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한국 성남=김명석 기자]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선수들도, 이천수 전력강화실장도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눈물의 느낌은 분명 승리에 대한 기쁨과는 거리가 멀었다. 성남FC전 직후 인천유나이티드를 둘러싼 분위기는 분명 평소와 달랐다.

무대는 19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과 인천의 하나원큐 K리그1 2019 34라운드였다. 파이널 라운드의 첫 날, 인천은 무고사의 결승골에 힘입어 적지에서 더없이 값진 1-0 승리를 거뒀다.

귀중한 승리였다. 이날 승리로 인천은 경남FC를 끌어내리고 10위로 올라섰다. 10위는 K리그1 잔류 마지노선이다. 생존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첫 경기에서 잔류를 위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 잔류를 확정한 것은 아니었다. 아직 4경기가 더 남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거둔 승리 역시도 아니었다. 오히려 인천은 이날 승리로 5경기 연속 무패(2승3무)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좋았어야 할 상황이었다.

경기 직후 인천을 둘러싼 분위기는 그래서 더욱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그라운드 안팎의 선수들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들이 곳곳에서 포착된 까닭이다. 이천수 실장 역시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 중계화면에 고스란히 잡혔다. 승리에 대한 감격과는 분명 거리가 느껴지는 장면들이었다.

ⓒ인천유나이티드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상철 감독은 이같은 분위기에 대해 “절실함이 컸기 때문에 승리에 대한 감동도 컸지 않았을까 싶다. 선수들도 한이 많이 맺혀있던 것 같다. 나도 울컥울컥했다”고 말했다. 다만 앞선 정황들을 돌아봐을 때 그저 한풀이나 감동의 눈물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공동취재구역에서 접한 선수단 분위기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선수들은 저마다 굳은 표정으로 구단 버스로 발걸음을 향했다. 적지에서 값진 승리를 거두고 돌아가는 팀과는 거리가 매우 멀었다.

어렵사리 취재진 앞에 선 김호남은 원정 응원에 나서준 팬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표하면서도, 눈물의 의미를 묻는 질문엔 한참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김호남과 취재진 사이에, 10초 이상 알 수 없는 정적이 흘렀다.

애써 감정을 추스른 그는 “나중에 다 알게 되실 것이다. 지금은 말씀을 드리기 어렵다”고 양해를 구하면서도 “모든 분들의 응원과 힘이 합쳐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의미심장한 한 마디였다.

이후 축구 커뮤니티 등엔 온갖 추측과 소문이 무성하게 이어졌다. 그리고 이튿날, 인천 구단은 전달수 대표이사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유상철 감독의 건강이 악화됐고, 황달 증세를 보임에 따라 성남전에 끝난 뒤 병원에 입원했다. 정밀 검사를 앞둔 상태”라고 전했다.

유 감독이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은 구단 내부적으로도 소수만 알고 있었는데, 성남전 전후로 선수단에도 관련 내용이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전 직후 인천을 둘러쌌던 분위기가 무거웠던 이유였다. 선수들이나 이천수 실장의 눈물이, 유상철 감독을 향해 있었던 셈이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유상철 감독의 쾌유를 바란다는 응원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모든 분들의 응원과 힘이 합쳐지길 바랄 뿐”이라던 김호남의 의미심장했던 한 마디 역시 이제는 유상철 감독의 쾌유를 바라는 모든 축구팬들의 바람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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