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10년 내셔널리그 소속의 울산 현대미포조선을 통해 처음으로 한국 땅을 내딛었다. 당시만해도 은퇴를 생각했던 22살의 브라질 청년은 K리그2(2부리그) 역대 최다득점자(64골)에 한국 축구를 누구보다 잘 아는 고참 선수가 됐다.

2010년 한국땅을 밟은 후 10년이나 꾸준히 한국에서 활약 중인 서울 이랜드의 알렉스(31·서울 이랜드)를 서울 잠실 한 카페에서 만나 그의 남다른 축구인생과 한국축구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알렉스의 한국축구 이력 : 울산 현대 미포조선(2010~2011), 고양 Hi(2013~2014), 강원FC(2014), 대구FC(2016), FC안양(2017), 서울 이랜드(2017), FC안양(2018), 서울 이랜드(2019~)

서울 이랜드 제공
▶X-마스 장식 만들던 공장서 일하던 브라질 청년, 은퇴 생각하고 한국오다

2010년 내셔널리그 울산 현대 미포조선에서 뛰기 전까지 알렉스가 궁금했다. 알렉스는 “공장에서 일하며 축구를 병행했다.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했다. 브라질 지방리그에서 뛰었는데 벌이도 시원찮았고 공장에서 일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솔직히 은퇴를 생각하고 있던 시기”라며 20대 초반의 자신을 회상했다.

“울산 현대 미포조선의 브라질 피지컬 코치와 잘 알았는데 당시 코치가 ‘한국에서 해볼래?’라는 제안을 했다. 솔직히 한국행 비행기를 탈 때 여기서 잘 안되면 선수 은퇴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도전이었다.”

2010년 1월 한국에 온 알렉스는 아직도 정말 추웠던 한국을 기억한다고 한다. “난 반바지, 티셔츠를 입고 왔는데 한국은 정말 너무나도 추웠다”며 웃은 알렉스는 한국행을 택한 이유에 대해 솔직하게 “브라질에서 받던 돈의 3~4배는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울산 현대 미포조선에서 많은 돈을 받진 않았지만 브라질에서 받던 돈이 워낙 작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내셔널리그에서 성공적인 2년, 한국행을 다시 꿈꾸다

당시 2부리그격이었던 내셔널리그에서 알렉스는 팀의 주포로 활약했다. 울산 현대 미포조선의 리그 우승도 이끌며 한국 축구와 찰덕궁합의 활약을 해냈다.

“내셔널리그팀이지만 당시 시설이나 속소는 K리그팀들 못지 않았다. 상당히 괜찮았고 스스로도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알렉스의 활약을 보고 브라질 주리그 1부 소속의 상카에타누 팀에서 역제안이 왔다. 한국에서의 생활을 통해 역제안을 받자 알렉스는 아직 브라질에서 프로생활에 미련이 있었기에 브라질 복귀를 결심한다.

2012년 브라질로 돌아갔지만 스스로도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말할 정도로 브라질 1부리그 생활은 쉽지 않았다. “다시 한국에서 제안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고 말한 2012년 이후 한국은 K리그2가 생겼고 지금은 해체된 고양 Hi FC가 알렉스를 영입하며 다시 한국으로 불러들인다.

내셔널리그 제공
▶K리그2 정복한 알렉스, 본격 저니맨 되다

2013시즌 알렉스는 고양 소속으로 32경기 15골로 가히 골 폭격을 해낸다. K리그 챌린지(지금의 K리그2) 베스트11으로까지 선정된 알렉스는 이후 안정적으로 축구선수로, 그리고 K리거로 정착하게 된다.

고양에서 뛰는 1년반동안 탈 2부리그급 활약을 한 덕에 알렉스는 2014년 여름, 울산 현대와 강원FC로 영입제안을 받는다. 당시에도 리그 우승권팀이던 울산을 거절하고 K리그2의 강원행을 택한 이유를 묻자 “당시 울산 조민국 감독이 나를 원했다. 하지만 김신욱 등 울산에는 대표팀급 공격수들이 많았다. 또 계약기간은 6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반면 강원은 주전 기회가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한국 생활 10년간 아직 단 한번도 K리그1 무대를 밟지 못했기에 당시 거절한 울산행이 아쉽지 않은지 재차 묻자 “지금 생각하면 울산을 가지 않길 잘했다고 본다. 제가 울산행을 거절한 이후 얼마 안돼 당시 나를 원했던 울산 조민국 감독도 경질됐다. 그때 섣불리 갔다가 뛰지도 못했다면 향후 내 한국에서 선수생활에 큰 타격이 있을거라 본다. 또 강원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기에 만족했다”고 말했다.

▶태국으로 잠시 외도, 하지만 언제나 알렉스는 한국행을 원했다

강원에서 2014시즌을 마친 후 태국 차이나트 혼빌에서 알렉스를 데려갔다. “솔직히 조건은 훨씬 좋았다”며 태국행을 말한 알렉스는 “2년 계약으로 갔는데 1년반만 뛰었다. 태국은 정말 나에게 맞지 않았다. 날씨도, 음식도 모두 힘들었다. 1년을 지낸 후 계속 한국에 돌아갈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대구FC 조광래 사장이 나를 다시 찾아줬다”고 말했다.

‘대구라는 팀을 승격할 생각으로 만들고 있다’라는 조 사장의 말에 알렉스는 다시 한국으로 왔다. 한국에서 4번째 팀이자 2016년 이 선택 이후 알렉스는 어디가지 않고 계속 한국에 머물게 된다.

고양 Hi 시절의 알렉스. 프로축구연맹 제공
대구에서 반시즌동안 20경기 5골로 준수한 활약을 한 알렉스는 FC안양->서울 이랜드->FC안양->서울 이랜드로 왔다갔다 하는 핑퐁 이적을 2017, 2018시즌에 걸쳐 했다.

“대구와 재계약 불발 후 안양으로 갔는데 기회를 많이 주지 않았다. 그래서 기회를 찾아 서울 이랜드로 갔고 14경기 7골로 좋은 활약을 했다. 그 활약을 보고 당시 안양 임은주 사장이 강원때도 날 데려온 경험이 있어 다시 안양으로 불렀다. 하지만 2018시즌 28경기 15골 활약을 했음에도 지도부가 바뀌면서 다시 찾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서울 이랜드로 왔다.”

정리하면 2010년 울산 현대 미포조선에서 한국 커리어를 시작해, 2011년까지 뛴 후 다시 브라질로 돌아갔다 2013년 고양 Hi를 통해 복귀했다. 2014년 여름 강원으로 이적한 후 2015시즌을 앞두고 태국으로 갔다 1년반만에 2016년 여름 대구를 통해 한국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2017년 안양과 서울 이랜드, 2018년 안양, 2019년 서울 이랜드에서 뛰며 2010년부터 한국에서만 6팀, 10번의 이적을 한 K리그 최고의 저니맨이라 봐도 무방하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2편 '알렉스 “韓 어린선수들, 감독에게 욕 안먹는게 우선인듯” [K리그 병장급 외인②-下]'에서 계속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