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작-중-후, FA컵 유감 3가지

[스포츠한국 수원=이재호 기자] 경기 시작과 동시에 FIFA와 AFC, K리그 모두 금지하고 있는 홍염이 수원 삼성 서포터즈석에서 터졌다. 경기 도중에는 대전 코레일의 1-1 동점이 될 수 있었던 골 상황이 다소 석연찮게 VAR을 통해 골취소가 됐다.

경기 후에는 2019 한국 축구 프로-아마 최강자가 가려졌음에도 수원 삼성의 우승 세리머니를 전혀 TV에서 볼 수 없었다. 드라마 재방송을 하느라 MBC가 우승 세리머니와 감독-선수의 우승소감을 모두 잘랐기 때문이다.

K리그 경기가 남아있긴 하지만 한국 프로-아마 축구의 대축제인 FA컵 결승 2차전은 분명 아쉬움이 상당부분 남을 수밖에 없었다.

수원 삼성은 10일 오후 2시 10분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9 KEB 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에서 백업 미드필더였던 고승범의 2골 포함 4-0으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수원 삼성은 이번 우승으로 1996년 시작해 24회째를 맞는 프로-아마 최강전인 FA컵 역대 최다 우승팀(5회)에 등극했다. 기존 최다는 수원과 동률로 4회였던 포항 스틸러스였다.

수원 삼성이 프로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은 물론 하위스플릿으로 떨어져 ‘실패한 시즌’을 보낼뻔 했던 것을 만회하며 아름답게 마무리된 FA컵이다.

그러나 경기전, 중, 후 모두 아쉬운점이 나온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경기 시작과 동시에 수원 서포터즈석에서 홍염이 터졌다는 것은 큰 경각심을 가져야하는 일이다. 홍염은 안전사고의 주적이기에 FIFA와 AFC, K리그 모두에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 5월 전북 현대는 홈 서포터즈의 홍염을 막지 못해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600만원의 징계금을 받기도 했었다.

어린아이들도 오고 FA컵 결승이라는 큰무대였기에 많은 관중이 찾아 관중석 내에서 이동이 쉽지 않았다. 이럴때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특히 중요한데 홍염을 막지 못한 수원 구단은 물론 홍염을 몰래 반입해 터뜨린 수원 서포터즈는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또한 후반 8분 대전 코레일의 골 취소 역시 아무래도 찜찜함이 남았다. 수원이 고승범의 선제골로 1-0 앞서던 상황에서 대전 코레일은 몰아쳤고 후반 8분 오른쪽 중앙에서 문전으로 올린 프리킥을 최동일이 헤딩으로 떨군 후 수비수 여인혁이 헤딩골을 넣고 기뻐했다. 하지만 이내 심판은 반칙을 선언했고 VAR 판독 후 오프사이드로 판정됐다.

느린 화면으로 봤을 때 최소한 중계화면에서는 오프사이드라고 보기에 쉽지 않을 정도로 동일선상으로 보였다. 물론 중계화면의 기울기 등을 고려해야하고, VAR 심판이 으레 잘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이 골 취소 이후 대전 코레일이 3골이나 주며 완전히 무너졌다는 점에서 이날 경기의 터닝포인트였다고 봐도 무방했다.

게다가 대전 코레일이 홈에서 0-0으로 비겨 만약 이 골이 득점으로 인정됐다면 원정골 규칙으로 인해 1-1로 끝나면 대전 코레일의 우승도 가능했다. 워낙 미세한 차이 혹은 동일선상으로 보이던 상황을 부심이 깃발을 든 것도, VAR까지 갔음에도 판정 번복이 되지 않았다는 점은 석연찮고 찜찜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경기 후 중계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컸다. 그동안 K리그나 FA컵 중계는 하지 않던 공중파 MBC는 FA컵 결승 2차전의 중요성을 알고 생중계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인사말만 하고 곧바로 중계방송을 종료했다. ‘연애미수’라는 드라마 재방송을 위해서였다.

인터넷을 통해서나 MBC의 스포츠채널인 MBC 스포츠플러스를 통해서도 우승 세리머니나 이임생 수원 감독이나 수원 선수들의 인터뷰는 중계되지 않았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빼곤 일반 축구팬들은 수원이 우승컵을 드는 순간을 전혀 즐길 수 없었다.

이미 지난해에도 대구FC의 창단 첫 FA컵 우승 순간에 SBS는 ‘생활의 달인’ 재방송을 위해 우승 세리머니를 내보내지 않았었다.

결승전의 묘미는 승부 그 자체도 있지만 우승이 확정된 후 주장이 우승컵을 들며 환호하며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와 함께 기쁨을 나누는 것이다. 결승전 경기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보여주지 않는 것은 마치 축구로 치면 전반전만 하고 후반전을 하지 않는 것과 매한가지다. 애초에 결승전인 것을 알았고, 그동안 한 번도 중계하지 않다가 한번 중계하는데 연장전을 갈 경우를 위해 이미 예비시간도 빼놨다면 우승 세리머니까지 ‘당연히’ 중계해야하는게 맞다.

만약 시청률이 문제라면 차라리 그냥 애초에 했던대로 스포츠 채널에서 경기와 우승 소감, 우승 세리머니까지 모두 풀로 틀어주는 것을 보고 싶은 것이 스포츠 팬들의 마음일 것이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