐는 비난이 나오기도 한다. 더 이상 인력이 없고 넉넉지 않은 사정 때문에 그렇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지만 경남 사무국 역시 프로답지 못한 자세로 일관하다보니 2년만에 다시 강등을 당하는데 일조하고 말았다.

성숙함이 필요하다. 분명 김 감독이 경남 1년차에 망가진 팀을 수습하고, 2년차에 말컹을 중심으로 승격에 성공하고, 3년차에 K리그1 준우승까지 차지했던 모습은 한국 축구에 보기 힘들었던 감독 커리어다. 그의 선수 보는 눈과 육성 능력, 그리고 돌풍의 팀을 만드는 과정 등은 비록 올해 강등이라는 최악의 오점을 남겼음에도 분명 잊기 힘든 큰 업적이자 능력이다.

경남 역시 K리그에 오랜기간 함께 하며 항상 도깨비 팀으로 도민구단의 저력을 보이며 좋은 인재를 배출하고 K리그를 즐겁게 해오던 팀이다.

강등을 당했기에 분명 미래는 좋지 않다. 하지만 김 감독이나 경남 모두 아마추어적인 모습을 벗고 성숙해질 시간이다. 큰 추락을 맛본 후 너무 급격하게 상승곡선을 탔던 만큼 그 낙폭도 클 것이다. 하지만 인고의 시간을 버티고 성숙함이라는 거름을 안고 다시 클 수 있다면 경남이 지난 2년간 이뤘던 성과는 결코 신기루처럼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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