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프라이부르크
[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SC프라이부르크(독일)에 둥지를 틀 당시만 하더라도 권창훈(25)과 정우영(20)의 새 시즌 전망은 밝아 보였다.

독일 트랜스퍼마르크트 기준 정우영의 이적료는 450만 유로(약 59억원), 권창훈은 300만 유로(약 40억원). 구단 역사상 10위권 안에 들 정도로 적지 않은 이적료를 들인 만큼 즉시 전력감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우영은 시즌 첫 경기였던 DFB포칼(컵대회)에 교체로 출전했다. 부상으로 시즌 초반 전열에서 이탈해있던 권창훈도 부상 회복 직후 파더보른과의 분데스리가 2라운드에 교체로 출전해 데뷔골을 터뜨린데 이어 FC쾰른전엔 첫 선발 데뷔전을 치르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9월 이후부터 권창훈의 정우영의 출전 소식은 좀처럼 들려오지 않았다.

권창훈이 그나마 꾸준히 교체명단에는 이름을 올리고 있으나 26일(이하 한국시각) RB라이프치히전까지 6경기 연속 벤치만을 지키고 있는 중이다. 정우영도 9월 이후 단 1경기에만 벤치에 앉았을 뿐, 이후엔 2군 경기만을 소화하고 있다. 시즌 초반 전망과는 판이하게 다른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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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배경엔 9월 A매치 데이를 기점으로 뚜렷하게 자리 잡은 크리스티안 슈트라이히 감독의 라인업, 그리고 이와 맞물려 잘 나가는 팀 성적이 자리잡고 있다. 슈트라이히 감독의 총애를 받고 있는 경쟁자 빈첸조 그리포의 존재는 덤이다.

실제로 슈트라이히 감독은 시즌 초반에는 라인업과 전형에 적잖은 변화를 주며 실험에 나섰다. 권창훈도 이 과정에서 쾰른전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로 출전해 시험대에 올랐다. 그러나 9월 A매치 휴식기를 기점으로 특정한 선발 라인업에 무게가 쏠리기 시작했다.

특히 2선 공격진엔 루카스 횔러와 야니크 하버러가 주전 자리를 꿰찼다. 이들은 9월 이후부터 6경기 연속 선발로 출전하며 슈트라이히 감독의 중용을 받고 있다. 반면 시즌 초반 3경기 연속 선발로 출전했던 브랜든 보렐로는 벤치로 밀렸다. 권창훈 역시도 마찬가지.

여기에 이적시장 막판 합류한 빈첸조 그리포의 존재가 더해졌다. 그리포의 이적료는 700만 유로(약 92억원)로 권창훈이나 정우영보다 더 높았다. 더구나 공격형 미드필더와 측면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그는 지난 시즌 이미 프라이부르크에서 임대 생활을 한 바 있다. 슈트라이히 감독 체제에서 16경기 6골을 터뜨린 터라 단번에 주축으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선발라인업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이후 팀이 뚜렷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9월 이후 프라이부르크는 3승2무1패의 성적을 거뒀다. 순위는 어느덧 2위까지 치솟았다. 지난 시즌 프라이부르크의 순위는 13위였다. 프라이부르크의 돌풍이었다.

슈트라이히 감독 입장에선 선발라인업에 굳이 변화를 줄 필요가 없었다. 최근 우니온 베를린에 패배를 당한 뒤에도 기존 선발진을 향해 굳건한 믿음을 보냈다. 이 과정에서 횔러와 하바러는 6경기 연속 2선에 선발 배치됐다. 조커 역시 늘 그리포의 몫이었다.

권창훈은 살라이, 보렐로 등 다른 측면 자원들과 함께 벤치만을 지키는 시간이 늘었다. 설상가상 라이프치히전엔 부상으로만 3명이 교체되는 변수가 더해지면서 교체 출전 기회마저 사라지는 불운이 더해졌다. 정우영은 2군으로 내려가 또 다른 경쟁을 진행 중이다.

소속팀은 리그 2위에 오르며 고공비행 중이지만, 오히려 이러한 상승세가 권창훈과 정우영에겐 경쟁의 기회를 앗아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것이다. 권창훈도, 정우영도 그야말로 ‘속 타는’ 현실과 마주하고 있는 셈이다.

프라이부르크는 오는 30일 오전 2시30분 우니온 베를린과 DFB포칼에서 격돌한다. 컵대회인 만큼 선발진에 대대적인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권창훈과 정우영에게도 그 기회가 돌아갈 전망이다. 현재로썬 이러한 기회에서 슈트라이히 감독의 마음을 얼마나 흔드느냐가 유일한 해법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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