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서귀포=이재호 기자] *1982년 창단 이후 K리그의 명문 구단이던 제주 유나이티드가 창단 37년만에 굴욕의 강등을 당했다. 2년전인 2017시즌만해도 K리그1 준우승을 했던 팀이기에 2년만의 몰락이 더욱 충격적이다. 제주 유나이티드 담당 기자가 보는 제주의 강등 이유에 대해 시리즈 기사를 통해 알아본다.

신임사장 부임후 제주는 준우승팀서 강등팀 됐다[취재파일①]
'영입은 대실패-내보낸 선수는 대성공' 제주의 스카우트[취재파일②]
‘알아서 원정와’ 제주 내부에는 어떤 몰상식한 일이 있었나[취재파일③]

프로축구연맹 제공
2017시즌 제주 유나이티드는 2010년 김은중-구자철-홍정호 등이 주축이 돼 K리그 준우승을 일궈낸 이후 7년만에 다시 K리그 준우승에 올랐다. 모두들 제주가 강팀으로 거듭났고 명문구단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예측했다.

2018년 1월, 제주 유나이티드는 안승희 단장이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제주 구단의 총책임자로 제주 토박이 출신이 부임하자 많은 이들이 기대를 품은 인사였다.

하지만 직전시즌 준우승팀이었던 제주는 2018시즌 여름, 충격의 15경기 연속 무승(8무 7패)의 늪에 빠져 헤매다 겨우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2018시즌은 2019시즌을 향한 경종이었지만 제주는 무시했다. 그리고 2019년 11월 24일, 제주는 1982년 구단 창단 이래 가장 굴욕적인 날을 보냈다. 창단 37년만에 첫 강등을 당하는 수모를 겪게 된 것이다.

물론 강등의 이유는 복합적이다. 하지만 명확한 팩트는 안승희 사장이 전권을 잡은 이후 준우승팀이었던 제주는 2018시즌은 15경기 연속 무승의 굴욕, 2019시즌은 강등을 당했다는 것이다.

▶예전부터 제주 프런트의 코칭 스태프 무시는 도를 넘었다

이미 제주에게 2018시즌 여름, 위험경고가 울렸었다. 15경기 연속 무승이 그것. 총 38라운드가 진행되는 한시즌에 40%에 해당하는 15경기를 연속 무승으로 보낸다는 것은 팀이 비정상적이라는 명백한 신호였다. 이때 감독교체 혹은 선수단 갈아엎기 등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프런트는 무능했다. 2017시즌 준우승 이후 안일하게 선수단 보강을 게을리 했고 올시즌도 마찬가지였다. 강등당할 위기에 놓이니 여름이적시장에 마구잡이 영입을 했지만 성공한게 없었다.

여기에 당시 7년만에 K리그 2위 타이틀을 안긴 조성환 감독에게 계약 만료 직전인 12월 말에야 재계약을 안길 정도로 코칭스태프를 우습게 아는 행보를 보였다.

이같은 행태를 보이는데 선수단이 코칭스태프를 신뢰하거나 존경하기 힘들다. 이미 제주는 전임사장 시절부터 경기에 지고 나면 클럽하우스에 들어가 곧바로 사장이 감독을 구박하고 무시하는 행위로 유명했다.

제주 구단은 구단 직원들이 일하는 곳과 선수단이 지내는 곳이 클럽하우스 한군데로 같다. 자연스레 감독과 구단 프런트가 자주 마주친다. 경기에 지는 날에는 어김없이 사장에게 감독이 구박받는 모습을 선수들이 보다보니 자연스레 누가 이 구단에서 더 강한지, 누굴 따라야하는지 학습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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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준재-김호남 트레이드를 통해 알 수 있었던 것

코칭스태프와 함께 가는 것이 아닌 코칭스태프 위에 프런트가 군림한 제주다. 그런데 핵심 프런트는 축구에 대해 모르는 비축구인들이 절대 다수다. 자연스레 현장 사정을 모르고 선수단을 구박하고 무시하는 행위가 타구단에 비해 특히 많았다는 것이 축구계 관계자 다수의 증언이다.

여름이적시장 가장 뜨거웠던 이슈였던 남준재-김호남 트레이드가 그 좋은 예다. 제주에서 오래 몸담은 김호남은 트레이드 당일 날에도 슈팅 연습을 할 정도로 의욕을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트레이드 소식을 일방적으로 듣고 크게 실망했다.

선수 동의 없는 이적으로 큰 질타를 받자 제주 구단은 “행여 이적이 불발되면 선수가 실망할까봐 말 못했다”는 변명을 해 더 큰 비난을 받기도 했다. 선수단을 모르고, 가볍게만 여기는 프런트가 있다 보니 이런 비인간적이고 몰상식한 일까지 일어난 것이다.

▶제주가 필요했던 스타일에 맞지 않는 감독이던 최윤겸 선임

또한 조성환 감독이 사임한 후 안승희 사장 주도하에 최윤겸 감독이 부임했다. 최윤겸 감독은 축구계의 대표적인 온건파 스타일이다. 최 감독과 이전에 함께해본 대부분의 선수들은 “감독님이 화를 내는 것은 한 번도 본적이 없다. 전적으로 선수들을 믿고 기다려주는 좋은 분”이라고 증언한다.

그러나 당시의 제주에는 온건파 감독은 어울리지 않다는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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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선수 면면은 좋다. 하지만 응집력 부족과 카리스마 부재에 시달렸다. 이럴 때 강경하고 선수단을 휘어잡을 수 있는 감독이 필요했지만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감독을 프런트에서 데려온 것이다. 최 감독마저 취임 첫 인터뷰였던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원래 내가 무섭게 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여기서는 변해야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을 정도다.

최윤겸 감독은 분명 축구계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감독이다. 하지만 당장 급한 불을 끄고 선수단을 휘어잡아야하는 제주에는 어울리지 않는 감독이었다.

▶성적 곤두박질치는데 마케팅만 강화… 황당 팬미팅까지

제주는 안승희 사장 부임 이후 마케팅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올해는 팀장까지 영입하고 다른 보직의 직원은 줄어도 마케팅팀은 그렇지 않았다.

물론 선수 영입 후 ‘옷피셜’을 지역 소상공인의 가게에 가서 찍고, 선수단과 팬들의 접촉 시간을 늘리는 시도는 좋다. 하지만 당장 제주는 선수단 내부가 곪아 터지고 있는데 제대로 된 진단은 못한채 외부에 보이기용인 마케팅에만 열을 올렸다.

많은 돈을 들여 홍보 마케팅을 위해 새업체와 계약했고 심지어 강등을 당한 24일에도 경기 후 선수단-코칭스태프 전원과 팬들이 사진을 찍고 팬미팅을 하는 행사를 하기도 했다. 이미 예정된 행사였기에 취소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진행한 이날 행사는 선수도, 팬도 누구도 웃지 못한 말도 안되는 상황이었다. 팀이 역사상 처음으로 강등을 당한 수모의 날에 제주 구단 전원이 경기 후 팬미팅에 참석하다보니 팬들과 사진을 찍는데 웃을 수 있는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기자가 취재한 모든 팬과 관련한 행사 중에 가장 황당하고 말도 안되는 상황에 열린 행사였다. 중요한건 제주가 이날 경기를 통해 강등을 당할 경우의 수가 충분히 있었는데도 이런 행사를 기획하고 실행했다는 것 자체가 황당할 따름이다. 이럴거면 정말 내부적으로 곪아 터지고 있는 선수단 운영부터 먼저 신경쓰는 것이 필요했던 제주 프런트였다.

강등확정 후 팬행사를 진행한 황당함
▶벌써 새감독 부임설까지… 기업구단의 사장 정책, 다시 생각해봐야

수원전이 있기 전부터 A매치 기간 동안 제주 구단이 벌써 새로운 감독을 구한다는 설이 축구계에 파다했다. 수도권 A구단 감독부터 지방 B구단 감독 등이 하마평에 올랐다. 사실이든 아니든 축구계에 벌써 그런 소문이 돈다는 것만으로 제주가 얼마나 조심스럽지 않게 움직이는지 알 수 있다.

SK그룹 역시 축구단에 고위 인사(사장, 단장)를 보낼 때의 정책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한다. 흔히 기업구단의 사장직은 정년퇴임 직전에 쉬다가는 곳의 개념이다. SK 역시 그렇다. 전임사장들은 모두 기업에서 고위직까지 올랐다가 더 올라가긴 힘들고 퇴임은 앞둔 인사들이 제주 유나이티드로 왔다.

전임사장이 3년을 버텼으면 자신도 3년을 버틴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고 어떻게 해서든 본사에 ‘적은 돈을 써서 이만큼의 성적을 냈다’는 보고를 하려는 생각을 가진 축구를 전혀 모르는 사장들이 제주 유나이티드를 거친다.

본사에서는 무시할 수 있지만 제주 유나이티드는 축구계에 큰 의미다. 그런 구단의 최고 책임자를 축구와 무관하고 정년을 앞둔 기업인사들을 보내다보니 결국 이렇게 37년의 긴 역사를 가진 구단이 강등을 당하는 수모를 겪은 것이다.

제주 유나이티드 안승희 사장. 제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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