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19 K리그 종료까지 이제 고작 3경기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시즌 종료를 앞둔 상황에서 차곡차곡 모아 취재파일로 정리했습니다. 제보자 보호를 위해 이니셜, 모호한 표현이 있을 수밖에 없음을 사전에 공지합니다.

‘축구에 대해 뭘 안다고… 선수들 마음을 알기라도 합니까?’

한 축구인이 성토한 말이다. 이 축구인만이 아니다. K리그 현장에서든 아니든 축구계 인사들을 만나면 K리그 몇몇 팀들이 축구와 관련 없었던 이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프런트 축구’에 대해 부정적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수도권 A구단의 경우 대표적으로 프런트 축구를 한다는 말을 들어오고 있다. 선수출신이 아닌 이들이 전권을 잡고 소수의 결정과 인맥을 통해서 감독과 선수 영입이 이뤄진다. 사실상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를 제외하곤 모든 팀들이 허리띠를 졸라 맨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돈이 줄자 ‘돈이 없다’는 이유로 도리어 더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감독과 선수만 영입한다.

정작 감독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선수의 영입은 없고 감독은 프런트 눈치를 보며 하고 싶은 말을 못한다. 이 모습을 누구보다 선수단은 면밀히 지켜보며 누가 ‘실세’인지를 보고 행동하게 된다.

한 에이전트는 “누구보다 선수들이 구단의 ‘실세’는 누구인가에 대해 기가 막히게 냄새를 맡아서 행동한다. 예전에는 항상 감독에게 전권이 주어졌지만 요즘엔 선수들도 진짜 실세에게 잘 보이고 감독이 약하면 말을 듣긴 해도 진심으로 따르지 않는다”고 한다.

한 은퇴한 선수 출신은 “저는 앞으로 K리그에서 코치나 감독을 꿈꾸고 싶지 않아요. 왜냐하면 제가 한창 뛸 때는 감독님들이 전권을 가지고 선수단을 장악하고 쥐락펴락하셨거든요. 근데 요즘은 감독이 감독 같을 수가 없어요. 모두 프런트 입맛에 맞게 행동하느라 감독이 응당하게 지녀야할 힘조차 갖지 못하고 있어요”라며 혀를 찼다.

실제로 감독 선임부터 모두가 아는 이름 있는 감독이 아니라 예상외의 인물이 선임될 경우 프런트의 입김이 많이 작용했기에 그 감독은 향후 감독직에 있을 때도 계속 프런트의 장악 속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지방 B구단도 마찬가지다.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의 이유로 프런트에 장악당한 감독, 그리고 그런 감독에게 신뢰를 보내지 못하는 선수단과 선수 출신이 없는 프런트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행동하도록 하면서 선수단 분위기가 와해되는 것이다.

물론 프런트 축구가 나쁜 것이 아니다. 감독은 성적에 따라 선임과 경질이 반복되고, 선수 역시 영입과 방출이 반복된다. 하지만 프런트는 구단의 직원이며 각 구단마다 다르지만 사장, 단장의 임기가 있는 것을 제외하곤 핵심 프런트진은 계속된다. 이 경우 프런트에서 올바르게 구단을 운영하고 장기 계획대로 팀을 꾸린다면 한명의 좋은 감독, 몇 명의 좋은 선수에게 의존하는 축구단을 벗어나 백년대계의 강한 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이상이다. 특히 축구에 문외한이었거나 축구단에 와서야 축구를 제대로 접해본 비선수출신 프런트가 요직에 있는 구단의 경우 전혀 선수단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정과 수당, 행동을 강요한다. 그러면서 오직 자신들의 높은 지위와 ‘내가 축구단에서 몇 년을 일했는데’ 혹은 친한 형으로만 다가가 선수만의 루틴과 선수 세계까지 침범하려고 한다. 또한 말도 안되는 논리로 선수단 연봉과 수당을 후려쳐 선수단의 빈정을 상하게 한다.

몇 년 전까지 비선수 출신으로 구단 사장직에 앉았지만 임기동안 괜찮게 구단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은 한 구단 사장 출신 관계자는 “비선수 출신이 할 수 있는건 한계가 있다. 현장 출신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구단의 재정, 회계나 일반 업무를 잘해내 현장 출신이 뛰어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게 비선수출신의 프런트들이 해야 할 일”이라며 “대신 감독이나 구단 요직에 결정하는 이는 많은 축구인들의 조언을 받고 임명해야한다. 임명하고 나면 최대한 전권을 보장해주면서 무리한 요구나 구단 사정상 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만 간섭하는 정도가 현장 출신이 아닌 프런트가 할 수 있는 최대선이 아니겠나”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수도권 C구단 핵심 요직에 앉은 이의 경우 축구와는 무관한 경력에 위에서 내려온 ‘낙하산 인사’지만 ‘형님’을 자처하며 전지훈련비나 회식비를 걱정하지 않고 쓰게 하고있다. 그러면서도 현장출신에게 중요한 결정을 맡기고 간섭하지 않아 호평을 받고 있다. 이미 사업으로 벌어놓은 돈이 있기에 자신의 월급이 나오자 선수들 회식을 하라며 전해주기도 했다는 일화까지 있다.

C구단 관계자는 “솔직히 낙하산 인사라 처음엔 걱정을 했는데 지금은 이런 분이 계속 구단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전형적인 '간섭 안하며 밑에 사람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풀어주는 상사'”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구단은 시즌전 예상보다 훨씬 나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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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D구단 역시 축구인 출신을 구단 핵심 요직으로 앉힌 이후 갈수록 팀이 발전했다. 물론 ‘정도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하지만 결과로 보여주니 잡음은 사라졌다.

물론 결과론일 수 있다. 프런트 축구도 잘하고 결과가 나오면 전부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축구를 잘 아는, 선수나 현장 출신이 아닌 비선수 출신으로 낙하산 인사나 구단 고인물들이 팀을 좌지우지하며 한 다리 건너 알게 된 인맥이나 지나치게 자신의 능력을 과시해 중요한 결정을 내리다 보면 팀은 암초에 걸려 헤어 나오지 못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축구단은 결국 축구를 해보고 아는 사람이 함께 운영해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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