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대한축구협회 출입기자단에 북한전 풀영상이 공개됐다. 직접 90분 풀영상을 보고나니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굉장히 살벌했다’는 것과 함께 그 분위기에 한국 선수단은 다소 짓눌렸는지 경기력면에서 부진함이 많이 보였다는 것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5일 오후 5시 30분 북한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H조 3차전 북한과의 원정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대한축구협회
축구대표팀은 17일 오전 귀국해 해산했다. 중계방송마저 불발됐지만 대한축구협회는 17일 오후 취재기자단에만 북한을 통해 받은 경기영상을 취재목적으로 상영했다. 이 기사는 대한축구협회가 상영한 경기영상을 본 후 작성됐다.

경기영상은 몇분 몇초인지도 나오지 않고 화질은 마친 1980년대 수준의 화질이었다. 알려진대로 SD 수준의 화질도 아니었다. 무관중 경기였기에 선수들이 소리를 지르고 공을 찰 때 타격 소리가 컸다.

북한은 전반 초반 한국을 압도했다. 마치 90분경기가 아닌 30분경기만 뛰는 듯 전방에서부터 엄청난 활동량의 압박을 선보였고 이 기세에 한국 선수단은 짓눌렸다. 또한 헤딩경합이나 수비가 바싹 붙은 상황에서 북한은 매우 강하게 부딪치고 공을 차며 살벌한 분위기를 보였다.

전반 6분에는 나상호가 헤딩경합 중 상대 건드리며 반칙을 범하자 그 사이 황인범이 북한선수에게 손으로 뺨을 가격당하는 모습이 나와 양팀 선수단이 대치하기도 했다.

전반전 내내 한국은 상대의 강한 기세에 눌려 제대로 된 슈팅조차 하지 못했다. 그나마 전반 25분 황인범의 페널티박스 밖에서 왼발 중거리슈팅이 골대를 뜬 것이 전반전 가장 유의미한 공격장면이었을 정도다.

황인범을 기점으로 공을 풀어나가면 지공 상황에서 패스로 해결하려 했지만 북한 선수단은 강한 전방압박과 거친 몸싸움으로 이를 빠르게 저지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한국 선수단은 실수가 잦아졌고 기본적인 볼터치나 패스미스를 하는 모습도 나왔다. 북한도 공격 세밀함이 부족해 전반 45분 정일관의 왼쪽 단독 돌파 후 유효슈팅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곤 유의미한 공격을 만들진 못했다.

냉정하게 전반전은 벤투호 출범 이후 최악의 경기력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유효슈팅마저 한국은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물론 이런 경기력이 북한이라는 특수성, 인조잔디, 상대의 기세 등에 눌려 나온 파생효과로 이해됐다.

후반들어 한국은 전반 초반 충돌 후 부진했던 나상호를 빼고 황희찬을 투입했고 황희찬은 특유의 황소같은 돌파와 주눅들지 않는 근성으로 북한을 휘저었다. 북한 선수단과의 충돌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한국은 서서히 점유를 높여가고 공격에서 활약을 높여갔다.

북한 역시 후반들어 체력이 떨어져 전반만큼의 강한 전방압박을 하지 못했고 한국이 이후 권창훈과 김신욱까지 투입하며 공격적으로 나왔을 때 한국은 공격을 주도하며 6:4 혹은 7:3 정도의 우세를 가져갔다.

특히 후반 26분 왼쪽에서 높은 크로스를 골대 오른쪽에 있던 황희찬이 헤딩슈팅 한 것이 골키퍼 선방에 막힌 후 리바운드 공이 문전 혼전 상황을 거쳐 뒤에 있던 김문환에게 나오자 김문환은 그대로 오른발 강슛을 했다. 하지만 김문환의 슈팅은 골키퍼 정면으로가 막히며 가장 좋은 기회가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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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한국은 경기는 주도했지만 좀처럼 북한의 수비를 뚫지 못했다. 그렇다고 북한이 예상처럼 결코 수비만 한 것은 아니었다. 물러나기보다 전진하고 부딪치며 결코 걸어잠그고 내려앉는 축구를 하진 않았다.

어쩌면 한국 입장에서는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음에도 환경적인면과 경기의 특수성으로 선수들이 자신의 능력의 반밖에 보이지 못한 경기력을 보이며 아쉬운 0-0 무승부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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